내용요약 급증하는 투자 증가는 증권사 고객유치 경쟁이 한 몫
규제 현실화와 함께 위험성에 대한 인식 제고도 필요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예탁결제원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최근 국내 증시가 침체된 탓도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해외주식투자는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다만 편향성이 크며 특히 국내에선 허용되지 않는 고위험 파생상품 투자도 해외직접투자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정부는 이미 과거 해외주식형펀드에 대한 비과세 혜택 등으로 간접투자를 유도한 경험이 있다. 향후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투자에 대한 접근 방식을 보다 안정적 구조로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유인책 도입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 급증하고 있는 해외주식투자···저렴한 수수료

올해만 해도 한국예탁결제원이 보관하고 있는 해외주식투자 보관금액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 1월 646억9353만달러 규모가 11월 기준 1017억4693만달러 수준으로 늘었다. 환율 변화를 감안하면, 지난 1월 원달러 1,344.74원 기준 약 86조3490억원 수준이며, 11월은 1,396원 기준 약 142조387억원에 달한다. 이는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약 8%에 이른다. 올해 상반기에 비해 2%p가 늘었다.

자본시장연구원 김한수 연구위원은 2020년 이전엔 공공부문이 해외주식투자 증가를 주도했지만, 이후부터는 민간부문 해외주식투자가 빠르게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약 55%의 비중이 공공부문이다.

일반적으로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직접투자는 국경간 거래이기에 내국 증권거래에 비해 복잡한 구조를 갖고 이로 인해 높은 비용이 든다. 국내외 다수의 중개기관을 경유해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만약 국내 거주자가 해외 현지 증권사에 직접 증권매매 계좌를 개설하면 이런 복잡한 경로를 돌파할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개인 및 일반투자자가 해외 투자중개업자를 통한 해외주식 거래는 금지되고 있다.

정리하자면, 해외주식 거래는 국내나 해외의 투자중개업자, 글로벌 혹은 현지 증권보관기관, 해당국 예탁결제기구 등을 거치는 거래 구조이기에 복수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해외주식 직접거래 수수료는 주요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주요 10개 증권사의 온라인 거래 수수료율을 보면 해외주식 거래 수수료는 7~25bp 수준이다. 국내 주식거래 수수료가 1~20bp인 데 비하면 확실히 높다지만, 건당 일정액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미국 등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수료다. 

해외주식 거래비용이 낮게 책정되는 요인은 우선 해외주식 집중예탁에 따른 효율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개인투자자들의 해외주식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으며, 이에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가격 인하를 펼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요인이다. 올해 상반기 금융투자협회 공시 증권사 해외주식 거래 수수료 수익은 약 5583억원이다. 수수료 인하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전년동기대비 50% 이상 늘었다. 그만큼 개인투자자들의 수요가 크다는 것이다.

◆ 쏠림 현상 뚜렷···미국 기술주 최선호

해외주식 보관 잔액 기준 지역별로 구분할 때 미국 투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올해 들어 90%를 계속 넘기고 있으며, 비중은 더 확대되는 추세다. 이는 지난 2016년 이후 빠른 증가세다.

특히 미국 상장주식을 보유한 비중은 2016년 말에는 약 30% 가량에 불과했다. 그런데 현재는 80%를 계속 상회하고 있다.

이는 미국 빅테크 기업의 주가 상승세와 미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에 대한 기대 등을 기반으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비중이 크게 늘었다는 걸 의미한다. 그에 반해 유럽, 중국, 일본 등 미국 외 여타 지역에 대한 투자 비중은 상대적 하락세다.

흥미로운 점은 개인투자자 못지 않게 국내 최대 해외투자 주체인 공공부문도 미국 투자 비중 확대가 관찰된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국민연금기금의 북미지역 자산배분 비중은 전체 해외주식투자의 약 67%에 달한다.

종목에 대한 집중도도 매우 높다. 보관잔액 기준 1위와 2위는 올해 줄곧 테슬라와 엔비디아가 엎치락뒤치락대고 있다. 현재는 미국 대선 영향 등으로 테슬라가 더 많다. 약 175억달러로 24조4300억원 가량이다. 엔비디아의 보관액은 136억달러 규모다. 3위인 애플부터는 단위가 줄어들어 45억달러로 내려간다.

이런 일부 종목에 대한 과도한 편중은 최근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난 2017년 말에는 전체 해외주식 포트폴리오에서 상위 10개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25% 가량이었으나, 해외주식투자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한 2020년 이후엔 지속 40%를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50개 종목으로 표본을 벌리면 미국 기술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약 71%까지 늘어난다.

이와 함께 상위 투자종목에는 레버리지 파생상품 등 고위험 종목도 다수 포진하고 있는 게 눈애 띈다. 가령 국내서 허용되지 않는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상품 ▲3배 이상 고배율 레버리지 파생상품 ▲비트코인 관련 상품 등이 포함돼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상반기 말 기준 이러한 비허용 고위험 투자 비중은 12% 수준이다. 2020년 1% 미만이었던 것에 비하면 이 역시 매우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직접투자 관련 제한은 지난 2006년 대부분 폐지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종목이나 한도 제한, 사전신고 의무 등의 규제였다. 매매거래 방식 등에 대해선 외환시장거래법과 자본시장법상 일부 규정이 있을 따름이다.

해외주식투자는 개인이나 기관이나 리스크 분산을 통한 수익률 극대화를 꾀하는 포트폴리오 투자라는 장점을 갖는다. 소위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업계 격언이 적용된다는 맥락이다.

그런데 실상을 보면 이는 고답적인 담론이다. 과열된 편향성을 띄며 위험분산 목적의 투자동기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비자보호를 위한 고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특히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투자 접근성이 국내 출시 상품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국적에 따른 규제 분리가 더 이상 유효한지도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그렇다고 모든 문턱을 높이는 방식의 규제 강화는 최근 시장 흐름과 맞지 않을 뿐더러, 우리 투자시장 자체의 밸류를 낮추는 일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미 첨단 투자를 맛본 대중들이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한번 편의성을 경험한 소비자들의 기호는 절대 역행하지 않는다.

따라서 규제도 규제지만,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직접투자에 대한 위험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필요가 크다. 업계가 경쟁적으로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기에, 시장위험이 투자자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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