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단기금리 하락하며 예대금리차 축소…수익성에 부정적
보험, 단기적 지급여력비율 하락 예상…장기적 수익성 저하 요인
[한스경제=권현원 기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이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도 기준금리를 인하하기로 결정하면서 금리 인하기에 진입했다. 그런 가운데 금리 인하기에 금융권이 받는 영향이 업종별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신용카드·캐피탈·저축은행업종 등은 긍정적, 은행·보험업종은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1일 열린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3.50%에서 0.25%p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지난 2023년 1월 마지막 25bp 인상 이후 21개월 만에 내려가게 됐다.
금통위는 “물가상승률이 뚜렷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거시건전성정책 강화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기 시작했으며 외환시장 리스크도 다소 완화된 만큼 통화정책의 긴축 정도를 소폭 축소하고 그 영향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금통위 위원 중 기준금리 동결 소수의견이 1명 있었던 것을 비롯해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를 3.25%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5명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추가적인 금리 인하 여력은 있다는 것이 증권가 시각이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에서 계속 등장한 단어는 금융안정과 중립금리였는데 두 단어 모두 추가 인하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시장 기대가 반영된 것들이다”며 “종합해보면 추가적인 금리 인하 여력이 분명 있으며 앞으로도 금융안정을 계속 고려하면서 추가 조정 시기를 조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신용카드·캐피탈, 조달비용부담 완화…저축은행, 금리하락 시 수익성 개선
이러한 가운데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지난 8일 내놓은 ‘금리인하기 진입, 금융업권별 영향 점검’에서 금리 인하기에 금융권이 받을 수 있는 영향이 업종별로 각기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먼저 신용카드 업종은 금리하락이 조달비용부담을 완화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신용카드사는 수신기능이 없는데다 조달의 대부분이 시장자금으로 구성돼 있어 조달금리 변화가 수익성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한신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카드사의 조달구조는 △회사채가 약 68%(84조원)로 비중이 가장 크고 △기업어음 14%(18조원) △자산유동화증권(ABS) 15%(18조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신평은 “2022년 하반기부터 카드채의 발행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2022년 4분기 발행-만기 스프레드(Spread)는 4.0%까지 확대됐고, 이에 따라 카드사의 평균 조달금리는 2021년 2%에서 2024년 상반기 3.46%까지 상승했다”며 “저금리 시기에 발행했던 채권의 평균만기가 대략 3년 수준인 점을 고려할 때 3% 이하의 저금리 채권은 2025년 상반기 중으로 차환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기준금리가 인하되고 신용스프레드가 유지될 경우 발행-만기 Spread는 2025년 2분기부터 음(-)의 Spread로 전환되는 것으로 나타난다”면서도 “다만 금리 인하로 인한 수익성 개선 수준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금리하락은 카드사의 영업 확대 유인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신평은 “카드사의 영업자산은 풍부한 유동성과 결제실적 성장에 기반해 2022년까지 빠르게 증가했으나 조달비용 상승 부담과 차주의 부실화 가능성 확대에 따른 건전성 관리로 성장률이 2023년부터 2% 미만으로 크게 둔화됐다”며 “여전히 차주 부실화 위험은 존재하나 조달비용 상승 부담이 완화된 점은 카드사의 영업자산 성장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리 인하에도 건전성 저하 우려는 지속될 전망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1개월 이상 실질연체율은 1.7%로 2021년 대비 0.6%p 상승했으며 연체전이율도 2022년부터 상승하고 있다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저축은행의 대출관리 강화로 중저신용자들의 단기자금 수요가 카드론에 집중되며 카드론 잔액이 크게 증가하고 있어 전반적인 부실위험이 확대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한신평은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가 실질적인 차주 부담 완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시차가 존재하며 실물 경기 회복이 동반돼야 실질적인 건전성 지표 개선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분간 카드사의 대손부담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캐피탈 업종 역시 금리하락에 따른 조달비용 부담 완화로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카드사 대비 짧은 조달만기로 마진 개선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신평은 “최근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조달환경이 개선됨에 따라 신규발행 채권금리가 하향 안정화됐으며 저금리 시기 발행한 채권의 차환이 완료되면서 전반적인 이자마진 개선이 예상된다”며 “특히 AA급 캐피탈사는 회사채 조달 비중이 약 80%로 높아 회사채 금리가 수익성에 중요한 요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카드사 대비 캐피탈사의 조달만기가 짧아 조달비용 하락효과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저축은행 업종 또한 금리하락이 수익성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저축은행 여신과 수신 모두 고정금리 비중이 높은 유사한 금리구조를 보이지만 예금의 만기구조가 대출보다 짧아 수신금리의 하락이 먼저 이뤄지기 때문에 금리 인하 시 수익성이 개선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금리하락이 자산건전성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한신평은 “저축은행의 경우 은행과는 달리 건전성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 최근 5년 평균 대손상각비가 영업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8%로 이자비용이 차지하는 비중과 유사한 수준”이라며 “일반적으로 금리가 상승하면 건전성이 저하되고 금리 하락 시에는 건전성이 개선되는데 금리 변동과 건전성 지표의 변동 간에는 시차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금리의 변동이 건전성 지표에 반영되기까지는 약 1년에서 1년 6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신평은 그 예로 지난 2012년 7월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된 이후 저축은행의 건전성이 2014년 들어 개선되기 시작한 점을 들었다. 최근 금리 상승기의 경우에는 2021년 8월부터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었고, 저축은행의 건전성이 저하되기 시작한 시점은 2022년 하반기다.
이를 감안하면 2024년 4분기 시작되는 금리인하로 인해 자산 건전성이 개선되는 시점은 2025년 하반기 또는 2026년 상반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신평은 “금리의 하락이 건전성 지표까지 영향을 미치는 데 일정 기간이 소요되겠으나 수신금리 하락에 따른 예대금리차가 개선되며 수익성은 서서히 개선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은행, 예대금리차 축소는 수익성에 부정적…보험, 자본비율 하락 요인 작용
반면 은행과 보험업종은 금리하락의 영향이 부정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은행 업종은 예대금리차가 축소되며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은행의 수익성은 단기금리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단기금리의 하락추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신평은 “단기금리는 하락추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이에 연동되는 대출금리 또한 하락하고 있다”며 “CD(91일)금리는 2022년 12월 4.02%에서 2024년 8월 3.50%까지 0.52%p 하락했으며 1년 만기 은행채(AAA) 금리는 2022년 10월 4.93%에서 2024년 8월 3.36%까지 1.57%p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단기금리 하락세에 따라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금리는 2022년 11월 5.64%에서 2024년 8월 4.48%까지 1.16%p 하락했다”며 “단기 금리가 하락함에 따라 대출금리의 하락이 선제적으로 이뤄지며 예대금리차가 축소되고 있다”고 했다.
예금기관의 대출금리의 경우 2023년 12월 5.21%에서 2024년 7월 4.92%까지 하락했으나 같은 기간 동안 수신금리의 하락폭은 0.07%였다. 이는 예대금리차 축소(2.53%→ 2.31%)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한신평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이미 시장금리 및 대출금리에 반영되었기에, 당분간은 수신금리가 하락하며 예대금리차 축소세는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다만 수신금리가 대출금리에 후행하는 은행 구조의 특성상 금리가 인하되는 동안 예대금리차 하락은 중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산건전성의 경우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하락하는 경우 차주의 부담이 완화되며 은행의 건전성이 개선되고 대손상각률이 하락한다. 한신평은 “대손상각률의 하락이 수익성에 긍정적인 것은 분명하나 예대금리차 축소에 따른 영향과 비교하면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작다”고 분석했다.
보험 업종에 대해서는 금리하락이 보험사의 자본비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장기적으로 수익성 저하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한신평은 “실제로 올해 6월 말 기준 킥스(K-ICS) 지급여력비율(선택적 경과조치 적용 전)은 생명보험사 191.7%, 손해보험사 211.3%로 2023년 말 대비 각각 17.0%p, 7.4%p 하락했다”며 “올해 중 시장금리 하락과 함께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방안에 따른 장기선도금리 인하와 유동성프리미엄 축소로 보험부채 산정을 위한 할인율이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에도 유동성프리미엄 인하가 예정돼 있고, 최장관찰만기 확대 등의 제도강화가 예정돼 있는 점은 보험사의 자본비율관리 측면에서 부정적”이라며 “이러한 가운데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금리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보험사의 자본비율은 더욱 저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또 금리하락으로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 규모가 감소할 수 있으며 이 또한 장기적으로 보험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한신평은 “일반적으로 보험계약은 현금 유입기간 대비 현금 유출기간이 길어 금리가 하락할 경우 보험계약 최초 인식 시점의 CSM 규모가 감소하게 된다”며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전환 이후 보험손익 내 CSM 상각액의 중요도가 높아진 가운데, 신계약 CSM 규모 감소는 장기적으로 보험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권현원 기자 hwkw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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