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후 반영 가능성 열어뒀지만…실제 신용도 조정은 ‘의문부호’
라임사태, 영풍제지 사태에서도 모니터링만
[한스경제=권현원 기자]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신한투자증권에서 1300억원 규모 손실이 발생한 금융사고를 두고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의견을 낸 가운데 이번에도 ‘예의주시’로 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라임사태 등 앞서 발생한 대규모 손실을 낸 금융사고에도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 조정을 실시한 바 없기 때문이다. 신평사들이 수차례 사고를 내는 증권사에 대해 평판위험이나 내부통제 수준 등을 점검하는지 의문이다.
◆신한證, 1300억원 손실 금융사고 발생…“신용도 영향 제한적” 평가
17일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11일 주요 경영상황 공시를 통해 ‘장내 선물 매매 및 청산에 따른 손실 발생’ 내용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손실금액은 1300억원으로 추정되며 발생일 또는 기간은 2024년 8월 2일~2024년 10월 10일이다. 사고발견일자는 10월 10일이다.
신한투자증권 측은 금융사고의 사유 및 경위에 대해 “ETF LP 목적에서 벗어난 장내 선물매매로 과대 손실 발생 및 허위 스왑거래가 등록됐던 사실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손실금액은 회계 반영 예정이며 내부감사 진행 및 필요 시 법적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금융사고와 관련해 한국신용평가(한신평)·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한국기업평가(한기평) 등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공통적으로 예상손실 규모 감내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나 제재 수준, 사후조치 등에 대한 모니터링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신용평가사별로 먼저 한신평은 “이번 금융사고에 따른 예상 손실액 1300억원은 2024년 상반기 당기순이익의 61.7% 수준으로 2024년 3분기 손익에는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본의 2.4%로 미미한 수준이며 사업포트폴리오와 경상적 이익창출력 등 을 감안할 경우 감내 가능한 수준이다”고 평가했다.
다만 “내부통제와 관련한 비경상적인 손실인식이 반복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최종 손실규모와 감독당국의 제재 수준, 신한투자증권의 평판자본에 미칠 영향, 리스크 관리 능력과 내부통제 강화를 통한 적절한 사후 조치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신평은 “이번 금융사고가 신한투자증권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며 “회사의 이익창출력 및 손실흡수력을 종합해볼 때 예상 손실 규모 수준은 감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다만 회사는 사업기반과 경상적인 이익창출력이 매우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년간 펀드 불완전판매 관련 손실을 비롯한 일회성 손실로 인해 수익성이 저하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며 ”증권업 전반에 대해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리스크 관리의 수준이 높아지는 환경임을 감안할 때 이번 사고에 따른 최종 손실 인식 규모와 후속 조치 내용, 금융당국의 제재 수준 등에 대한 추가 점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기평 역시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다른 두 평가사와 비슷한 의견을 냈다.
신용평가사 3사는 이번 금융사고가 감내 가능하다는 의견과 별개로 반복되는 금융사고에 대해 지적하며 추후 향후 신용등급에 반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실제 신용등급 변동은 의문부호…비슷한 사례 변동 無
하지만 실제로 신용등급의 변동이 생길 것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달린다. 금융사고로 인한 대규모 손실 관련 신용평가사들의 의견은 앞서 일어난 라임펀드 환매중단사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20년 신용평가사들은 라임펀드 환매중단사태와 관련해 “증권사 신용도에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냈지만 이후 신용등급 하향으로 이어진 사례는 없었다.
라임펀드 환매중단사태는 지난 2019년 약 1조6000억원대 규모로 발생한 사건이다. 증권사들의 환매중단 라임 모펀드 투자한 자펀드 판매규모는 △신한투자증권(당시 신한금융투자) 3248억원 △대신증권 1076억원 △메리츠증권 949억원 △신영증권 890억원 △한국투자증권 681억원 등이었다.
이와 관련해 당시한기평은 “라임사태 관련 PBS 거래손실과 불완전판매·불공정거래 관련 배상금·과징금 수준 여하에 따라 증권사 신용도에 부정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또한 이와 관련한 평판자본 훼손, 신규 사업기회 확보 제한 등의 기회손실도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했다.
나신평과 한신평 역시 '모니터링 후 신용등급을 재검토할 계획'이라는 유사한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이후 신용평가사들의 해당 증권사들의 등급은 유지되고 있다. 이번 금융사고 손실에 대해 신용평가사들의 입장이 ‘예의주시’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증권사별 신용등급과 전망은 △신한투자증권 AA/안정적 △대신증권 AA-/안정적 △메리츠증권 AA-/안정적 △신영증권 AA-/안정적 △한국투자증권 AA/안정적 등이다.
비슷한 사례는 키움증권에서 발생한 4000억원대 영풍제지 사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나신평은 “이번 사태가 일회성 손실에 그친다면 미수금 미회수에 따른 손실규모가 회사의 재무안정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차액결제거래(CFD) 사태에 이어 위탁매매 관련 대규모 비경상비용이 발생한 것이 올해 들어 2번째이며 타 증권사는 선제적으로 증거금률을 인상한 점과 대비해 회사 리스크관리 역량 및 신뢰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향후 금융당국의 조사과정에서 회사의 리스크관리 및 내부통제시스템에 중대한 미비점이 드러나거나 평판 저하·고객이탈 등 영업기반 훼손으로 이어져 중장기적 사업안정성이 하락했다고 판단될 경우 신용등급 또는 등급전망에 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기평은 “키움증권의 경우 영업순수익 중 위탁매매부문의 비중이 60~80% 수준으로 수익구조상 리테일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평판자본 훼손에 따른 영업위축 시 영업순수익 점유율이 하락하며 시장지배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향후 평판자본 훼손에 따른 영업실적 저하 또는 리스크관리에 중대한 미비점이 드러나는 경우 신용등급에 반영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이후 나신평과 한기평의 키움증권 신용등급은 ‘AA-/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아울러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각 신용평가사별로 모니터링 포인트를 제시했다. 한신평은 ‘주요 모니터링 포인트’로 △금융투자상품 판매 관련 위험통제 능력·고위험 익스포져(우발부채, 해외대체 등) 관련 리스크 관리·수익성 및 자본적정성과 ‘하향 가능성 요인’으로 △일회성손실 발생으로 수익성이 크게 저하·우발부채·자체헤지 주가연계증권(ELS)·대체투자펀드 등 고위험 익스포져 부담 지속·조정 영업용순자본비율(NCR) 150% 지속 하회 등을 제시했다. 나신평은 △시장지배력 및 수익성의 큰 폭 저하·수정NCR 150% 미만 및 조정레버리지배율 6배 초과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후 신한투자증권과 신용평가사들의 행보가 중요해진 대목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보고서에서 “대형 증권사의 경우, 자본 규모 증가로 종금업, 국내외 인수금융, 사모대출(Private Debt) 등으로 업무범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부담하게 되는 위험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면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어 정교화된 리스크 관리 수단과 사후관리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얻게 되는 수익에 비해 부담하게 되는 비용이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한투자증권의 신용도 판단에 있어서도 이번 금융사고에 따른 사업적·재무적 영향을 검토하는 것과 더불어 사후적으로 재발방지를 위한 구조적인 개선노력이 이뤄지는지, 위험수준을 감안한 충분한 손실완충력을 확보하고 있는지, 체계적인 리스크 검토와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지 등을 중점 요인으로 검토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SK증권은 신용등급, 다올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은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된 바 있다.
권현원 기자 hwkw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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