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하락에 장기적 수익성 하락 우려…내년도 ‘우울’
[한스경제=권현원 기자] 보험업권이 금리하락으로 인한 지급여력비율 하락 및 수익성 우려와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개선안 등 규제 영향까지 고민거리로 떠오르며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내년 역시 성장성 둔화·수익성 악화 등이 전망된다는 우려까지 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 노력이 요구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개선방안 발표…반응은 ‘글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6일 ‘제3차 보험개혁회의’를 개최하고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제도개선방안은 이달 1일 발표됐다.
금융당국이 제도개선방안 마련에 나선 것은 해당 제도 시행 이후 준비금 적립액이 급증하면서 당기순이익 대비 주주 배당 및 세금 납부액이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실제 해약환급금준비금 누적액은 △2022년 23조7000억원 △2023년 32조2000억원 △2024년 6월 기준 38조5000억원 등으로 늘었다.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는 보험계약에 대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지난해부터 시행되면서 보험부채를 종전 원가평가에서 시가평가로 하게 됨에 따라 시가평가 된 보험부채가 해약환급금보다 작을 경우 차액인 해약환급금 부족액을 준비금으로 쌓도록 하는 제도다. 해당 준비금은 세법상 손금 처리하고 배당재원에서 제외한다.
이에 따라 개선안에서는 종전 회계기준 적용 시와 유사한 배당가능이익이 확보될 수 있도록 일정 자본건전성 조건을 충족하는 보험회사에 한해 해약환급준비금 적립비율을 조정하기로 했다. 조정 예시로는 현행 대비 80%가 제시됐다.
다만 향후 금리변동 등 대내외 여건과 IFRS17 연착륙 일정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보수적 K-ICS 비유을 설정했다. 올해 200%를 기준으로 매년 10%p씩 하향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5년에 걸쳐 일반적 지급여력비율 권고치 수준인 150%에 도달하도록 순차적으로 확대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금융당국은 이번 개선안 적용 시 해약환급금준비금이 3조4000억원 감소하고 법인세 납부액은 9000억원 증가한 1조7000억원으로 추정했다. 배당가능이익은 준비금 감소폭 3조4000억원 만큼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개선방안을 두고 증권가에서는 긍정적으로만 보기 힘들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기준으로 제시된 K-ICS비율 200% 등을 고려했을 때 실질적으로 개선안에 적용되는 보험사는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결국 상위권사에게 유리한 제도로 K-ICS비율 200%가 넘는 회사들은 어차피 처음부터 걱정이 없었다”면서 “K-ICS비율 200% 기준은 너무 높은 것이 아닌가 싶으며 12월에 포괄적인 제도가 발표될 예정인데 K-ICS비율이 낮은 보험사는 계약의 양보다는 질, 보완자본 확충을 통한 자본비율 개선에 방점을 둘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선안 적용 대상인 우량 보험사는 이미 충분한 배당가능이익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배당재원 확대의 가치는 떨어지는 반면 법인세 납부액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제도 개선에 의해 배당 불가에서 배당 가능으로 전환되거나 극도로 줄어든 배당재원이 다시 확대되는 보험사는 업종을 통틀어 세 곳에 그치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결과적으로 개선안의 영향은 배당재원 확대보다 법인세 납부액 확대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일부 증권사들은 제도 기대 소멸, 금리하락 등을 이유로 보험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한화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은 각각 이달 2일과 4일 업종 투자의견을 ‘중립(Neutral)'으로 내렸으며 KB증권도 15일 투자의견을 ‘중립(Neutral)'으로 하향했다.
◆금리 인하기 맞은 보험업계, 수익성 저하 우려↑
보험업계는 금리 인하의 영향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내려가며 지급여력비율 하락 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기존보다 0.25%p 인하한 3.25%로 결정했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최근 발표한 ‘금리인하기 진입, 금융업권별 영향 점검’ 보고서를 통해 “올해 6월 말 기준 K-ICS 지급여력비율(선택적 경과조치 적용 전)은 생명보험사 191.7%, 손해보험사 211.3%로 2023년 말 대비 각각 17.0%p, 7.4%p 하락했다”며 “올해 중 시장금리 하락과 함께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방안에 따른 장기선도금리 인하와 유동성프리미엄 축소로 보험부채 산정을 위한 할인율이 하락하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부채 증가로 자본 구성 중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전년 말 대비 생명보험사 약 15조4000억원, 손해보험사 약 5조7000억원 감소하면서 보험사의 자본비율 하락으로 이어졌다”며 “향후에도 유동성프리미엄 인하가 예정돼 있고 최장 관찰만기 확대 등의 제도강화가 예정돼 있는 점은 보험사의 자본비율관리 측면에서 부정적인 가운데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금리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보험사의 자본비율은 더욱 저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아울러 한신평은 금리하락은 장기적으로 보험사의 투자 수익성과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 규모 감소로 인한 보험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신평은 “채권 신규투자수익률 하락이 예상되며 단기적으로 운용자산이익률 변동성 확대가 예상된다”며 “일반적으로 보험계약은 현금 유입기간 대비 현금 유출기간이 길어 금리가 하락할 경우 보험계약 최초 인식 시점의 CSM 규모가 감소하게 되고, IFRS17 전환 이후 보험손익 내 CSM 상각액의 중요도가 높아진 가운데 신계약 CSM 규모 감소는 장기적으로 보험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험연구원도 내년 보험산업이 금리하락 및 해지율 증가에 대응한 지급여력비율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일 보험연구원은 ‘2025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 세미나에서 금리하락 및 해지율 증가는 보험회사 지급여력비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금리하락은 손해보험보다 생명보험 지급여력비율에 더욱 부정적이라는 설명이다. 해지율 증가는 생명보험, 손해보험 모두 지급여력비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적으로 보험연구원은 내년 보험산업의 ‘성장성 둔화·수익성 약화·건전성 악화’를 전망했다. 성장성 둔화는 CSM 성장률 둔화를 통해 수익성을 약화시키고, 수익성 약화는 내부자본조달 능력 약화를 통해 건전성을 악화시킨다. 건전성 악화는 보장여력 약화로 성장성을 둔화시킨다. 여기에 전망에 반영하지 않은 규제 영향까지 고려하면 실제 수치는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보험연구원은 인구·기후·기술혁신의 가속화가 장기 경영환경 변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므로 보험산업은 경기 불확실성에 대응하면서도 미래 성장기반 마련을 위해 사업모형의 확장성·역동성·지속가능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통화정책 전환 및 규제환경 변화 등으로 인한 보험산업의 성장성·수익성·건전성 하락 우려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단기적인 대응도 필요하나 보험산업의 보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 노력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권현원 기자 hwkw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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