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EU 코페르니쿠스, 전세계 해양 20% 이상 해양폭염 경험...최대 지속시간도 증가
“해양온난화는 지구온난화 감시자...해양생태계 모든 측면에 영향 미쳐”
지구온도 조절의 키, 해양 /Shutterstock 제공
지구온도 조절의 키, 해양 /Shutterstock 제공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지구온도를 조절하고 이산화탄소(CO²)를 흡수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바다가 기후변화로 심각한 위험에 직면했다. 지난 20년 간 전세계 해양의 온난화 속도가 2배 빨라지면서 해양산성화, 해양폭염 등으로 해양생태계의 혼란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가속화되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양온난화 속도가 지난 2005년 이후 2배 가량 증가했다.

보고서는 해양온난화가 1960년 이후 지속해서 관측됐지만 지난 20년간(2005~2024년) 그 속도를 뜻하는 복사강제력(지구가 흡수하는 에너지와 다시 방출되는 에너지의 차이)이 지구 면적 1m²당 0.58와트(W)에서 1.05W로 급격히 강해졌다고 전했다. 20년새 0.47W(81%)나 더 많은 열이 지구 시스템에 갇혀 있어 평균 기온을 상승시키고 있다는 의미다. 

해양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열의 91%, 탄소 배출량의 30%를 흡수하는 대표적인 열 흡수원이다. 이에 카리나 본 슈크만 코페르니쿠스의 해양학자는 “해양온난화는 지구온난화의 감시자”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해양온난화가 생물다양성의 손실을 가속화하고 해양생태계의 기능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다가 CO²를 더 많이 흡수할수록 해양 내 산성도가 높아지고 이는 골격과 껍질을 형성하는 산호, 홍합, 굴과 같은 해양생물의 석회형성 능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985년 이후 해양산성화는 30% 이상 증가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또한 “해양온난화, 산성화, 탈산소화는 21세기 전반에 걸쳐 증가할 것”이라며 “산업 배출로 인한 CO² 증가가 해양산성화를 유발하고 수소이온농도지수(pH)에 의존하는 생태계 종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보고서는 지난해 전세계 바다의 20% 이상이 해양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극단적인 해양폭염을 최소 한 차례 이상 경험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해양폭염의 연평균 최대 지속시간도 지난 2008년 이후 20일에서 40일로 2배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양폭염은 특정 종의 대규모 이동과 대량 폐사 등 해양생태계에 혼란을 초래한다. 세계기상기구(WMO)의 ‘지구기후현황 2023’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일평균 전세계 바다의 30% 이상이 해양폭염으로 인해 생태계와 식량시스템에 피해를 입었으며 지난해 말 기준 바다의 90% 이상이 한 해 동안 폭염을 경험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해양온난화가 전세계 기상패턴과 강우량 분포에 영향을 미쳐 폭풍, 허리케인 등 전세계 이상기후 현상을 심화시킨다는 점도 강조했다.

카리나 본 슈크만은 “해양 내 산성도는 임계값을 곧 넘어설 것이고 이는 해양생물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것”이라며 “해양온난화는 생물다양성부터 화학, 해양학적 과정, 해류 등 해양생태계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결국 지구 기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8월26일 경남 통영시 한 멍게 양식 어장에서 어민이 고수온에 내장이 터져 뿌옇게 보이는 폐사한 멍게를 건지고 있다. / 연합뉴스 제공
지난 8월26일 경남 통영시 한 멍게 양식 어장에서 어민이 고수온에 내장이 터져 뿌옇게 보이는 폐사한 멍게를 건지고 있다. / 연합뉴스 제공

◆한국 또한 해양온난화에 취약...“국내 양식업 피해 역대 최대 규모 전망”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국내 또한 가속화되는 해양온난화 현상으로 수산업계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국내 바다의 해양온난화가 과거 50년 대비 최근 50년간 심화됐으며 이는 전 지구 평균 대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92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부산 앞바다의 10년 단위 표층 수온 변동을 겨울과 여름으로 구분해 분석한 결과, 1970년대 이후 수온 상승 경향이 전 지구 평균 대비 겨울은 약 2배, 여름은 약 4배 높은 수준을 보였다.

또한 최근 동해의 연평균 등수온선별 면적을 분석한 결과, 12캜 이하의 면적은 지속적으로 감소한 반면 18캜 이상 수온의 면적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00년대 대비 현재는 약 2배 이상 넓게 분포한 것으로 지계됐다.

최용석 국립수산과학원장은 “우리 바다의 최근 해양온난화 경향이 더욱 심각해졌다”며 “해양기후속도의 빠른 증가, 수온분포 면적의 변화와 같은 물리적인 환경변화는 그 해역에 살고 있는 해양생물의 서식지 변화와 어장 형성해역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높아진 온도 뿐만 아니라 장기화된 고수온 현상으로 국내 수산업계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 해수부에 따르면, 지난 9월20일 기준 올해 고수온으로 인한 양식업 폐사 피해규모는 어류 4422만마리, 멍게 4000줄(멍게가 붙은 봉줄) 등으로 잠정 집계됐다.

특히 올해 이례적인 수온온도를 기록한 경상남도 지역에서는 어류, 전복, 멍게 등이 폐사해 594억원의 피해액이 발생했다. 경상남도에 따르면, 통영시, 거제시, 고성군, 남해군, 하동군, 창원시 등 6개 시군 양식어가에서 어류 2700만마리, 전복 61마리, 멍게 4777줄, 미더덕 614줄, 피조개 374헥타르(ha)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 피해가 났던 지난해 1466만마리 폐사 규모를 높은 수치로 상회한 규모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정확한 피해 규모는 고수온 특보가 해제된 이후 확정되지만, 현재까지 집계된 피해량으로 추산해보면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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