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전 세계 산호 지대 77%, 열 스트레스 받고 있어
역대 가장 광범위하지만, ‘최악’은 면해
“이 추세가 지속되면 만성적인 산호 백화 현상 진입할 수 있어”
산호 백화 현상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추세가 지속되면 이번 현상이 만성적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 사진=연합뉴스
산호 백화 현상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추세가 지속되면 이번 현상이 만성적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올해까지 산호 백화 현상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이번 현상의 심각성을 최대 몇 년에 걸쳐 평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 상태가 지속되면 백화 현상이 만성적 상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로이터통신은 17일(현지시간) 2023년 2월부터 전 세계 산호에서 발생한 대규모 백화 현상이 기록상 가장 광범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산호는 해양 생물의 번식 장소나 은신처 등으로 기능하며, 해양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산호와 함께 사는 ‘공생조류’는 산호에 색과 양분을 공급하는 데, 수온이 상승하거나 해양이 산성화되면 조류가 떠나면서 하얗게 변하는 백화 현상이 일어난다. 이는 산호 생존에 치명적이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분석한 위성 데이터에 따르면, 대서양부터 태평양, 인도양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산호 지대의 77%가 백화 현상이 일어날 만큼 큰 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는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 해양 온도가 기록적이거나 기록에 근접하게 상승한 결과라고 NOAA는 설명했다.

데릭 만젤로 NOAA 산호초 감시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는 “산호 백화 현상은 여전히 확산 중이며, 종전 기록의 약 절반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지난 6주 동안 팔라우, 괌, 이스라엘 해역에서 산호 백화 현상이 확인됐으며, 카리브해와 남중국해에서도 열 스트레스가 여전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4월 NOAA는 글로벌 산호 백화 현상을 공식 발표했다. 이는 1998년 이후 네 번째로 발생한 대규모 산호초 백화 현상이다.

종전 기록은 2014~2017년 사이 발생했는데, 당시에는 전 세계 산호 지대의 약 66%에 영향을 미쳤다.

또 이전 두 차례의 글로벌 산호 백화 현상 때는 전 세계 산호의 약 14%가 폐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지난 8월에는 호주 북동부 세계 최대 산호 지대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의 수온이 400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는 2016년부터 올해까지 다섯 차례의 대규모 산호 백화·폐사 사건이 발생해 큰 피해를 입었다.

이번 대규모 산호 백화 현상은 74개국과 지역의 산호 지대에 영향을 미치며 역대 가장 광범위한 것으로 기록됐지만, NOAA는 이를 아직 ‘최악’으로 정의하진 않았다.

앞으로 몇 달, 몇 년 동안 과학자들은 수중 조사를 통해 죽은 산호의 상태를 평가하고 피해의 심각성을 파악할 계획이다.

만젤로 코디네이터는 “이번 백화 현상은 피해 규모 면에서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광범위한 산호 백화 현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기록적인 백화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이번 달 말 콜롬비아에서 열리는 유엔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산호 관련 긴급 특별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세계 지도자들은 산호의 기능적 멸종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추가 보호 조치와 자금 지원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과학자들은 지구 표면 평균 기온이 섭씨 1.5도에 도달하면 최대 90%의 산호가 멸종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번 대규모 백화 현상은 지구 온도가 섭씨 1.3도에 도달한 시점에서 이미 산호 지대가 되돌릴 수 없는 임계점을 넘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추가 증거로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해양 생태계, 생계형 어업, 관광 산업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글로벌 산호초 모니터링 네트워크의 2020년 추정에 따르면, 산호는 매년 약 2조 7000억 달러(약 3700조 원)의 경제적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NOAA는 이번 백화 현상이 해양 기온을 높이는 엘니뇨 때문에 더 악화한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일부 기상 전문가들은 앞으로 몇 달 안에 라니냐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라니냐는 해양 온도를 낮추기 때문에 산호가 회복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기대한다.

하지만 올해가 역대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라니냐가 발생하더라도 산호가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만젤로는 “현재 해양 온도가 새로운 기준이 된다면, 전 세계가 사실상 만성적인 산호 백화 현상에 들어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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