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온난화 심각…1968~2022년 한반도 해역 수온 1.35℃ 상승
천적 사라진 성게에 독도 해역 사막화…오징어 사라진 동해에 고래 떼 출현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기후위기가 한반도 동해의 생태계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급격한 수온 상승으로 난류성 어종은 늘고 한류성 어종은 줄어들고 있다. 열대·아열대 해역에 서식하는 맹독성 '파란선 문어'의 출현이 잦아지고 있으며, 성게의 서식지가 동해까지 확대되면서 '바다 사막화'도 심각한 수준까지 진행됐다. 기상청은 현재 14℃(도) 수준인 동해의 연평균 해수면 온도가 2040년 이후에는 1.5~2℃ 가량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이 지난해 발간한 '2022 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우리나라 해역은 1968년부터 지난해까지 54년 동안 수온이 약 1.35℃ 상승했다. 해양온난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2010년 이후 여름철 고수온과 겨울철 저수온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폭염이 지속됐던 지난해 7월 동해는 전 지구 해역 중 평년 대비 수온이 가장 높은 해역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의 온실가스 농도경로 시나리오(RCP시나리오)를 적용한 결과, 우리나라 연근해 수온이 현재 수준보다 2050년에는 약 1~2℃, 20100년에는 약 2~4℃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전 지구 평균 표층 수온 상승 경향보다 높은 수준이다.
또, 이상 수온으로 독성해파리 및 아열대성 어종의 출연이 증가하며, 패류독소의 출현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국립수산과학원 연구팀이 최근 국제학술지 '독소'(Toxin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파란고리문어'에 속하는 '파란선문어'가 2012년 제주에서 처음 발견된 이래 2021년까지 국내에서 총 26차례 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파란선문어는 동남아·호주 등 열대·아열대 해역에 서식하고 있으며, 청산가리 10배의 위력을 가진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 신경독소를 지니고 있다. 동남아 등지에서는 사람에게 피해를 준 사례도 다수 보고돼 주의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남해안에서도 전남 여수부터 부산 기장까지 넓은 지역에서 발견되고 있고, 최근에는 동해 울산 연안에서도 자주 관찰되고 있다"며 "온난화에 따라 발견 범위가 점점 북상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2015년에는 파란선문어에 의한 물림 사고도 발생했다. 피해자는 물린 손가락이 부어오르면서 통증과 마비 증상을 보였고 며칠 동안 어지럼증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동해 수온 상승으로 성게의 천적인 불가사리와 돌돔이 떠나자 '갯녹음'도 발생했다. '바다 사막화'로 불리기도 하는 갯녹음은 성게가 해조류를 닥치는 대로 뜯어 먹는 바람에 해조류가 사라진 암반에 무절 석회조류가 자라면서 하얗게 변하는 현상이다.
특히, 독도 주변 해역의 사막화가 급속도로 진행됐다. 정부가 2016년부터 성게 제거 작업을 시작한 결과, 최근에는 성게 밀도가 감소하면서 해조류 확장이 관찰됐으나, 한정된 면적인 독도 해역과 달리 동해안에 적용할 경우에는 범위가 넓어 인력을 동원한 성게 제거 작업이 효과가 있을지 여부는 추가 검토가 필요한다.
동해 수온 상승으로 물고기들이 예전보다 일찍 독도 주변 해역으로 이동하면서 이를 먹이로 삼는 괭이갈매기가 알을 낳는 시기도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실제 한려해상국립공원 홍도에서는 지난 2020년 괭이갈매기가 첫 조사(2003년 4월11일) 이후 가장 빠른 3월29일에 번식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를 맡은 국립공원공단 측은 "남해 홍도, 서해 난도, 동해 독도 인근의 기온 및 수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세 지역의 기온과 수온 모두 점차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해양생태계의 상위포식자인 괭이갈매기의 번식시기가 변화하면 어류의 이동시기와 맞지 않아 괭이갈매기 개체군 감소 등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온 상승으로 동해 오징어도 사라지고 있다. 겨울철 활발한 울릉도 오징어 잡이는 최근 찾아보기 어렵다. 오징어의 먹이가 풍부한 한·난류가 만나는 지역이 북상하면서 오징어들도 따라 이동했기 때문이다.
수온 상승에 더해 '포경 금지'도 오징어 감소의 영향으로 꼽힌다. 오징어·멸치 등을 좋아하는 고래들이 동해로 몰려오고 있는 것. 실제 2021년 7~8월 울산 고래탐사선은 출항할 때마다 매번 돌고래 떼를 발견했다. 전문가들은 당시 폭염으로 해수 온도가 상승해 동해안 인근이 돌고래의 먹이인 난류성 어종의 서식지가 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기상청이 공개한 '해양기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 주변 해역의 수온은 1991~2020년 사이 18.32℃에서 18.53℃도로 0.21℃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전지구평균해수온도가 0.12℃ 오른 것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가파르다.
지난해 한반도 연근해 수온은 연평균 18.98℃로 2000년(18.37℃)보다는 0.61℃, 1981년(17.64℃)보다는 1.34℃ 상승했다. 기상청은 한반도 연근해 뿐 아니라 지구적으로 2010년 이후 바닷물 온도가 두드러지게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용 기자 dy0728@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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