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英연구팀 “최근 10년간 해수면 온도 0.27℃ 상승… 1980년대 대비 4배 증가”
이상기후 빈발·해양생태계 붕괴 심화…“지구의 뜨거운 수돗물 잠가야”
해양온난화 / 셔틀스톡(shutterstock/Juraj Kral) 제공
해양온난화 / 셔틀스톡(shutterstock/Juraj Kral) 제공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지난 40년간 해양온난화 속도가 4배 이상 빨라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학자들은 이 급격한 온도 상승이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시스템의 에너지 불균형이 심화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계속해서 상승하는 해수 온도는 해양생태계 전반에도 심각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4일 영국 레딩대학교 크리스 머천트 교수 연구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40년 동안 바다가 온난화 속도가 4배 이상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1980년대 후반에는 지구 평균 해수면 온도가 10년마다 0.06℃씩 상승했지만, 최근 10년간 그 속도는 0.27℃로 급증했다. 이는 불과 40년 만에 해수면 온도 상승 속도가 4배 이상 가속화된 것을 의미한다.

해양온난화의 가속화 현상은 지구 에너지 불균형(EEI)이 심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EEI는 태양에서 지구로 들어오는 에너지와 지구에서 우주로 방출되는 에너지의 차이를 의미하며, 대기 중에 얼마나 많은 열이 갇혀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EEI가 심화됐다는 것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높아지면서 태양 에너지가 지구에 더 많이 흡수되고, 우주로 방출되는 에너지는 감소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에 따르면, EEI는 2010년 이후 약 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온난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온실가스 농도 증가와 햇빛 반사 능력 감소가 지목된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농도가 증가하면 지구 대기와 해양에 열이 갇혀 온도가 상승하게 된다. 이로 인해 바다는 더 많은 열을 흡수하게 되어 해양온난화가 가속화된다.

북극의 해빙은 여름철 최저 범위에서 수십 년 동안 하락세를 이어갔고, 남극 주변의 해빙은 2024년 겨울 성장률이 미미했다 / 나사(NASA) 제공
북극의 해빙은 여름철 최저 범위에서 수십 년 동안 하락세를 이어갔고, 남극 주변의 해빙은 2024년 겨울 성장률이 미미했다 / 나사(NASA) 제공

또한 구름층 변화와 해빙 손실 등으로 인해 지구가 태양빛을 반사하는 능력이 약화된 것도 온난화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눈과 얼음의 손실은 반사 표면을 줄여 태양 에너지가 지구에 더 많이 흡수되도록 한다. 특히 낮은 고도의 구름이 감소하면서 온난화가 심화되고 있는데, 이는 높은 고도의 구름은 열을 가두는 반면, 저고도의 구름은 태양 복사선을 반사해 냉각효과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 2023년 4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전세계 해수온도는 약 450일 연속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3년 발생한 엘니뇨 현상으로 인한 자연적 온난화 주기가 일부 영향을 미쳤으나, 약 44%는 해양이 가속화된 속도로 열을 흡수한 결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지난 40여년 동안 관측된 해양온난화 속도가 앞으로 다가올 기온 상승에 비하면 미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지난 40년 동안 경험한 기온 상승이 향후 20년 내에 재현되거나 이를 초과할 수 있다”며 “해수면 온도가 지구온난화 속도를 결정하기 때문에 이는 기후 전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크리스 머천트 교수는 “바다가 물로 이뤄진 욕조라면, 1980년대에는 뜨거운 수돗물이 느리게 흐르면서 10년마다 물이 몇 분의 1℃씩 따뜻해졌지만, 지금은 뜨거운 수돗물이 훨씬 빠르게 흐르고 있다”며 “해양온난화를 늦추려면 글로벌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순배출 제로 목표를 향해 나아가 ‘뜨거운 수돗물’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충남 태안군 안면읍 대야도 양식어민이 망연자실한 채 죽은 우럭들이 담긴 통을 바라보며 앉아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제공
지난해 10월 충남 태안군 안면읍 대야도 양식어민이 망연자실한 채 죽은 우럭들이 담긴 통을 바라보며 앉아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제공

◆국내 연근해 수온도 사상 최고치 갱신… 아열대성 어종 증가, 토착 어종 위기

해수 온도의 급격한 상승은 단순한 통계적인 위협을 넘어 지구에 실질적이고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뜻해진 바다는 폭풍의 에너지원이 되어 허리케인과 태풍의 강도와 빈도를 증가시키는 동시에 해양 생태계를 교란시켜 산호초, 어류, 기타 해양 생물들의 서식지를 위협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년을 근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로 확정했다. 전세계 해양의 표층수온과 해양열용량 역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양열용량은 해수가 보유한 열에너지를 의미하며, 해양온난화의 중요한 지표로 사용된다.

[인공위성을 통한 연평균 북서태평양 수온 변동 경향] /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인공위성을 통한 연평균 북서태평양 수온 변동 경향] /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국내 연근해 표층 수온 또한 2024년에 관측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바다의 연평균 표층수온은 18.74℃로, 이전 최고 기록이었던 2023년의 18.09℃를 0.65℃ 상회했다.

이러한 해양온난화는 해양 생태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산과학원이 낸 ‘2024 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는 국내 대표 어종인 살오징어 어획량은 2010년대부터 급감했고, 멸치와 고등어류도 감소하거나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주요 난류성 어종인 방어류, 전갱이류, 삼치류의 어획량은 지난 40년간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산과학원은 “수온 상승에 따라 아열대성 어종의 종수, 개체수, 생체량 모두가 증가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전 지구 기후변화가 기존 전망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범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며 수산분야 기후위기 대응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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