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기대감 높았던 금융주, 선정 기준 강화...KB금융 제외
대형주 다수 포진...업종 대표성 목적, 기업 참여도 높여야
업계 "기존 지수 기반 상품과 비교해 차별점 갖기 어려울 것"

[한스경제=박영선 기자] 한국거래소가 '코리아 밸류업 지수' 100종목을 발표했다. 해당 지수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등 대형주가 편입됐지만, 시장은 밸류업 지수가 기존 지수 대비해 뚜렷한 상승 여력을  지낼 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지난 24일 한국거래소는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일환으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발표했다. 밸류업 지수는 올해 1월 2일을 기준 시점으로 총 100종목을 선정 했으며, 매년 6월 선물만기일을 기점으로 연 1회 정기 변경된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시장 대표성 △수익성 △주주환원 △시장평가 △자본효율성을 선별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 내에서 시가총액 400위 이내 시총 약 5000억원 이상인 기업을 기준으로 시장 대표성을 인정 받은 기업에 한한다. 

지수 편입 종목은 9개로 분류됐다. 정보기술산업 부문이 24개로 가장 많았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초대형주가 포진했다. 앞서 시장이 예측한 금융주는 9개사(신한지주·삼성화재·메리츠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DB손보·미래에셋증권·한국금융지주·현대해상·키움증권)에 그치면서 KB금융이 빠졌고, 통신주는 찾아볼 수 없었다. 

KB금융그룹.
KB금융그룹.

■ 밸류업 기대주 KB금융 배제..."투자자, 기업 가치 직접 판단해야"

앞서 당국은 올해 2월부터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목적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특히 금융주는 대표적인 '밸류업' 수혜주로 지목돼 왔다. 금융주는 안정적인 기초체력과 거버넌스 환경의 영향으로 타 업종 대비 빠른 속도로 주주환원책을 모색했으며 주가 저평가 회복 속도도 빨랐다. 

이에 시장은 한국거래소의 밸류업 지수 종목 구성에 금융주가 대거 집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주와 통신주 등 밸류업 프로그램 영향력을 분명히 받을 수 있는 업종일수록 지수 편입 시 상승 모멘텀이 높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한국거래소는 업종 다양화에 집중한 듯하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24일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발표하며 "(지수 구성에) 가장 중점을 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 산업별로 고른 분포였다"며, "주가순자산비율(PBR)의 산업별 편차가 있어 특정 산업에 소속된 기업 입장에서 형평성 문제를 감안했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업계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기업간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종목을 비교적 고르게 할당했지만, 지수 구성 종목 선정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높은 PBR과 자기자본 이익률(ROE)를 고려하다보니 밸류업지수 수혜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던 저PBR주 중에 제외된 종목이 많았다.

김동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에이션 허들에게 산업군 내 상대평가가 시행돼 저평가 업종과 고평가 업종의 차이가 무실해졌다"면서 "거래소의 편입 요건에서 대부분의 은행주는 시가총액·수익성·연속 주주환원 요건을 모두 만족했지만 최근 2년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2~0.4배대에 불과한 대형 은행은 기준상 모두 탈락했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거래소가 밸류업 미 공시 은행을 모두 배제한 점을 강조, 주주가치를 존중한 기업이 투자자 선택을 받도록 지원하는 기존 취지가 약화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밸류업 공시를 이미 이행한 신한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특례편입 대상으로 편입됐으나 KB금융은 지난해 가장 큰 규모의 주주환원 시행·밸류업 공시 최초 예고에도 제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수 편입 여부보다 근본적인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행위 여부를 투자자가 직접 판단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 또한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종목 구성이다"며, "정부 정책 방향성은 임팩트보다 지속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이며 기업가치 제고 공시를 통해 여러 기업들이 같은 선상에서 출발했으나 주가 추이는 결국 신뢰 확보에 달렸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제공.
한국거래소 제공.

■ 삼성전자·SK하이닉스, 대형주 포진...기업 참여도가 관건

총 100개의 종목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대형주가 주로 이름을 올렸다. 이에 시장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가진 근본적 목표에 다소 멀어진 구성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는 개별종목 지수 내 비중상한제도를 적용, 초대형주의 지수 내 영향을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밸류업 특성을 반영해 다양한 질적 요건을 도입, 비중제한 15% 제한으로 대형주의 지수 내 영향을 축소했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 내 업종들이 고루 분포되면서 배당 지수보다는 퀄리티 대형주 지수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종목 구성이 각 부문의 대표성을 특정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초대형주 편입은 지수를 구성할 때 각 종목의 대표성을 뚜렷히 드러내기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다"며, "기존 지수는 별도 제한 없이 시가총액에 따라 비중이 결정되는데,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15% 비중 제한이라는 일종의 캡을 씌워 중소형주에 대한 배분 효과를 남겨둔 것이다"고 설명했다. 

금융주의 경우 공시 여부를 기준으로 심사한 양상이 두드러졌음에도, 총 100종목 중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공시한 기업은 12개 정도라는 점도 이슈다.

이 연구원은 "밸류업 공시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들의 참여도가 아직 미미한 상태이다"며 "참여율과 관련해서는 특례까지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추후 보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공시 참여율로만 지수를 구성할 수는 없기에 지수의 대표성에 더 무게를 실은 것이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첫 지수 발표가 마무리 된 만큼 성패는 향후 기업 참여도에 달렸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윤정 LS증권 선임연구원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패는 결국 기업,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도가 좌우할 것이다"며, "기업·투자자 참여도 개선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세제 인센티브와 금투세 폐지 등 법 개정안은 국회 의안 상정되어 계류·논의 중으로, 24일 금투세 관련 당론 확정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으나 입장을 확정 짓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 /김근현 기자
한국거래소. /김근현 기자

'밸류업 지수' 첫 발표...증시 상승 모멘텀 가져올까

거래소는 첫 지수 구성에 '밸류업' 임팩트보다 안정성과 업종 다양화에 무게를 실었다. 또한 지수 발표 이후에도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 여부를 기준으로 지수 발굴을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아울러 오는 30일부터 실시간 지수 산출이 개시되며, 올해 11월 중 지수선물과 ETF 상장이 예정돼 있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시 전체 부양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기존 대형주는 밸류업 기대감이 선반영됐으며 특히 대표적 저평가주로 선반영이 컸던 금융, 자유소비재(자동차),산업재(지주) 중 편입되지 못한 종목은 발표 이후 하락 가능성 상존한다"고 평가했다. 

조 연구원은 향후 출시될 지수 관련 상품의 수익성이 자금 유입의 핵심이라고 봤다. 

그는 "주가 상승과 유동성 증가에 따른 자금조달 용이성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밸류업 지수 관련 상품에 자금 유입이 커야 한다"며 "밸류업 지수 수익률이 벤치마크(코스피 또는 코스피200)를 능가하지 못하면 자금 유이 크지 않아 연기금이 핵심 역할을 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한 자산운용 업계 관계자는 "시장과 산업 밸런스를 고려한 배분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인덱스의 성격상 밸류업 특색이 약해질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밸류업의 핵심은 주주환원과 자본효율성(ROE) 라고 생각하는데, 특히 기존 배당주 ETF 대비해서 ROE 평가기준이 가미된 점이 차별점이다"며, "밸류업 인덱스가 시장대표지수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기존의 K200, KRX300, 기후변화솔루션 등과 같이 상품전략 측면에서는 차별점을 가져가기 쉽지 않을 것이다"고 평가했다. 

박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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