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연기금 참여 지속 강조...대한상의 "인센티브·주주소통 우선해야"
[한스경제=박영선 기자] 밸류업 지수 발표 이후 해당 방안의 대한 성패 여부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자금 수급의 큰손이라 할 수 있는 연기금의 움직임에 추목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선 자금 규모가 큰 연기금이 움직여줘야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4일, 장 마감 후 '코리아 밸류업 지수' 100종목을 발표했다. △시장 대표성 △수익성 △주주환원 △시장평가 △자본효율성을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 내에 시가총액 400위 이내, 시총 약 5000억원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선별했다. 또한 한국거래소는 내년 6월 정기 심사에 최소 요건을 충족한 표창기업에 2년간 특례 편입을 도입할 방침이며, 심사 기준을 강화해 2026년부터 공시를 이행한 기업을 중심으로 지수를 추가 발굴할 방침이다.
밸류업 지수 발표 후 시장과 금융당국은 지수 관련 상품의 자금 유입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자금 수급의 큰손인 연기금이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고 본다. 이는 연기금과 운용사가 자본시장 내 핵심 투자자로 나서서 주가 상승과 유동성 증가를 견인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3월 금융위원회는 2017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스튜어디십코드는 기관투자자가 수탁자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지켜야 하는 일곱가지 원칙이다. 이는 주주서한 비공개 미팅, 의결권 행사를 요구하며 불이행 시 사유와 대안을 당국에 설명해야 한다.
현재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 4곳을 포함해 은행·보험·운용사 등 222곳이 참여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연기금과 기관투자자의 어깨도 무거워지고 있는 이유는 자본시장 내 핵심 투자주체로 의결권을 적극 행사해 기업의 끊임없는 혁신을 유도하는 촉매제 역할을 해야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원장은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에 의결권 행사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12일 국민연금과 한국거래소가 주체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열린 토론'에서는 연기금과 운용사가 자본시장 내 핵심 투자주체로 의결권을 적극 행사해 기업의 끊임없는 혁신을 유도하는 촉매제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하기도했다.
이 같은 당국의 요청에 연기금은 밸류업 지수가 국민연금의 기금 수익성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적극적인 투자 움직임은 부각되지 않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밸류업 지수가 발표된 이후인 25일부터 30일까지 743억을 순매도했다. 이 기간 밸류업 지수 포함 종목 중 연기금 순매수 상위 20위에 오른 종목은 삼성전자(3위)·한화에어로스페이스(8위)·한미반도체(9위)·오리온(11위)에 그쳤다. 상위 50위 종목에서도 밸류업 지수 종목 중 총 18개의 종목이 이름을 올렸다.
밸류업 수혜주로 전망된 대표적인 저PBR주인 금융 섹터의 비중이 줄면서 주요 섹터에 변화가 생겼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발표된 직후인 올해 3월(3월 4일~3월 29일)동안 연기금의 순매수 종목을 살펴보면 △신한지주 △삼성생명△하나금융지주△삼성증권 △NH투자증권 △메리츠금융지주 등이 상위 50위 안에 포진했다.
그러나 밸류업 지수 발표 후에는 해당 종목들의 순매수는 줄고 지수 편입이 되지 않았다. 다만 24일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를 예고한 JB금융지주만 29위에 올랐다. 아울러 시장의 예상대비 종목에 다수 편입된 정보기술 섹터 중 한미반도체는 동기간(3월 4일~3월 29일)동안 115억 순매수를 기록하며 52위를 기록했으나, 지수 발표 이후 153억 기록했다.
시장은 당국이 연기금에 의결권 행사 등을 강조하며 참여 요구를 늘리고 있지만, 독려의 방향성이 '규제'에만 맞춰져 있어 향후 적극적인 참여가 어렵다는 시각이다.
특히 당국에서 밸류업 프로그램 벤치마킹 사례로 언급한 일본의 경우, 자율적시장감시를통한 연금·기관투자자 투자 확대로 주주소통을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대한상의는 1일 '아시아 각국 지배구조와 주가지수 상관관계 연구' 보고서에서 "일본은 2012년 이후 아베노믹스의 일환으로 구조 개혁을 추진했지만, 규제보다는 오히려 ▲일본은행·연기금 등 국내주식투자 확대·주주소통 강화 ▲획기적 세제혜택 제공하는 N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도입(수익 전액비과세) ▲장기성과 연동 성과급의 손금산입 확대 등이 증시를 부양했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업계도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수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기존 지수 대비 명확한 이점이 추가로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자산운용사는 밸류업 지수와 관련한 패시브 상품이 곧 출시될 분위기이지만, 해당 지수와 관련해 시장의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며, "연기금이나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도 밸류업 편입 지수 기업에게 명확한 인센티브나 세제지원 혜택 등 관련 방안이 추가로 나오지 않는 이상 해당 종목에 특별한 메리트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영선 기자 pys7106@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