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간호법안 제정 시급"…신규 간호사 76% 발령 연기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 4개안 제시
탁영란 대한간호협회 회장./이소영 기자
탁영란 대한간호협회 회장./이소영 기자

[한스경제=이소영 기자] 대한간호협회(간협)는 의료 공백이 발생한 후, 간호사 10명 중 6명이 병원측의 강요로 전공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지만,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국회에 조속히 '간호법안'을 제정해줄 것을 촉구했다.

탁영란 간협 회장은 20일, 대한간호협회 서울연수원에서 '의사집단 행동에 따른 의료현장 문제 간호사 법적 위협 2차 긴급회견'을 개최하고 이 같이 말했다.

탁 회장은 "현장의 간호사들의 애끓는 목소리를 국민 여러분께 알려드릴 필요가 있고 현장에서 고통받고 있는 간호사들을 향한 응원과 격려를 부탁드리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며,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난 이후 전담간호사는 물론 일반 간호사들에게까지 본인의 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로 전환돼 투입되고 무급휴직, 강제 연차 사용을 강요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간호사들은 법적인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며, "간호사들이 직면한 문제 해결에 국회와 정부, 의사단체가 함께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최훈화 대한간호협회 정책전문위원./ 이소영 기자
최훈화 대한간호협회 정책전문위원./ 이소영 기자

이어 최훈화 간협 정책전문위원은 브리핑을 통해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대상 의료기관이면서도 이에 참여하지 않는 병원이 61%에 달해 해당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은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간협이 수련병원을 비롯한 385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기관은 151개 기관으로 전체의 39%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의료기관에서 진료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는 1만 3502명이다. 

또한 의료공백으로 인한 간호사들의 고용난 문제도 제기됐다.  간협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통계'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으로 41개 의료기관에서 지난해 8390명의 발령인원을 선발했으나, 6376명에 달하는 신규 간호사가 여전히 발령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31개 병원의 경우, 간호대학 4학년에 재학중인 예비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신규 간호사 모집 계획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채용 예정이 있다고 응답한 병원은 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격 통보를 받은 간호사들뿐만 아니라, 간호사를 지망하는 간호대학 학생들의 장래도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 위원은 "합격 통보를 받은 간호사들의 경우 진료지원 업무가 가능한가 질문을 받고 가능하다고 답해야만 취업이 되는 상황이다"며, "학생들의 경우 실습할 환자가 없어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 공백이 간호사 교육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 고통받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덧붙였다. 

간협에 따르면, 의료기관들이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지침에 명시되지 않는 초과 업무를 지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길 꺼려서 ▲경력 간호사, 훈련 체계 등 인프라 부족 ▲모든 간호사들에게 의사 업무 지시해 시범사업 참여 필요성이 없어서 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최 위원은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간호사를 보호할 필요성을 굳이 못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며, "시범 사업에 참여를 권고할 뿐 아니라, 별도의 보상체계를 마련하는 등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간협은 간호사들의 근무환경을 개선을 위해 정부에 ▲간호사가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는 법적 안전망 구축 ▲간호사 수련체계 마련 ▲간호사 1명당 환자 5명의 적정 간호사 수 배치 등, 배치 기준 마련 ▲공정한 보상체계 마련 등의 총 4가지 요구안을 제시했다.

최 위원은 "간호사의 위험은 환자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는 문제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며 간호사법 제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의사협회가 의료계의 업무범위 훼손을 이유로 간호사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입장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최 위원은 "의사단체의 반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의사단체들은 명확한 증거와 확실한 인과관계를 제시하지 못한 채 그저 막연한 추측을 기반으로한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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