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 동력 확보 위한 전방위적 협업 증가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빅테크·핀테크의 금융업 진출로 금융과 비금융 경계가 모호한 빅블러(Big Blur) 시대가 도래하면서 금융권의 이종 컬래버레이션(협업)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의 시대가 됐다.
더욱이 최근엔 시장 입지를 굳히기 시작한 인터넷은행과의 경쟁은 물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금융그룹의 협업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그룹은 강력한 플랫폼을 앞세워 금융산업에 진출한 빅테크·핀테크에 대응하고,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기술 도입에 따라 다양화되는 고객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협업 범위를 계열사 내 상품·서비스 제공에서 이제는 이종 업종과 공동 상품 및 서비스 개발 , 그리고 지분 투자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하나은행·우리은행·JB금융 등은 핀테크와 손을 잡았다.
하나은행은 네이버페이와 함께 '네이버페이 머니 통장'을 출시했으며, 우리은행도 네이버페이와 손잡고 ‘우리은행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대출’, ‘우리은행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 대출’ 등을 내놓았다.
JB금융은 대출 중개·관리 플랫폼 '핀다'· 외국인 해외송금 플랫폼 '한패스' 등에 지분 투자를 진행했다. 특히 전북은행은 지난달 핀다와 함께 1금융권 자동차 담보대출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 상품은 개인신용만으로는 대출 한도가 부족하거나 금리 조건이 높을 경우 내 차의 자산가치를 담보로 설정해 더 좋은 조건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특징이다.
금융그룹은 기업 벤처링에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기업 벤처링은 대기업 등이 신산업 발굴과 혁신 등을 위해 사업 아이디어는 뛰어나지만 돈과 인력,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중소벤처기업을 발굴해 육성하는 제도를 말한다.
KB금융은 ‘KB스타터스’, 신한금융은 '신한퓨처스랩', 하나금융은 '하나원큐 애자일랩', 우리금융은 '디노랩' 등을 운영해 우수한 기술을 보유했지만 자금 부족, 인력 운용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성장 단계별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과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을 펼치고 있다.
이밖에도 주요 금융그룹은 통신·유통·여행·항공·프롭테크(AI·VR·빅데이터·블록체인 등 하이테크 기술을 결합한 부동산 서비스) 등 생활 밀착형 업종과 제휴를 통해 고객 접점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금융권의 협업은 개인사업자·AI·글로벌 영역을 중심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개인사업자 대출 확대에 따른 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며 AI를 통한 내부 생산성 증대는 물론, 고객 편의성 향상을 위한 서비스 도입 그리고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글로벌 영토 확장이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는 강력한 플랫폼과 고객 중심 경영으로 흑자경영을 펼치며 시장에 안착해 전통 은행권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올해 인터넷은행 3사는 '포용금융'이란 설립 취지에 맞춰 개인사업자 대출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지난해 12월에 개인사업자 대출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 산정 범위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권은 신용평가사 등과 제휴하거나, 관련 서비스를 개선하며 개인사업자 대출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에 전통 은행권도 대응 마련에 나서고 있다. 최근 우리은행은 제4 인터넷은행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신용데이터(KCD)와 손을 잡았다. 우리은행은 지난 14일, KCD 컨소시엄에 투자의향서를 전달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지역상인 등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은 꾸준히 해오고 있으며, 제4인터넷은행 컨소시엄 참여를 통해 소상공인의 자생력을 지원하는 금융생태계 형성에 기여하는 것을 기대해 본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KCD는 전국 140만 소상공인 사업자에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통해 소상공인 대상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22년에는 카카오뱅크, SGI 서울보증, KB국민은행 등과 함께 국내 최초의 전업 개인사업자신용평가사 한국평가정보를 설립해 다수 금융기관에 소상공인 신용평가 모형을 제공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라이프 케어 플랫폼 기업인 SK쉴더스와 개인사업자의 안정적 성장 지원을 위한 금융·보안 공동 비즈니스를 추진하고 있다.
AI 기업과의 협업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융권은 내부적으로는 직원 생산성 증대를 위해 생성형 AI를, 외부적으로는 고객 편의성 증대를 위해 AI를 적용한 서비스 도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권은 생성형 AI 기술을 보유한 기술 기업과 협업을 통한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KB데이타시스템은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 애저 오픈AI 서비스(Azure OpenAI Service)활용을 위한 ‘생성형 AI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DB손해보험은 시각 인공지능 원천기술을 보유한 에이아이포블록체인과 비전AI 및 생성형AI분야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ABL생명은 클라우드·AI 서비스 전문기업인 네이버클라우드와 ‘AI 기반 보험서비스 확대를 위한 비즈니스 협력’에 손을 잡았다.
글로벌 기업과 협업도 증가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최근 인도 국민기업으로 꼽히는 타타모터스와 손잡고 우리금융이 진출한 인도·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글로벌 협력에 나선다.
타타모터스는 매출액 1280억달러 규모의 타타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승용차 △유틸리티 △트럭 △버스 등 자동차 제조 및 친환경, 자율주행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이번 협약을 통해 타타모터스와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글로벌 사업 영역을 더욱 확장할 계획이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동남아시아 8개국에서 모빌리티·배달·e-월렛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동남아시아 최대 슈퍼앱으로 꼽히는 '그랩'(Grab Holding Limited)'과 손잡고 동남아 시장 진출에 교부보를 마련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제 금융은 독자적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한 환경이 되면서 이종 산업과 협업을 통한 고객 접점 확대는 필수가 아닌 생존 기반이 됐다"며 "최근 디지털 전환과 함께 고객 연령층이 낮아지면서 젊은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업계와 협업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노 기자 sungro5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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