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지난달 NH농협은행·KB국민은행 연이어 배임 사고 적발  
은행권에 횡령, 배임 등의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레그테크(Regtech)'가 주목받고 있다. /연합뉴스
은행권에 횡령, 배임 등의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레그테크(Regtech)'가 주목받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은행권에 횡령이나 배임 등의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레그테크(Regtech)'가 주목받고 있다.  

레그테크는 규제(Regulation)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금융규제 준수와 관련된 업무를 자동화 및 효율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규제체계가 복잡하거나 거래량이 많아 소수의 인력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업무를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술 등을 활용해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도록 보조한다.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은행의 경영공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의 금융 사고는 총 57건으로 2022년(56건)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올해도 금융사고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NH농협은행은 109억 4700만원의 배임사고를 공시했으며, KB국민은행은 380억원대 배임 금융사고를 공시했다. 

IBK기업은행·우리은행·경남은행 등은 내부 직원의 대규모 횡령 사건이 발생하면서 내부통제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금융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금융권에선 레그테크 솔루션 확대 및 고도하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사는 자금세탁방지(AML·Anti Money Laundering)·여신·마케팅 등에 레그테크를 도입해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업무 효율성까지 높이고 있다.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은 방대한 자금세탁방지 업무를 빠르게 수행하기 위해 머신러닝과 빅데이터 기술이 탑재된 AML 플랫폼인 'CRUISE'를 구축했다. AML 시스템은 다양한 금융거래 데이터로부터 의심거래를 빠르게 포착해 필터링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담당직원은 이로부터 절약된 시간을 분석업무에 집중해 전체 AML 업무의 정확성을 제고하고 있다. 

미국의 JP모건은 대출 계약서 검토작업의 오류를 줄이기 위해 인공지능(AI)이 적용된 소프트웨어인 'COiN(COntract INtelligence)'을 도입했다. 이 소프트웨어는 기계학습으로 제작된 자연어 처리와 이미지 인식 기술을 활용해 법률 문서를 해석하고 주요 내용을 추출하는 작업을 자동화했다. 

독일의 'KfW IPEX-Bank'는 유럽연합(EU)의 신규 AML 관련 규제 대응을 위해 레그테크 플랫폼 업체인 'ACTICO'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관련 요구사항을 지원하고 있으며, 네덜란드 금융그룹인 'ING'와 호주 'CommBank'는 신속한 규제 대응을 위해 'Asecent'사(社)의 레그테크 솔루션을 도입해 유럽 보안 규정에 대한 검토와 분석을 약 2.5분 만에 완료하고 있다.  

이에 금융권의 레그테크 수요는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Fortune Business Insights)'에 따르면, 글로벌 레그테크 시장 규모는 올해 158억 2000만달러에서 연평균 약 24% 성장해 2032년에는 859억 2000만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은행권은 2018년 신한은행을 시닥으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KB국민은행 등이 일부 업무영역에 레그테크 기술을 도입해 AML과 이상거래탐지 등에 활용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정보보호 관리체계와 현장점검업무를 전산화하는 레그테크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자금세탁 위험도 측정모델, 이상행동탐지 ATM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AML 업무에 집중한 의심거래보고(STR) 고도화, 국외 AML 거래 모니터링 시스템 개선 등을 진행했으며, 우리은행은 AI 기반 이상거래탐지시스템,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시스템, 불완전판매 적발 시스템을 운영·개발했다. KB국민은행은 영업점 내부통제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AML 업무 지원 챗봇과 스마트시재관리기를 운영 중이다.  

금융권에서는 AI나 빅데이터 등 기반 기술의 발달로 레그테크 솔루션이 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포트폴리오 신용 위험 및 신용 인수 의사 결정 등으로 적용 분야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여신과 상품판매 등에 특화한 시스템 개발과 기존 프로그램의 업데이트도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김종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글로벌 주요 금융사는 레그테크 기업과 제휴하거나 지분투자, 인수 등을 통해 솔루션을 도입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금융사 역시 레그테크 고도화를 통해 금융 사고를 선제적으로 예방하며 신뢰도를 제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신기술을 활용해 내부통제의 신속화·객관화·효율화에 노력하고 있다"며 "규제 신설, 새로운 유형의 거래 등장 등 금융환경 변화를 고려해 레그테크 시스템의 고도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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