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이 아까울 정도로 떨어지는 행정력
논란 생길 때마다 고자세와 불통
사건 반복되어도 책임지는 사람 없는 단체
재건(再建)이 아니라 ‘혁신(革新)’이 필요한 때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체육기자들 사이에 국내 주요 스포츠 단체 가운데 대한축구협회가 가장 비정상적인 조직이란 말이 떠돈다. 축구를 담당하지 않는 기자들 사이에서조차 축구협회는 부조리가 많은 단체로 인식되고 있다.
비인기 종목 단체였다면 열악한 재정 상황과 폐쇄적인 인사 등으로 그 한계도 어느 정도 예상이 됐겠지만, 축구협회는 명실상부 야구와 함께 국내 1, 2위 인기를 다투는 축구 총괄 조직이다.
1933년 조선축구협회로 창립한 뒤 1948년 국제축구연맹(FIFA)에 가입하고 그해 대한축구협회로 명칭을 개정한 단체다. 창립한 지 벌써 90년이 넘었고 FIFA라는 세계 축구 제도권에 들어간 지도 무려 80년 가까이 된 거대 조직이다.
축구협회는 ‘대내외적으로 대한민국 축구를 대표하는 기관’이라고 자부하고 있지만 행정력, 대표팀 운영 등 면면을 보면 1876억 원(2024년 기준)에 달하는 예산이 아까울 정도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잡음이 끊이질 않은 조직이지만 그 범위를 최근 1년간으로 좁혀도 혀를 내두르게 된다.
지난해 승부조작 등 징계 중인 축구인 100명 기습 사면 시도 및 철회, 올 초 A대표팀의 카타르 아시안컵 4강 탈락, 위르겐 클린스만 A대표팀 감독 외유 및 이강인-손흥민 탁구 게이트 논란에 대한 책임 회피, 23세 이하(U-23) 카타르 아시안컵 8강 탈락으로 인한 2024 파리 올림픽 본선행 실패 등 1년 동안에도 굵직한 참사들이 많이 일어났다.
축구협회는 논란이 생길 때마다 고자세와 불통으로 일관해 왔다. 여론의 비판이 예상되는 등 불리한 상황에선 독단적인 판단으로 기자회견을 하지 않고 서면 공지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으며 사건이 터질 땐 홍보실에서 미디어의 연락을 일절 받지 않는 등 무대응 전략을 펼치기도 했다.
사건이 끊이질 않지만 책임을 지는 이들은 딱히 없다. 다른 조직이었다면 수차례나 바뀌었어야 할 수장 정몽규 회장을 비롯해 중책을 맡았던 정해성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 등 책임자들도 여전히 건재하다. 그야말로 ‘철밥통’이 따로 없다. 협회 정관의 날치기 개정, 잘못된 인사의 반복, 대표팀의 부진한 성적이 이어져도 책임지는 사람 한 명 찾기 어려운 미스터리한 조직이다.
이천수는 지난달 자신의 유튜브 채널 ‘리춘수’에 ‘이제 그만하고 내려오시죠’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고 “정몽규 회장,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 황선홍 U-23 대표팀 감독 3명이 무조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천수가 누구인가.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멤버 중 한 명이다. 사실상 국내 축구계 내부인이었던 이천수마저 축구 수장, 함께한 대표팀 코치, 선배를 저격하고 나섰다. 모두가 곪을 대로 곪은 한국 축구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국 축구에는 지금 재건(再建)이 아니라 ‘혁신(革新)’이 필요한 때다.
박종민 스포츠부 팀장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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