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의 국제 축구 외교 복귀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퇴 여론은 그에게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16일 태국 방콕에서 제34회 총회를 개최한다. 이번 총회에서는 AFC 집행위원 두 석에 관한 선거가 진행된다. 현재 이 자리는 공석이며, 당선인은 2027년까지 활동하게 된다. 집행위원회는 AFC 최고 의결 기구다. 총 30명으로 구성된다. AFC 회장 1명과 부회장 5명, 국제축구연맹(FIFA) 평의회 위원 6명(여성 1인은 집행위원 겸직)에 더해 집행위원 18명이다

이번 선거는 중앙아시아 지역 여성 후보와 동아시아 지역 후보를 각각 선출한다. 두 선거구 모두 단독 입후보 상태로 선거를 치른다. 정 회장은 동아시아 지역 선거구 단독 입후보자다. 정 회장의 당선은 한국 축구가 국제무대로의 복귀를 의미한다. 하지만 마냥 환영할 일은 아니다.

정 회장은 이전부터 국제 축구 단체 임원 당선을 위해 많은 움직임을 벌였다. 이번 AFC 집행위원 선거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내년 선거를 앞두고 단독 입후보해 집행위원 당선이 유력한 상황이다. 그가 집행위원이 되면 대한축구협회장 4선 도전의 길이 열린다.

대한축구협회 정관에는 “3선 이후에는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임원 예외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예외 조항인 국제 스포츠 임원의 자격을 가지고 있다면 심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축구 외교력에 한계를 가진 인물이다. 축구 외교력의 한계를 가진 정 회장이 국제 스포츠 임원의 자격을 얻기 위해선 단독 입후보한 AFC 집행 위원 선거에서 당선되는 것뿐이다. 그는 2017년 국제축구연맹(FIFA) 평의원으로 당선돼 2년 가까이 활동했다. 하지만 2019년 FIFA 평의원 낙선과 더불어 AFC 부회장직에서도 내려왔다. 2023년 선거에서도 5명을 뽑는 선거에서 7명 중 6위에 그쳐 낙선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6월 AFC 회장 직권으로 AFC 준집행위원 자격을 얻어 이번 선거에 정식으로 출마할 수 있게 됐다.

정 회장은 이번 출마로 비판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그는 지난 2월 1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발표하면서 “축구 대표팀을 운영하는 조직의 수장으로 저와 대한축구협회에 가해지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사과드린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내년 1월에 있을 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해 4선에 도전할지 묻자 "2018년도 대한축구협회 총회 당시 3연임으로 제한하는 정관을 바꾼 적이 있으나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승인하지 않았다. 이걸로 답을 갈음하겠다"며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얼핏 들으면 정 회장이 스스로 3선 제한을 제안했으니 4선에는 도전하지 않겠다는 뉘앙스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한다면 4선 도전에 이상이 없으므로 내년 축구협회장 선거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정 회장의 동태를 살폈을 때, 그의 4선 도전은 확실해 보인다.

한편, 정 회장은 들끓는 비판 여론을 뒤로한 채 14일 오후 방콕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5일에는 준집행위원 자격으로 집행회의에 참석, 16일 총회 결과를 기다릴 예정이다.

류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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