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권현원 기자] 지난해 말 금융당국으로부터 채권형 랩‧신탁 업무처리와 관련해 내부통제상의 문제점을 지적받았던 증권업계가 이번엔 부동산PF 임직원의 사익추구 행위가 적발돼 또다시 내부통제 관련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증권업계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신뢰 회복’을 중요 과제로 제시하며 변화를 추구할 방침이다. 이 같은 중권업계의 향후 행보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높아진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지난 10일 “5개 증권사에 대해 부동산 PF 기획검사를 실시했으며 임직원 사익추구 및 증권사 내부통제 취약점 등을 다수 확인됐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번 기획검사의 배경으로 “부동산PF 관련 수익 증가로 일부 증권사 임직원에 대한 거액의 성과급 지급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증권사 임직원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위법 부당한 사례가 발생했으며 관련 의혹․민원 등도 지속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그동안 증권사들이 저금리 기조 아래서 부동산 PF대출 및 채무보증 익스포저를 큰 폭으로 확대해 수익을 추구해 왔다고 보고 있다. 증권사 취급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6조 3000억원 규모로, 그동안 대출 잔액의 규모는 △2020년 말 5조 2000억원 △2021년 말 4조 6000억원 △2022년 말 4조 5000억원 등으로 변화해 왔다.
이번 기획검사를 통해 금감원은 부동산PF 관련 사적이익 추구행위 여부와 내부통제 및 업무 프로세스의 적정성 등을 집중 점검했다.
검사 결과의 주요 내용으로는 먼저 ‘임직원의 사익추구 행위’가 다수 확인됐다.
사례로는 PF 업무를 담당하며 사업장의 개발진행 정보 등을 지득하고, 본인 관계 법인을 경유해 시행사로부터 PF 사업수익 부당 수취한 사실이 적발됐다. 세부적으로 A증권사 임원은 토지계약금대출 취급과 브릿지론·본PF 주선 등을 수행하며 지득한 사업장 개발 진행정보 등을 이용해 해당 임원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법인을 통해 시행사 최대주주가 발행한 전환사채(CB)를 수천만원에 취득해 500억원 상당 가액에 매각함으로써 500억원 상당의 이익을 부당하게 수취했다.
또한 PF업무를 담당하며 사업장 수익성·안정성 등의 정보를 지득하고, 시행사 등에 사적금전대여를 통해 고리의 이자 편취한 것과 직무정보를 이용해 부동산을 직접 취득하고 부동산 매각 시 매수인의 자금조달과 관련해 소속 증권사가 CB 인수·주선을 수행한 사례도 있었다.
내부통제의 취약사례도 다수 드러났다. 일례로 B증권사 영업부는 PF 대출 취급 시 차주를 X사로 심사・승인 받았으나 실제로는 X사의 관계회사인 Y사와 대출약정을 체결했다. 영업부가 차주를 임의로 변경했음에도 심사부는 이에 대해 아무런 이견을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이 금감원 판단이다.
채무보증 의무 이행 회피를 위해 특수목적법인(SPC) 간의 자금 임의대차한 사례도 있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B증권사는 자산관리 중인 유동화 SPC의 자금이 부족해 유동화증권에 대한 채무보증(매입확약 등)을 이행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되자 다른 사업장의 유동화 SPC에서 자금을 임의로 차입하는 방식으로 채무보증 이행 의무를 회피했다.
이와 함께 시행사의 PF대출 용도 외 사용에 대한 통제가 실시되지 않은 사례도 적발됐다. B증권사 영업부는 부동산 개발 시행사가 최초 승인받은 자금사용 계획에 비해 PM용역비를 과도하게 지출하려 했는데도 자금지출 용도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다.
증권업계에서 내부통제 이슈가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내부통제 강화’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업계 내부에서도 내부통제 강화에 대한 ‘의지’ 자체는 확인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증권사 수장들의 신년사와 금융투자협회의 신년사에서도 이러한 뜻은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서유석 금투협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부동산PF 정상화 지원, 주가연계증권(ELS) 모니터링 강화 등 금융시장 불안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책무구조도 도입 등 금융회사 지배구조법령 개정에 맞춰 표준내부통제기준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자본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금융투자회사의 내부통제 역량 강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 한해 빛바랜 신년사가 되지 않기 위한 업계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는 시점이다. 금융당국 역시 앞으로 자본시장의 질서 및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신년사에서 올해 금융감독방향과 관련해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해 신뢰받는 금융시장을 만들겠다”며 “금융회사 내부통제의 실효성을 확보해 금융사고를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언급했다.
권현원 기자 hwkwon@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