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카드업계, 연체채권비율 상승…경계할 점은 ‘건전성·유동성 저하 속도’
캐피탈업계, 부동산PF 비중 높은 회사 중심 건전성 지표 저하 예상돼
올해도 금융시장 전반에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여전업권 역시 비우호적 영업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부동산PF 리스크 우려 등 건전성 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이에 따른 업계의 대응방안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연합뉴스
올해도 금융시장 전반에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여전업권 역시 비우호적 영업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부동산PF 리스크 우려 등 건전성 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이에 따른 업계의 대응방안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권현원 기자] 올해도 금융시장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여전업권 역시 비우호적 영업환경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부동산PF 리스크 우려 등에 따른 건전성 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이에 따른 업계의 대응방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카드사, 연체채권 비율 상승…“건전성·유동성 저하 속도에 유의해야”

먼저 카드업계의 경우는 연체채권과 연체채권비율이 상승하면서 건전성 지표가 저하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1개월 이상 연체채권의 규모는 2조 1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카드대란 시기였던 △2003년 3분기의 6조 4000억원 △2004년 3분기의 3조 3000억원 이후 가장 커진 수준인 것이다.

안소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 3분기 카드사의 건전성 지표는 저하됐다”면서도 “연체채권 규모보다는 연체채권비율로 건전성을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산업이 성장하면서 총 채권 규모가 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실제 2023년 3분기 대환대출을 포함한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1.6%로 2022년보다 0.6%p가 상승했다. 실질적인 부실채권의 현황을 보여주는 고정이하여신비율도 2022년 대비 0.4%p가 상승한 1.1%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안 연구원은 “평년 수준으로 보면 상단에 위치해 있으나 카드대란과 비견할 바는 아니다”며 “2003년 3분기 고정이하여신비율은 8.4%였고, 대환대출을 포함한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100%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카드사들의 건전성과 유동성의 저하 속도가 빨라진 점은 경계할 부분으로 지목됐다.

안 연구원은 “2023년 3분기 고정이하여신비율의 증가 속도는 2005년 3분기를 제외하면 가장 빠르다”며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의 증가 속도는 2003년 이래 가장 빠르다”고 지적했다.

2022년 대비 카드사 대출서비스 잔액의 증가 추이를 살펴보면, 금리가 낮은 카드론을 중심으로 상품 판매가 증가했다. 다만 이와 비례해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3분기 대환대출을 포함한 실질연체율은 1.6%이며, 이를 제외한 실질연체율은 1.2%다. 이는 대환대출에 기인한 연체율이 0.4% 가량(2022년 3분기: 0.2%) 되는 것이라는 안 연구원의 설명이다.

여기에 일부 기업의 실질연체율은 위험징후 수준인 2%를 상회하는 것으로 집계되면서 기업별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 원화유동성비율 역시 규제비율인 90%를 모두 상회하나 기업별 차별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안 연구원은 “여전사 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2022년부터 꾸준히 제기돼왔기에 당장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며 “다만 향후 대환대출 잔액 증가와 실질연체율의 증가가 만성적 부실로 이어지는지, 개별 기업이 비우호적 업황에 대응할 수 있는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캐피탈사, 부동산PF 비중 높은 회사 중심 건전성 지표 저하 예상

캐피탈사의 경우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PF 비중이 높은 회사를 중심으로 건전성 지표의 저하가 예상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에 따르면, 2023년 6월 말 기준 캐피탈사의 요주의이하여신은 9조5 000억원으로, 2022년 말에 비해 2조 2000억원이 증가했다. 건전성재분류 사유는 상당부분 부동산금융 내 기한이익상실(EOD) 발생, 공정률 대비 저조한 분양률, 인허가 지연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신평은 “정상으로 분류된 자산 중에서도 수 차례 만기연장을 통한 금융비용 부담확대와 공사비 상승분 반영 시 이미 사업성이 저하된 자산 다수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건전성이 저하된 부동산금융 비중이 높은 캐피탈사는 등급 하향압력이 거셀 것이다”고 전망했다.

특히 최근에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인한 부동산PF 리스크의 우려도 생기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한신평 측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이 캐피탈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태영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하는 사업장(본PF 및 브릿지)에 대한  캐피탈사의 간접적인 익스포져 규모는 7292억원(본PF 6001억원·브릿지론 및 부동산담보대출 129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태영건설에 대해서 보유하는 위험노출액(익스포저) 잔액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9월 말 기준으로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져를 보유하고 있는 각 업체들의 자기자본 대비 익스포져 규모는 평균 3.1%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신평은 “익스포져 대부분이 본PF인 상황에서 본PF 사업장의 52.3%가 엑시트 분양률을 초과했으며, 주거용 비중이 50.0%에 육박하는 점을 고려할 때 최종적인 상환가능성은 다소 양호한 것으로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태영건설 사업장의 사업성 저하로 건전성이 요주의 혹은 고정 등으로 분류된다 하더라도 추가적인 대손상각비 부담은 2023년 3분기 누적 캐피탈사 당기순이익 대비 평균 3.5%~10.5%로, 각 캐피탈사의 손실흡수력으로 감내 가능한 수준이다”고 예상했다.

다만 한신평은 “브릿지론 및 부동산담보대출은 인허가를 받지 못한 사업장이 69.4%를 차지하고 있어 일부 사업장에 대해서는 사업지연은 불가피할 것이다”며 “본PF 중 57.9%가 20% 이하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어 향후 개별 사업장에 대한 사업진행현황 및 회수 가능성에 대해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여신금융협회도 지난 4일 “캐피탈업계 PF 손실흡수능력이 충분하고 유동성도 양호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부동산PF 리스크 우려 진화에 나섰다.

여신협회는 “최근 캐피탈 부동산PF 시장은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 등의 사업여건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나 캐피탈업계 손실흡수능력과 재무건전성 등을 고려 시 충분히 감내할 수준이다”며 “지난해 9월 말 기준 총 자본은 33조 2000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등 손실흡수능력이 확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정이하 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125.2%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총자산 대비 부동산PF 대출 비율도 11.2%로, 지난해보다 감소하고 있는 등 재무건전성도 점차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3분기 부동산PF 대출의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이 증가한 것과 관련해서는 “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 장기화에 대비, 선제적이고도 엄정한 사업성 평가 등을 통해 해당 여신에 대해 약 1조원 수준의 충분한 충당금(준비금)을 적립하기 위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이는 캐피탈업권의 부동산 PF 시장 정상화를 위한 자연스러운 연착륙 과정으로, PF 대출 연체율 또한 대손상각 등 리스크 관리 강화로 상승 폭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유동성과 관련해서도 여신협회는 최근 여전채 시장이 점차 안정세로 회복 중이라는 설명과 함께 “PF리스크 증대 가능성에 대비해 높은 유동성 비율 유지 등 선제적 노력 병행 중이며 PF를 취급 중인 여전사가 대부분 지주계 계열회사로 대주주의 지원능력도 충분한 상황이다”고 밝혔다.

여신협회는 “캐피탈업권은 PF대주단 협약, PF정상화 지원펀드 조성 등 사업장 재구조화를 통한 정상화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다”며 “금융당국과 함께 PF리스크가 업권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충분한 충당금 적립을 통해 손실흡수능력을 강화하고 적극적인 부실채권 정리를 통해 건전성을 제고해 PF리스크를 적극적으로 축소해 나아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권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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