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미정’ 늘어난 반면 투자중 기업의 투자 규모는 증가
기업들, 투자 활성화 시점 ‘내년 하반기’ 가장 많이 꼽아
[한스경제=조나리 기자] 고금리·고환율과 대내외 불확실성 지속으로 국내 대기업의 절반 이상이 아직도 내년도 투자 계획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투자 계획을 수립한 기업 중에는 투자 확대를 전망한 비중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 기업별 사정이 확연히 대비됐다.
◆ 대기업 50%, 내년도 투자 계획 수립 못해
4일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4년 국내 투자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131개사)의 49.7%는‘내년도 투자계획을 수립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투자 계획이 없다’고 답한 비율도 5.3%였다.
투자 계획을 수립한 기업(45.0%)의 경우, 투자 규모와 관련해 61.0%가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수립했다’고 답했다. 이어 △올해보다 투자 확대(28.8%) △올해보다 투자 축소(10.2%) 순이다.
투자 계획이 미정인 비중은 지난해(38.0%) 대비 증가했으나, 투자 계획을 수립한 기업 중 투자 확대에 나서는 비중은 지난해(13.5%)보다 15.3%p 늘었다. 한경협은 이에 대해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지속됨에 따라 투자를 미루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면서도 “작년보다는 많은 기업들이 자사 경쟁력 제고와 미래 시장 대비를 위해 투자를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년에 투자 확대를 계획하는 기업들은 그 이유로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37.3%)를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으로 △내년 경제전망 양호(25.5%) △업황 개선 기대감(15.7%) △불황기 적극 투자로 경쟁력 확보(7.8%) 등이 뒤따랐다. 반면 투자 축소를 계획하거나, 투자 계획이 없는 기업(미정 포함)은 △불투명한 경제 전망(31.6%) △원가 상승 리스크 확대(26.6%) △금융시장 위축에 따른 자금조달 애로(14.3%) 등을 이유로 꼽았다.
◆ 기업들 “투자 활성화 시점, 내년 하반기 이후”
기업들은 투자 활성화 시점으로 내년 하반기 이후를 가장 많이 꼽았다. 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32.8%가 ‘2024년 하반기’라고 답했으며, 이어 △2025년 상반기(15.3%) △2024년 상반기(12.2%) 순이다.
내년 기업 투자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요인으로는 ‘고금리 지속’이 33.6%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고환율·고물가 지속(24.2%) △글로벌 경기 둔화(21.6%) △민간부채 위험(9.4%) 순으로 조사됐다.
한경협은 “물가가 최근 안정세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한국은행의 목표물가 수준(2.0%)을 상회하고 있다”라며 “이로 인해 당분간 고금리 기조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기업 투자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각종 규제들도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요인으로 작용되고 있다. 기업들이 투자 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시설투자 신·증축 관련 규제’(28.8%)로 조사됐다. 그 외에도 △ESG 규제와 관련한 지원 부족(18.1%) △신산업 진입 규제(14.0%) △R&D·시설투자 지원 부족(13.7%) 등이 지목됐다.
또한 기업들은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로 △금리 인하(28.8%) △법인세 감세 및 세제지원 강화(22.6%) △투자 관련 기업규제 완화(18.3%) △금융지원 확대(12.7%) 등을 꼽았다.
추광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경영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작년에 비해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기업이 늘어난 것은 고무적 조짐으로 해석된다”며 “제도적 개선을 지속하는 한편 기업들의 자금사정을 개선시킬 수 있는 금융․세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나리 기자 hansjo@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