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CJ·셀트리온·GC 진출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로 종명받고 있는 세포·유전자치료제(CGT)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세포·유전자치료제는 세포치료제와 유전자 변형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리보핵산(RNA) 치료제 등이 있다. 환자의 증상에 맞춰 세포를 배양하거나 조작하고, 유전자의 결함을 교정해 관련 작용을 억제·증폭한다.
업계는 세포·유전자치료제가 암을 비롯한 다양한 질병에 근본적인 치료 옵션을 제공하고, 유전병과 같은 난치성 질환을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의 빠른 성장도 눈길을 끈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 규모는 올해 94억 6000만달러(약 12조 6800억원)에서 오는 2027년 417억 7000만달러(약 56조원)까지 증가한다. 연평균 성장률(CAGR)은 44.1%에 달한다. 5년 만에 시장 규모가 4배 정도 불어나는 셈이다.
국내 기업의 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 진출도 잰걸음이다. GC셀은 고형암을 표적하는 CAR-NK세포치료제 ‘AB-201’의 다국가 임상시험 진행을 위한 사전작업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글로벌 헬스케어 서비스 기업 아이큐비아(IQVIA)와 계약을 체결했다.
AB-201은 HER2 과발현 유방암, 위암 등의 고형암을 표적하는 ‘오프-더-쉘프(Off-The-Shelf, 표준ᆞ기성품)’ 형태의 동결 보존 가능한 동종(Allogeneic) 세포·유전자치료제다.
현재까지 상용화된 CAR-T 세포치료제는 혈액암에만 한정돼 있고, 높은 제조비용과 긴 공정 기간(약 2~3주),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을 동반한 부작용 등으로 인해 시장 확장이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AB-201은 고형암에서 검증된 HER2 타깃 기전과 NK(자연살해)세포치료제의 높은 안전성을 기반으로 GC셀 자체기술을 통해 세포의 체내 지속성(persistence)을 증대시켰다. 또한CAR-T 대비 고효율의 생산성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동결 보존을 통해 언제든 환자의 필요에 따라 즉시 투여가 가능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셀트리온은 차세대 CAR-T 치료제 연구 기업 큐로셀에 투자했다. 이 회사는 CAR-T 세포의 기능 저하 원인인 면역관문수용체를 제거하는 오비스™를 개발했다. CAR-T 세포 기능을 강화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기술이다. 국내를 비롯해 해외 25개국에 특허 출원 절차가 진행 중이다.
오비스™ 기술을 적용한 큐로셀의 CD19 CAR-T 치료제 ‘안발셀(성분명 안발캅타진 오토류셀)’은 임상 2상에서 긍정적인 데이터가 확인됐다. 지난 6월 국제림프종학회(ICML2023)에서 발표된 중간결과에 따르면 안발셀은 4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에서 객관적반응률(ORR) 84%, 완전관해율(CRR) 71%를 나타냈다.
큐로셀은 연내 안발셀 임상 2상을 마무리하고, 내년 하반기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신청을 통해 상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SK팜테코는 미국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인 CBM를 인수했다. 지난해 1월 약 3억 5000만달러(약 4200억원)를 투자해 2대 주주로 올라선 데 이어 경영권 확보에 나선 것이다.
CBM은 세포유전자 치료제 단일 생산시설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인 6만 5000㎡의 시설을 건설 중이다. 이 중 약 2만 8000㎡를 완공해 바이럴 벡터 GMP(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 시설과 개발·분석 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내년이면 세포치료제와 세포·유전자치료제 원료인 플라스미드 GMP 생산시설도 구축된다. 이 경우 플라스미드부터 바이럴 벡터, 세포치료제 등 완제품까지의 개발·생산·분석 등 전 과정을 한 곳에서 제공할 수 있다.
향후 SK팜테코는 프랑스 세포·유전자치료제 자회사 이포스케시와 통합 운영을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포스케시는 지난 6월 세포·유전자치료제 제2공장을 완공, 유럽 최대 수준인 총 1만㎡ 규모의 시설을 확보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 5공장에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생산설비를 도입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2021년 인수한 네덜란드의 CGT CDMO 기업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를 관련 시장에 진출했다. 현재 축구장 2배(1만 2000㎡) 규모의 신규 공장을 준공 중이며, 내년 말 완공할 계획이다. 2024년 본가동이 되면 백신은 물론, 바이러스 벡터 기반의 유전자 치료제와 면역항암제 생산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기존 의약품 대비 복잡한 개발 과정으로 접근성이 어렵지만, 혁신기술만 확보한다면 국내 기업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동진 기자 bd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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