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 “재개 여부 논의 앞서 불법 공매도 근절·투자자 인식 개선 필요”
[한스경제=권현원 기자] 2차전지 관련주 공매도 잔고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며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공매도 전면 재개 시점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에선 공매도의 순기능을 언급하며 전면금지보단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운용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의 입장은 재개 이전에 불법 행위 근절이 우선이란 입장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차전지 관련주 공매도 잔고가 다시금 늘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이달 7일 기준으로 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엘앤에프·포스코홀딩스·포스코퓨처엠·LG에너지솔루션 등, 2차전지 관련주들의 공매도 잔고금액은 6조 1089억원을 넘어섰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에코프로의 경우, 1일 기준 1조 70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처럼 공매도 잔고가 증가하면서 주가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실제 에코프로는 9월 들어 하락세를 보이면서 11일 종가 기준, 100만원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증권가 역시 공매도 잔고가 늘어나는 종목 등에 대해선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특히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에 속한 종목의 경우에는 수급 동향이 매우 중요하다”며 “해당 지수에 속한 종목은 공매도 압력에도 노출돼 주가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매도 잔고가 늘어나거나 거래대금에 비해 공매도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종목에 대해선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 자본시장硏 “공매도 금지, 주식시장 가격효율성 떨어뜨리고 변동성 확대”
공매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공매도 전면 재개 시점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최근 공매도 금지는 국내 주식시장의 가격효율성을 떨어뜨리고 변동성을 확대시키며 시장거래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김준석·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매도 규제효과 분석’ 보고서를 통해 “공매도의 기능을 부인하기는 어려우며 전면금지와 같은 극단적인 접근방식보다는 그 기능을 유지하되 부작용을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추진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김준석·황세운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공매도 금지 전후 실증분석을 위해 공매도 금지 조치가 가격효율성, 유동성, 수익률 특성에 미친 영향을 차례로 검토했다. 보고서는 공매도 금지 전후 변화를 ‘거래비중 상위 20% 종목’과 ‘나머지 하위 80% 종목’으로 나눠 비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매도 금지 이전 상위 20% 종목은 하위 80% 종목에 비해 전반적으로 △가격효율성이 높고 △변동성이 작으며 △유동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룹에 코스피200 및 코스닥150지수에 편입된 종목과 시가총액 대형주가 많이 포함돼 있는 것과 연관된 결과라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이다.
그러나 공매도 금지 이후 상위 20% 종목의 △가격효율성은 저하되고 △변동성은 증가해 하위 80% 종목과 격차가 줄어들거나 역전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공매도 금지조치가 상위 20% 종목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내렸다.
또한 공매도 거래비중이 높았던 종목은 공매도 금지 이후 다른 종목에 비해 △변동성 △왜도 △첨도 △극단적 수익률 발생빈도가 모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수익률이 양(+)인 경우의 변동성과 극단적 양의 수익률 발생빈도에서 증가폭이 크게 나타나 공매도 제한이 주가의 과대평가를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다시 말해 공매도 거래는 주가의 급격한 상승이 나타났을 때 실행돼 주가를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해 왔음을 방증하는 결과이다"고 설명했다.
두 선임연구위원은 “전면금지의 경우, 부정적 영향이 명확하게 관찰된다”며 “공매도 전면금지 이후 가격효율성이 저하되고 변동성과 극단수익률 발생빈도가 증가하며 거래회전율은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공매도 전면금지에 따른 부정적 영향은 정보거래자의 감소뿐 만아니라 개인투자자 비중 증가와도 연관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이러한 부정적 영향에도 불구하고 공매도 금지조치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양의 초과수익률이 관찰된다”고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공매도 규제는 공매도의 경제적 역할을 충분히 고려해서 설계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김준석·황세운 선임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들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인식과 달리 공매도는 가격발견에 기여하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며 “공매도의 순기능을 부인하기 어렵다면 전면금지와 같은 극단적인 접근방식보다는 그 기능은 유지하되 부작용을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공매도 규제를 운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금융 당국 “공매도 재개, 고민하고 있지만…불법 공매도 먼저 근절돼야”
다만 현재로서는 공매도 전면 재개 시점을 쉽사리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 당국 역시 공매도 재개 시점 등에 대해선 고민 및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에 앞서 불법 공매도 근절과 투자자들의 인식 개선이 우선이란 입장이다.
김원태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지난 7일,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외국계 증권사 준법감시인 간담회’에서 “공매도에 필요성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여러 가지 논란이 있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향후 공매도 재개 등과 관련해 금융감독당국도 많은 고민과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공매도 재개 여부를 논의함에 앞서 우선 시장에서의 불법 공매도가 근절돼야 하고 공매도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을 개선시키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며 “금감원은 시장과 소통을 계속할 것이며 업계에서도 이러한 의지를 명확히 인식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권현원 기자 hwkwon@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