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SK텔레콤, 양자보안통신 상용화 앞장 ‘국제 표준’ 제정 나서
KT, 자체 개발 무선양자암호 전송 성공... 차세대 혁신 기술로 꼽혀
양자내성암호(PQC) 집중해 온 LG유플러스 ‘시장 선점 유리’ 평가
양자암호통신 글로벌 시장 규모 2022년 이후 연평균 39.8% 성장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6월 27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대한민국 양자과학기술 전략 보고회' 에서 '대한민국 양자과학기술 전략' 을 발표하고 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6월 27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대한민국 양자과학기술 전략 보고회' 에서 '대한민국 양자과학기술 전략' 을 발표하고 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스경제=조나리 기자] 양자보안통신(QSC, Quantum-safe communication) 기술은 양자컴퓨터(quantum computer) 등장으로 개발이 본격화됐다. 양자컴퓨터 등장으로 기존 암호기법의 안전성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전의 양자암호 기법으로 주로 사용됐던 RSA 알고리즘(비대칭키 기법)은 소인수 분해를 기반으로 하는데, 양자컴퓨터에서 쓰이는 쇼어 알고리즘(Shor's algorithm)에 의해 쉽게 무력화 될 수 있었다. 이에 공인인증서를 비롯한 기존 암호 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그 대안으로 양자보안통신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양자보안통신은 양자의 특성 중 하나인 불확정성과 복제가 불가능한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양자키분배(QKD)와 양자내성암호(PQC)기술이 있다. 양자키분배(QKD)는 하드웨어 방식으로, 송신자와 수신자가 각자 가진 양자키 분배장치를 활용해 암호키를 동시에 생성해 물리적으로 해킹이 불가능하다. 반면 양자내성암호(PQC)는 해독하는 데 수억년이 소요되는 복잡한 수학적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다. 소프트웨어로도 구현 가능해 양자키분배보다 저렴하고 확장성이 뛰어나다. 두 기술 모두 보안, 비용 효율 및 편리성 측면에서 상호 보완적인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 통신사들도 양자암호통신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SK텔레콤은 양자암호통신 글로벌 표준 제정 등을 비롯해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앞장서고 있다. SKT는 SK브로드밴드, IDQ 등과 함께 ETSI(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에서 각기 다른 제조사의 통신 장비로 구성된 양자암호망을 운용하는 것에 대한 표준 수립과 동시에 국가 시험망에서 실증을 완료하는 등의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현재 SKT는 양자암호와 양자내성암호를 통합해 관리하는 솔루션 연구를 진행 중이다. 양자암호키와 양자내성암호를 통합적으로 운영, 양자키분배 기술을 적용한 구간과 양자내성암호 기술을 적용한 구간을 연결해 전 통신 구간을 양자컴퓨터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구간에 두 기술을 모두 사용해 보안 강도를 극대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SKT는 양자내성암호 관련 글로벌 표준 기술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 알고리즘을 활용해 국내 최초로 미국, 일본, 싱가폴 등 국제망 VPN(Virtual Private Network: 가상사설망)에 양자내성암호를 상용화하기도 했다.

양자보안통신 예시 / SK텔레콤
양자보안통신 예시 / SK텔레콤

KT도 지난 6월 26~29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국제 양자기술전시회 ‘퀀텀 코리아 2023’에서 국내 최장거리의 무선 양자키분배 장치 시스템과 양자암호통신 서비스 등을 선보였다. KT는 지난해 5월 독자 개발한 무선 양자키분배 기술을 이용해 국내 최장거리인 1㎞ 구간에서 무선 양자암호를 전송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같은해 11월과 12월에는 각각 양자암호통신에서 양자 채널을 일원화하는 장비를 개발하고 제주국제대학교에 국내 통신사 최초 무선 양자암호통신망을 구축했다. 무선 양자암호통신은 위성과 이동체에도 양자암호통신을 제공할 수 있는 차세대 혁신 기술로 꼽힌다.

김영섭 KT 신임 대표는 지난 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막한 ‘모바일360 아시아태평양(M360 APAC)’ 콘퍼런스에서 “딥러닝에 기반한 초지능 로봇, 양자암호통신 등 새로운 방식의 통신이 녹아든 세상으로의 변화를 선점”하겠다고 밝혀, 앞으로도 양자암호통신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도 양자내성암호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정부는 전 국가 암호체계를 양자내성암호로 바꾸기 위한 연도별 이행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그간 SK텔레콤과 KT는 양자암호키분배 기술에, LG유플러스는 양자내성암호 기술 고도화에 초점을 맞춰왔다.

LG유플러스는 2019년 12월 서울대 산업수학센터, 크립토랩과 ‘유·무선 양자내성암호 분야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양자내성암호 기술의 실증사례를 늘려왔다. 2020년엔 세계 최초로 양자내성암호 기술을 탑재한 광전송장비(ROADM)를 개발하고, 디지털뉴딜 사업의 일환으로 산업분야 전용회선에 양자내성암호 기술을 적용했다. 지난해 4월에는 양자내성암호 전용회선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출시, 금융기관과 게임·플랫폼·IT 기업 등을 대상으로 B2B 사업을 추진했다.

양자암호통신 시장은 고속 성장이 예견되고 있어 국내 이통사들의 기술 경쟁이 앞으로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2023 국내외 보안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양자암호통신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2년 이후 연평균 39.8% 성장해 2030년에는 24조5793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같은해(2030년) 관련 시장 규모를 100조원으로 보기도 했다.

조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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