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올해 2분기 퇴직연금 적립금 345조…지방은행 8조원 그쳐
업계 “지방은행 특성상 규모 늘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왼쪽부터)BNK부산은행·경남은행, DGB대구은행, 광주은행. /각 사
​(왼쪽부터)BNK부산은행·경남은행, DGB대구은행, 광주은행. /각 사

[한스경제=권현원 기자] 퇴직연금 적립액의 규모가 345조원을 넘긴 가운데 디폴트 옵션이 본격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각 금융업권간 경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다. 특히 은행권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지방 소재 은행들은 좀처럼 존재감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는 태생적 한계를 지목한다. 지방은행 특성상 고객 유치 등, 규모를 키우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공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전 금융권 퇴직연금(확정급여형(DB)·확정기여형(DC)·개인형 퇴직연금(IRP)) 적립금은 345조 814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에 비해 4.25%가 늘어난 수준이다.

이 중 은행권 적립금은 179조 3882억원으로 전체 금융권의 적립금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여전히 시장의 강자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2분기 적립금 규모는 △신한은행 36조 7475억원 △KB국민은행 33조 6491억원 △하나은행 29조 4897억원 △우리은행 21조 3034억원 △NH농협은행 19조 741억원 등이다.

은행권은 본격적으로 시행된 디폴트 옵션 적립금 규모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금감원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디폴트옵션 상품 판매·운용실적 공시에 따르면, 2분기 기준으로 신한은행이 총 3333억원의 적립금을 모아 1위를 차지했으며 △KB국민은행 3118억원 △하나은행 1476억원 △NH농협은행 1203억원 △우리은행 636억원의 적립금 을 기록했다. 은행을 제외한 상위 10개 기관에는 △미래에셋증권(414억원) △삼성증권(336억원) △KB증권(92억원) 등이 있다.

반면 퇴직연금 시장에서 지방은행들의 존재감은 시중 은행에 비해서 다소 떨어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올해 2분기 기준, 지방은행(BNK부산·경남·DGB대구·광주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8조 2314억원으로, 전체 은행권에서 5% 미만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은행별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BNK부산은행 2조 5504억원 △BNK경남은행 1조 7885억원 △DGB대구은행 2조 3292억원 △광주은행 1조 5633억원 등이다.

전북은행의 경우, 자산 관리 기능만 하고 있어 비교공시 의무에서 제외됐다는 설명이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운영 관리 업무는 삼성생명과 미래에셋증권에 위탁하고 있고, 은행에서는 자산 관리 업무만 하다 보니 공시 의무 대상이 아닌 것으로 안다”며 “운영 관리를 하는 기관에 대해서 비교공시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발표된 정부의 우수 퇴직연금사업자 발표에서도 지방은행은 여전히 낮은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31일 고용부와 근로복지공단은 ‘2023년도 우수 퇴직연금사업자’를 선정해 발표했다.

우수 퇴직연금사업자 평가는 고용부·근로복지공단이 2018년부터 매년 퇴직연금사업자의 성과 및 역량을 평가해 상위 10% 우수 사업자를 선정해 발표하는 제도다. 이번 발표에서는 △하나은행 △KB손해보험 △미래에셋증권이 각 업권별 우수상에 선정됐으며, 한국투자증권이 특별상을 수상했다.

지방은행 중에는 BNK부산은행이 ‘적립금 운용역량’ 부문에서 우수사례로 소개되며 체면치레를 했다. BNK부산은행은 △부산시 초중고(486개교) 무기계약직 퇴직연금을 일원화해 우량상품 제공, 수수료할인 △버스조합을 통합해 자산운용사에 위탁관리(OCIO)하는 등, 소규모 가입자를 통합해 서비스를 확대했다는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업계에서는 지방은행의 태생적 한계를 언급한다. 지방 특성상 퇴직연금 사업의 비중 등을 확대해 나가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설명이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아무래도 퇴직연금 규모가 은행 쪽에서도 지방은행은 특히나 규모가 굉장히 작은 편이다”며 “특정 한 은행이 아니라, 모든 지방은행이 대부분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 분들이 노후 자금이라는 인식이 강한 퇴직연금 특성상 자산 확대에 대한 생각이 있으신데 이 때문에 시중은행, 보험·증권사에 좀 더 기대감을 가지고 계신 것 같다”며 “물론 저희도 고객들에게 운용 방식 등이 대동소이하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지만, 인식 자체가 변하고 있지는 않은 상태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지방은행 관계자도 “지방은행이 지역 중소기업 대상으로 거래하다보니 상대적으로 거래처가 중소기업이 많다”며 “그렇다보니 대기업·중견기업 이상과 주 거래하는 은행과는 직원 수 등에서 차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거래처도 크게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 아래, 이러한 차이는 쉽게 따라잡거나 할 수 있는 건 아닐 것으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권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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