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데스벨리, 한낮 기온 53도 달해
아시아도 이상기후에 곤...韓, 잠시 주춤한 장마에 폭염 찾아와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세계 곳곳이 기후위기 직격탄을 맞았다. 남유럽 내 이탈리아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그리스는 산불로 시름을 앓고 있다. 아시아 내에서도 한국과 일본은 폭우에, 중국은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우려했다.
◆ 伊'46도'·美 '53.3도'...폭염에 들끓는 지구촌
기록적인 폭염을 겪는 이탈리아와 미국 캘리포니아 등은 정부 차원에서 낮 야외 활동을 자제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CNBC·가디언 등이 인용한 이탈리아 날씨 뉴스 서비스 메테오잇(Meteo.it)에 따르면 현재 사르데냐섬와 시칠리아섬는 낮 최고기온이 46도에 달했다. 지난 2021년 8월 시칠리아의 역대 최고기온은 48.8도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탈리아 기상학회는 극한 폭염을 지칭하는 '케르베로스 폭염'이라는 단어를 만든 지 일주일 만에 또 다른 무더위를 일컫는 '카론 폭염'을 만들었다. 카론은 그리스 신화에서 영혼을 지하 세계로 운반하는 뱃사공을 가리키는 말로, 극한 더위를 지옥 뱃사공에 빗댄 것이다.
현재 이탈리아 당국은 수도 로마를 비롯해 볼로냐·피렌차 등 16개 도시에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무더위로 노약자 등을 포함한 전 국민 건강에 심각하게 영향을 미칠 경우 발령하게 된다. 향후 23개 도시로 확대 발령될 가능성도 높다.
오라치오 스킬라치 이탈리아 보건장관은 "43도에 콜로세움을 방문하는 것은 특히 노인들에게 바람직하지 않다"며 "오전 11시에서 오후 6시에는 실내에 머물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고기압 영향으로 폭염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레딩대학교 교수인 한나 클로크는 "남유럽 상공을 부풀린 뜨거운 공기가 이탈리아와 주변 국가들을 거대한 피자 화덕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클로크 교수는 "아프리카에서 밀려온 뜨거운 공기는 제자리에 머무르며 고압 조건을 갖춰 바다, 육지 및 공기에 열을 계속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페인도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넘겼다. 스페인 기상청은 마요르카, 아라곤, 카탈로니아 등의 최고기온은 44도에 이를 것이라며 극심한 더위에 경고했다.
미국에서 가장 덥기로 유명한 캘리포니아 데스벨리 역시 무더위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최근 데스밸리의 낮 최고기온은 53.3도를 기록했다. 과거 1913년 7월 데스밸리의 최고 기온인 56.7도에 달하는 수준으로, 이때 기온은 지구상 역대 최고기온으로 기록되고 있다.
미국 기상청은 최소 이번주까지 이 같은 기온이 계속될 것이라며 "밤중 최저 기온도 32도 이상인 열대야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앞으로 폭염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 기록이 깨질 수 있다고 봤다.
◆ 폭염에 산불까지...이중고 겪는 그리스·스페인
이탈리아가 불볕더위와 씨름하고 있는 사이 같은 지중해 나라인 그리스는 폭염에 산불까지 겹치며 최악의 여름을 보내고 있다.
극심한 폭염으로 지난 14~15일 동안 아테네 아크로폴리스를 일시 폐쇄했다. 그리스 기상청은 오는 20일부터 일주일가량 41도 이상의 기온을 예측했다.
건조한 날씨 탓에 아테네에서는 두 건의 산불이 연달아 발생했다. 강풍을 타고 산불이 번지면서 인근 해안 마을을 휩쓸었다.
스페인과 스위스도 산불로 곤혹을 치렀다. 카나리아 제도의 스페인 라팔마섬에서는 건조와 폭염으로 인한 산불이 4600헥타르의 산림을 태웠다. 이로 인해 약 4000여 명이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에서는 산불이 번지자 경찰은 산간 마을들에 대피령을 내렸다. 소방대원 150여 명의 소방대원이 급파됐고, 당국은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 폭우 끝나면 폭염...아시아도 이상기후에 '시름'
한국과 일본은 폭우로, 중국은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내 폭우 피해는 어마어마했다. 지난 13일부터 쏟아진 폭우로 인한 사망·실종자가 지난 2011년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9일 오전 6시 기준 사망자는 44명, 실종자 6명, 부상자 35명으로 집계됐다.
19일 오전 장마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전국 대부분 지방에 폭염이 찾아왔다. 특히 습도가 높은 탓에 내륙 중심으로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북부 아키타현에 강한 폭우가 쏟아졌다. 며칠새 쏟아진 강우량은 예년 7월 한달 강우량보다 많은 수준이다. 북부는 폭우에 시달렸던 반면 도쿄 등 수도권은 37도에 달하는 무더위가 이어졌다. 특히 도쿄에서만 열사병으로 하루 동안 70여병이 병원에 실려갔다. 이에 일본 기상청은 32개현에 열사병 경계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중국도 북서부 싼바오 지방의 낮 한때 기온이 52.2도까지 오르면서 전국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심지어 중국 북서부 신장 위구르의 한 관광지 지열은 80도에 달했다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전했다.
◆"극단적 날씨, 동시에 세계 모든 곳 강타"
전문가들은 여름철 폭염과 폭우, 산불은 이상기후에 따라 발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클로크 교수는 "해수면 상승·해빙·극심한 폭염·폭우·산불·가뭄·홍수 등이 세계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1976년 영국이 무더운 여름을 보낸 것과 달리 다른 지역에서는 다소 선선한 여름을 보냈는데, 이젠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극단적인 날씨는 점점 더 동시에 세계 모든 곳에 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대학교 교수인 사이먼 루이스는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기후시스템에서 (지구온도가) 1.2도만 높아져도 발생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정책들은 전 세계적으로 2100년까지 (산업화 대비) 2.7도에 도달하도록 하고 있다. 정말 무서운 일"이라고 경고했다.
루이스 교수는 지난해 세계 최고의 기후 과학자들이 발표한 주요 UN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현재 글로벌 리더들은 기후위기를 지연시키는 행동을 한다며 "(이런 행동은)살아 있는 미래를 보장하기 위한 빠르게 닫히는 창을 놓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루이스 교수가 인용한 UN보고서는 기후 비상사태가 전 세계의 자연과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보고서는 지구 온난화를 멈추기 위해 온실 가스 배출량을 신속하고 지속적으로 줄일 것을 촉구했다.
정라진 기자 jiny3410@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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