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기후학자' 제임스 한센, 80년대 美의회서 기후위기 경고
극단적 여름 날씨 겪을 확률, 1→20% 증가
1980년대부터 지구 온난화와 기후위기를 경고한 세계 기후학자가 "앞으로 더 나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1980년대부터 지구 온난화와 기후위기를 경고한 세계 기후학자가 "앞으로 더 나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40여 년 전 이미 '기후위기'를 예견한 기후학자가 "세계는 지금 새로운 기후 프런티어(경계)"에 접근하고 있다며 기후위기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19일(현지시간) 가디언은 세계 기후학자 제임스 한센이 최근 과학자 2명과 함께 발표한 성명을 다뤘다. 한센은 1980년대 미국 상원의원들 앞에서 지구 온난화에 대해 최초 폭로한 인물로, 기후위기를 처음 경고했다.  

한센이 발표한 성명에는 "세계는 지난 100만년 동안 겪어 본 적 없는 과열된 기후를 맞이하고 있다"며 "어느 시점보다 기온이 높은 '새로운 기후 프런티어'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1980년대 온실효과가 더 강한 태풍과 열파, 가뭄 등의 영향을 가져왔다고 비판했다. 

현재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이미 1.2도 상승, 파리협정에서 합의한 '1.5℃ 상승 제한'에 거의 다다랐다. 한센은 "현재 북반구의 많은 지역에서 볼 수 있는 극단적인 여름 날씨를 겪을 확률이 50년 전 1%에서 현재 20%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만이 기후위기를 늦출 수 있는 방법이라고 재차 강조했지만 세계 어디서도 경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온실가스 양을 줄이지 않는 한 훨씬 많은 것들이 나타날 것"이라며 "엄청난 후폭풍은 손자들이 겪고 있다. 우리는 (기후위기가) 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앞서 한센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기후학자로 활동하면서 지구 온난화의 가속화에 대해 국회의원들에게 경고했다. 이후 지구 온난화 배출량 감축에 대한 조치가 없는 점을 비판하기 위해 수 십 년 동안 환경 운동가들과 함께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실제 기후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세계 곳곳이 기록적 폭염과 폭우를 겪고 있으며, 최근 폭염과 건조함에 시달리던 그리스와 스페인 일부 지역에서는 산불까지 겹치는 악재가 발생했다. 연일 40도가 훌쩍 넘는 최고기온에 이탈리아 정부는 야외 활동 자제 권고를 내리기도 했다.  

아울러 세계기상기구(WMO) 등에서 올해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름 시작 전부터 이미 덥기 시작했고, 이달 초에는 세계 평균 기온이 17도를 넘어서면서 나흘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한센은 "과학자들이 명확하게 소통하지 않았다. 더 지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지도자를 선출하지 않았다는 점에 실망감만 높였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기후위기에 대한 세계 각국의 신중하고 소극적인 대응이 위기를 키웠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한센은 "우리는 저주받은 바보"라며 "(기후위기를) 믿기 위해서는 맛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충분히 정책으로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음에도 국가들이 나서지 않는 점을 콕 집어 말한 것이다. 

그럼에도 한센은 올해가 평범하거나 온화한 해로 간주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황은 더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한센은 "(기후변화) 상황은 나아지기 전에 더 나빠질 것"이라며 "올해는 특정 장소에서만 극심한 더위가 반복되지 않았다. 지구 평균 기온은 올라갈 것이며, 더 많은 극한 현상을 포함해 기후 모델은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학계에서는 극단의 날씨를 경험하는 이유 중 하나로 '엘니뇨'를 꼽는다. 기후변화에 엘니뇨라는 자연현상이 더해지면서 폭염과 폭우 등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동료 검토 과정(peer reviewed paper)을 거치지 않은 논문에 따르면 온도를 높이는 데 일조하는 엘니뇨와 같은 자연 변화도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한센은 "태양으로부터 들어오는 에너지의 양과 지구에서 반사되는 에너지의 양이 전례 없는 불균형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에는 이견이 존재한다. 펜실베니아대학교 과학자인 마이클 만은 "(온난화의 가속화에 대한) 증거가 없다. 다른 사람들은 이 주장이 그럴듯하다고 말하지만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퍼듀대학교의 고기후학 전문가 매튜 후버 역시 "온난화의 가속화를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도 "확실하게 (온난화가) 감소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지구 온도가 온난화 때문에 상승하고 있다는 것에는 대부분 동의했다. 과학자들은 빙핵·나무·나이테·퇴적물 등에서 수집한 증거를 기반으로 재구성한 연구 결과, 지구 온도가 마지막 빙하기 이전인 12만5000년 전 이후로 지구에서 볼 수 없던 수준까지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럿커스대학교의 기후학자 밥 콥은 "우리는 이미 인간이 살았던 적 없는 기후에서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농업 탄생 전부터 인간이 살지 않은 기후에 살고 있음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후버는 지구 온도가 1도 이상 더 상승한다면, 배출량이 급격하게 감소하지 않고서는 세기 말까지 기후 위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후버는 한센이 35년 전에 전달하려 시도했던, 이후 많은 과학자들이 전달하려 노력했던 메시지를 공개했다. 그는 "사람들이 겪는 것을 보는 건 너무 고통스럽다"며 "그러나 상황이 심각하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여기(기후위기)가 투자하고 변화하고 혁신해야할 곳"이라고 강조했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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