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대전 스쿨존 사고 이어 수원에서도…‘민식이법’ 도입 3년, 실효성 의문
AXA손보, 운전자 47% “민식이법 실효성 떨어져” 응답…“보완 필요해”
전문가 “처벌강화 능사 아니다…운전자 경각심 일깨우는 제도 병행해야”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의 한 사거리에 전날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시내버스에 치여 숨진 초등학생을 추모하는 시민들이 놓고 간 꽃과 장난감./ 연합뉴스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의 한 사거리에 전날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시내버스에 치여 숨진 초등학생을 추모하는 시민들이 놓고 간 꽃과 장난감./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수연 기자] “언제까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죽고 다쳐야하고 그 가족들이 고통 속에 살아야 합니까”

지난 12일 경기도 수원시 호매실동 스쿨존에서 신호를 어기고 우회전 하던 버스에 치여 숨진 초등학생 조 씨의 아버지가 국민동의청원에 올린 ‘스쿨존 내 음주운전, 신호위반 사고 엄중 처벌 요청에 관한 청원’의 일부분이다. 해당 청원은 올린 지 5일 만인 17일 기준 약 2만5000명의 동의를 얻었다.

지난 10일 조 씨는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의 한 스쿨존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우회전하던 버스에 치여 숨졌다. 해당 버스의 운전자는 적색 우회전 신호에서 정지하지 않고 시속 10~20km의 속도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8일 대전의 한 스쿨존에서도 음주운전을 하던 운전자가 인도로 돌진해 초등생인 배 양을 치여 숨지게 한 바 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 게시된 '스쿨존 내 음주운전, 신호위반 사고 엄중 처벌 요청에 관한 청원' ./ 국회 국민동의청원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 게시된 '스쿨존 내 음주운전, 신호위반 사고 엄중 처벌 요청에 관한 청원' ./ 국회 국민동의청원

스쿨존 어린이 교통사고 감소 취지로 개정된 이른바 ‘민식이법’이 도입된 지 3년이 됐지만 여전히 스쿨존 사고는 줄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민식이법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AXA손해보험이 19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 1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2년 운전자 교통 안전 의식조사’에 따르면 과반에 가까운 47%의 운전자가 ‘현재 시행되고 있는 민식이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민식이법은 도입된 지 3년이 지났음에도 어린이 교통사고 감소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의 ‘어린이 교통사고 현황’에 따르면 2019년 567건에서 2020년 483건으로 감소했지만 2021년 523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민식이법 도입 이전인 2017년 479건과 비교해도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내지 못한 것이다.

◆ 안전시설 설치부터 음주운전자 신상공개까지…줄줄이 이어지는 법안

민식이법의 보완 및 스쿨존 내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형벌 강화 등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과 이병훈,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방호울타리 등 안전시설 설치를 의무화해 어린이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김기현,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은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운전자가 차량에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 등을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장치 구입 및 설치비용은 음주운전자 본인이 부담하도록 했으며 장치를 무단 해제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민형배 무소속 의원은 지자체의 시장 등이 어린이보호구역 지정과 해제 검토, 어린이보호구역 설치 시설 또는 장비 점검, 교통안전 강화 업무 수행 등을 위한 ‘어린이 보호구역 안전위원회’ 설치‧운영하도록 하는 법안을 대표발의 했다.

이 외에도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이 운전면허 취소 시 위반 횟수, 교통사고 발생여부, 인명사고 후 조치 여부 등에 따라 운전면허 결격기간을 현행 1~5년에서 2~10년으로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고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어린이보호 구역에서 음주운전 등으로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 “형량과 처벌 강화만이 능사아냐…근본적 해결책 필요해”

현행 ‘민식이법’은 스쿨존 내 안전운전 의무 부주의로 사망이나 상해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 대한 가중처벌하고 있다. 하지만 형벌강화에도 불구하고 민식이법의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오르자 ‘형량 및 처벌 강화에만 치우친 법안이 능사인가’라는 의구심도 든다.

전문가들은 “형랑과 처벌만을 강화해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형량을 올리고 민식이법을 도입해도 빈번하게 스쿨존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 문제인데,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단순히 법을 만든다고 사고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런 법들이 없는 것 보다야 낫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며 “스쿨존을 대하는 태도에 경각심이나 어린이보호 인식 등이 부족한 것이 문제인데,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과정에서부터 이런 태도가 몸에 베일 수 있도록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지 형량만 높이는 법안을 발의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가장 쉬운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며 “법을 만들 때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능사 해결책은 아니다. 법의 형량은 결국 사법부가 정하는 것인데, 형량을 얼마나 올려야 사고가 나지 않겠는가”라며 “현실적은 대책들을 마련해서 운전자들이 경각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현재 스쿨존을 달릴 때 속도를 감지해 표시하는 장치가 있지만 운전자가 규정 속도를 넘었을 때 ‘30km 이상 달리고 있다’는 경고 방송이 나오고 속도를 어길 경우 그 자리에서 바로 10만원~20만원의 벌금을 자동 부과하는 등의 제도‧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박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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