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성남, 수원FC전 2-1 승리
경기 전 팬들, 연고 이전 및 해체 반대 서명 운동 동참 호소
경기 중에는 걸개 활용해 메시지 전달
성남FC 팬들은 홈 관중석에서 총 10개의 걸개를 활용해 메시지를 전달했다. /연합뉴스
성남FC 팬들은 홈 관중석에서 총 10개의 걸개를 활용해 메시지를 전달했다. /연합뉴스

[성남=한스경제 강상헌 기자] K리그1(1부) 성남FC의 선수단과 팬들은 거친 비바람이 불어도 서로의 손을 놓지 않는다. 서로가 존재의 이유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성남이 힘겨운 8월을 보내고 있다. 줄곧 리그 최하위에 머물며 K리그2(2부) 강등 위기에 내몰렸다. 여기에 구단 매각설 등 각종 루머의 외풍까지 시달리고 있다. 24일엔 김남일(45) 감독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지휘봉을 내려놔 어수선한 분위기가 배가 됐다.

28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수원FC전은 김남일 감독 사퇴 후 첫 홈 경기였다. 경기 전 분위기도 사뭇 달랐다. 팬들의 뜨거운 응원 소리가 아닌 서명 운동에 동참해달라는 간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남 구단 연합서포터즈 그룹 ‘블랙리스트’는 이날 ‘성남FC 연고 이전 및 해체 반대 서명 운동’을 벌였다. 확성기를 들고 성남의 현재 처한 상황을 호소하며 서명운동 동참을 부탁하기도 했다.

서명 운동 현장에서 만난 정의현 성남 서포터즈 블랙리스트 단장은 “처음에 구단과 관련된 여러 가지 루머를 접했을 때는 와 닿지 않았다. 연고 이전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재희 황기청년단 소그룹 단장은 “아주 당황스러웠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심정으로 서명 운동을 하러 나왔다. 저희 팬들이 이렇게 반대하고 있다는 걸 최대한 성남시에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남FC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홈 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연합뉴스
성남FC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홈 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연합뉴스

경기가 시작된 뒤 선수단이 그라운드에서 투혼을 발휘하는 동안 팬들도 관중석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OUR TEAM, OUR HOME, OUR CITY’, ‘#연고 이전 반대 #성남FC 해체 반대’ 등 총 10개의 걸개를 활용해 메시지를 전달했다. 팬들의 진심 어린 응원과 열띤 함성을 등에 업은 성남은 달랐다. 선수들의 눈빛에는 비장함이 서려 있었다. 그 결과 2-1 승리를 거머쥐었다. 홈 팬들 옆에서 연패의 사슬을 끊어냈다.

경기 뒤 만난 팀 내 최고참 김영광(39)도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경기 후 많이 울컥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너희는 경기에만 집중해 팀은 우리가 지킬게’라는 걸개를 봤다. 팬들이 저희를 걱정해주시는 걸 많이 느끼고 있다. 항상 응원해주시는 팬 분들께 정말 고맙고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라며 “경기에서 패한 날에는 울고 계신 팬 분들이 많다. 저는 그럴 때마다 도저히 쳐다볼 수가 없다. 그래도 수원FC전은 이겨서 많이 웃으시더라. 앞으로 이런 일이 많으면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

경기가 끝난 뒤 한 시간가량이 지났지만, 팬들은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팀 버스 앞에서 선수들을 기다렸다. 선수들이 나오자 환호성을 내질렀다. 선수들은 웃으며 팬들의 사랑에 화답했다. 모두가 그 순간을 즐겼다. 이런 구단을 어찌 외면 할 수 있을까.

강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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