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광주 사고 이후 첫 주총...일부 주주 따가운 비판
주총 전 논란됐던 안건 표결 주장에 수차례 투표
시민단체 등 일부 주주 요구, 모두 실패
29일 열린 HDC현대산업개발 주주총회장에 모인 주주들이 주주총회가 시작하길 기다리고 있다. / 서동영 기자
29일 열린 HDC현대산업개발 주주총회장에 모인 주주들이 주주총회가 시작하길 기다리고 있다. / 서동영 기자

[한스경제=서동영 기자] "표결합시다."

창사 이후 최악의 위기에 처한 HDC현대산업개발 정기주주총회장에 여러 번 울려 퍼진 말이다. 첨예했던 몇몇 안건으로 인해 결국 수차례 표결까지 가야 했고 이번 주총은 3시간이나 걸려 끝나게 됐다. 

2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HDC현산 정기주총장엔 평소보다 몇 배나 많은 120여명의 주주가 몰렸다. 

어느 때보다 사태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 이후 첫 주총이다. 전날엔 국토교통부가 HDC현산에 대해 사고 책임을 묻겠다며 건설업 등록말소 또는 1년 자격정지를 서울시에 요청하겠다고 발표했다. 

자칫하면 회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주총장을 휘감아 돌아 분위기는 무거웠다. 의장으로서 주총을 주재한 권순호 HDC현산 대표이사가 주가하락으로 인한 주주 피해보상 여부에 대해 "일단 회사부터 살리는 것이 먼저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주총 초반 마련된 질의응답 시간부터 일부 주주의 날카로운 질문과 따가운 비판이 쏟아졌다. 주로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에서 나온 이들이 마이크를 잡았다.

한 주주는 "매뉴얼대로 했다면 사고가 났겠는가. 그래 놓고 임직원들이 사기가 저하됐다는 변명을 해도 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한 변호사는 "이사회가 견제와 감시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하는데 단기적 이익에 매몰돼 품질과 안전을 도외시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주는 "회사가 존폐의 위기에 처했는 데 책임지는 이가 없다"고 말했다. 

권순호 대표이사를 비롯한 HDC현산 관계자들은 사과를 하면서도 사고 수습을 위한 회사의 노력을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 애썼다.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가 주주총회에서 주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다. / 서동영 기자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가 주주총회에서 주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다. / 서동영 기자

긴 질의응답 이후 이어진 의안 의결 역시 빠르게 끝나지 않았다. 이번 주총에 올라온 의안 중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선임건, ESG 권고적 주주제안이 이날 주총의 뜨거운 감자였다. 

최근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사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유병규 사장과 정익희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임명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네덜란드 연금투자회사 APG가 요구한 권고적 주주제안을 HDC현산이 거부한 점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주총에서도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같은 비판을 쏟아내며 안건에 대한 표결을 요구했다. 

투표는 전자투표가 아니라 주주로부터 투표용지를 받아 관계자들이 직접 확인하고 집계하는 수개표 방식. 그러다보니 주총은 길게 늘어지게 됐다. 

권순호 대표이사는 "투표를 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여기 많은 주주가 반대하는 만큼 기립으로 찬반을 가리거나 반대표를 의사록에 적는 건 어떻겠냐"고 물었다. 실제로 주총장에선 "의장 제안대로 진행합시다"라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표결 요구 측에선 "그렇게 절차를 지키지 않아 사고가 난 것 아니냐"며 반대했다. 결국 유병규 사장 사내이사 선임건, 권인소 카이스트 교수 사외이사 선임건, 권고적 주주제안건 등이 투표를 통해 찬반이 가려졌다. 

결과는 권고적 주주제안을 뺀 나머지 모든 안건이 찬성 통과됐다. 시민단체 포함 일부 주주가 원했던 결과는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길었던 주총은 결국 마무리됐고 주주들은 잔뜩 진이 빠진 얼굴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서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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