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현대모빌리티재팬, 승용차 시장 진출 발표회 진행
전기·수소차 앞세워 100% 온라인 판매로 차별화
일본 전기차 추격과 아이오닉5 차체 크기는 변수
현대 '아이오닉5'. /사진=현대자동차
현대 '아이오닉5'. /사진=현대자동차

[한스경제=김정우 기자] 현대자동차가 ‘수입차의 무덤’으로 불리는 일본 시장에 13년 만에 다시 진출한다. 친환경 전기차, 온라인 판매 등을 앞세운 일본 자동차업계와의 차별화 전략이 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대차 일본법인인 현대모빌리티재팬은 8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에서 ‘2022 현대차 기자발표회’를 열고 현지 시장 재진출 계획을 발표한다. 현대차는 올 들어 일본법인 명칭을 현대자동차재팬에서 현대모빌리티재팬으로 변경하고 일본법인에 승용차 마케팅 관련 부서를 설치하는 등 조직 정비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2001년 일본에 진출했다가 실적 부진으로 2009년 버스 등을 제외한 대부분 사업을 철수하는 고배를 마신 적이 있다. 이 기간 현대차의 일본 내 총 판매량은 약 1만5000대 수준에 그쳤다.

일본 시장은 토요타, 닛산, 미쓰미시, 혼다 등 자국 브랜드 강세가 뚜렷해 수입차 비중이 7% 수준에 불과하다. 수입차 중에서도 한국차는 일본에 비해 후발주자라는 인식이 강해 현지에서 브랜드 입지가 매우 약했다. 더욱이 과거 현대차는 주행 성능 면에서 유럽차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았고 품질과 정숙성 등은 일본차가 우월하다는 인식이 있었던 만큼 설 자리가 마땅치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 '넥쏘'. /사진=현대자동차
현대 '넥쏘'. /사진=현대자동차

이런 일본 승용차 시장에 13년 만에 재도전하는 현대차가 앞세운 무기는 친환경차다. 배터리 전기차 아이오닉5, 수소전기차 넥쏘 등을 선봉에 세울 예정이다. 이는 토요타 등 일본 완성차업계가 상대적으로 전기차 상용화에 늦게 뛰어든 만큼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시장 전환기에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 승용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은 1%에 미치지 못한다.

세계적인 흐름에 따라 일본도 전기차 시장이 확대될 것이 확실시되고 현대차는 아이오닉5 등으로 이 수요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오는 6~7월부터 아이오닉5 고객 인도를 개시할 방침이며 세계 수소차 점유율 55%로 1위인 현대차 입지를 고려해 넥쏘의 시범 판매도 진행할 계획이다.

아이오닉5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2022 독일 올해의 차’로 선정된 데 이어 독일 자동차 전문 매체 아우토빌트가 선정한 ‘최고의 수입차’, 영국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익스프레스의 뉴 카 어워드 ‘2021 올해의 차’·‘중형 업무용 차’·‘프리미엄 전기차’ 3관왕, 스웨덴·덴마크 ‘올해의 차’ 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 지난해 4월 출시 이후 연말까지 세계 시장에서 총 6만5906대가 팔렸으며 유럽에서만 1만9219대가 팔리는 등 주요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주요 시장에서 현대차그룹 브랜드 입지도 예전과 다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유럽 완성차 시장에서 101만8563대를 판매하며 점유율 역대 최고치인 8.7%를 달성, BMW를 제치고 4위에 올랐다. 미국에서도 지난해 역대 최고 판매량 148만9118대를 기록하며 진출 35년 만에 혼다를 누르고 5위 자리를 차지했다.

아울러 현대차는 일본에서 온라인으로만 전기차를 판매할 방침이다. 주문부터 결제, 보험가입, 자동차 등록 등 자동차 구매 일련의 과정을 온라인으로 구현할 예정이다. 이는 테슬라, 폴스타 등 신흥 전기차 전문 브랜드가 기존 완성차 시장에 진입하면서 취한 전략과 유사한 것으로 현지 판매망 약점을 극복하는 동시에 비용을 절감해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판매망 차별화는 기존 완성차 시장의 경쟁 논리가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현지 법인명을 현대모빌리티재팬으로 바꾼 것도 같은 맥락에서 모빌리티라는 개념으로 확대된 시장 주자로 다가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토요타 전동화 사업 전략 설명회 장면.
토요타 전동화 사업 전략 설명회 장면.

그러나 시장의 우려도 있다. 일본 완성차업계가 순수 전기차 진출은 늦었지만 하이브리드차 시장을 선도해온 만큼 전동화 관련 기술이 충분하며 부품 등 배후 산업 경쟁력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빠른 기간 내에 브랜드 입지를 굳히지 못하면 유럽·미국산 전기차와의 경쟁에 이어 이들 일본 전기차 상용화가 본격화 되는 국면에 다시 중간에 끼인 입장이 될 수 있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실제 토요타는 지난해 12월 전동화 상품 전략 설명회를 통해 2030년까지 총 30종의 배터리 전기차를 도입하고 세계 시장에서 연간 350만대를 판매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고급 브랜드 렉서스도 2030년까지 전 카테고리에 전기차를 배치하고 2035년까지 전 차량을 전기차로 구성할 계획이다. 배터리 관련 투자금액도 2조엔(약 20조8000억원) 규모로 증액했다.

또 일본 현지 도로와 주차 시설 특성상 일반적으로 소형 차체가 유리한 일본 시장에서 아이오닉5가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질지 여부도 관건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좁은 골목, 작은 주차장이 많은 일본에서 몸집이 작지 않은 아이오닉5를 일본 소비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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