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80%는 미래차 진출도 못해…“자금난 해소 시급”
[한스경제=김정우 기자] 정부가 내년도 자동차 예산을 올해보다 30%가량 늘려 전기차 등 미래차 전환에 고심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 살리기에 나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4일 내년 자동차 분야 예산이 올해 3615억원 대비 30.2%(1094억원) 증액된 4709억원으로 국회 의결을 통해 최종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미래차 기술개발(R&D)에 26.4% 늘어난 4157억원, 사업화지원비에 69.1% 증가한 552억원을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는 이를 통해 내연기관 부품업체의 미래차 분야 전환 지원, 전기·수소차 대중화, 하이브리드차 수출전략화, ICT(정보통신기술) 융합 신기술과 자율주행 등 산업 육성과 기술개발을 집중 지원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중소·중견 부품업체의 투자 촉진을 위한 이차보전사업을 통해 내년 1700억원의 융자금을 업계에 지원하며 187억원 규모의 자유공모형 ‘전환기 대응 R&D’ 사업을 신설했다. 수소 모빌리티 관련 신규 예산도 180억원 신규 편성했으며 폐배터리 재사용 산업화, 환경규제 대응 기술 개발, 자율주행 기술, 차량용 반도체 기술 내재화 등에 대한 지원 사업도 진행한다. 업계의 고충을 반영해 인력지원도 올해 1100명에서 내년 2300명 규모로 확대한다.
이는 그간 관련 업계에서 전기차·친환경·자율주행·모빌리티 중심으로의 급격한 시장 변화가 이를 따르지 못하는 자동차 부품 등 배후산업을 고사시킬 수 있다는 위기론이 지속 제기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 한국자동차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자동차 부품 업체 8966개 중 전기모터 등 미래차용 부품 생산이 가능한 기업은 총 210곳으로 전체의 약 2.3%에 불과했다. 또 2016년 26만5000여 명에 달했던 부품 업계 고용인원은 올해까지 5년 새 4만명, 최근 1년 새 1만명가량 감소했다.
또한 이날 자동차산업연합회(KAIA)가 개최한 ‘자동차업계 경영 및 미래차전환 실태조사 결과와 시사점’ 포럼에서 정송희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책임위원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국내 관련 기업 300곳 중 56.3%에 해당하는 169곳이 미래차 분야에 진출하지 못했으며 진출했더라도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기업이 71곳으로 23.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차 진출 기업 131개사 가운데서도 제품 양산까지 5년 이상 소요된다고 응답한 기업이 35.5%로 나타나 미래차 전환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이 지적됐다. 특히 조사 대상 기업 300곳 중 주력제품의 중장기 매출이 정체될 전망이라는 기업이 58.3%로 집계돼 급격한 전기차 전환이 경영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관련 연구개발투자 장애요인은 자금 부족 47.3%, 전문인력 부족 32.1%, 원천기술 부족 13.0%, R&D 장비 부족 5.3% 등이었으며 설비투자 장애요인은 자금 부족 77.9%, 각종 규제 9.9%, 미래불확실성 9.2% 등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조사에서 설비투자 장애요인 중 자금 부족이 63.9%였던 점을 고려하면 자금 문제가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실제 자금조달 여건이 지난해보다 악화됐다는 응답도 46.3%에 달했다.
정만기 KAIA 회장은 “탄소중립과 자율주행이 속도를 내면서 자동차 산업은 급변기에 처해있다”며 “전기동력차는 부품수가 통상 대비 30% 이상 적을 뿐 아니라 조립과정이 간결해 투입 노동력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자율주행을 위한 전장화와 고객 맞춤형 생산 확대는 융복합 기술역량을 갖춘 노동력과 유연한 노동을 요구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문제는 업계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여건 악화로 인해 원자재 조달 자금 확보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전환기를 맞이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효과적 미래차 전환을 위해서는 하이브리드차 등이 일정 기간 캐시카우 역할을 하도록 정부 지원을 지속하는 한편 노동력 축소나 생산유연성 확보에 대응하기 위해 법률, 규제, 인식 등 사회 전반의 제도를 기술변화에 맞춰 개혁해야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여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중소기업의 경우 자율주행 기술 개발 등에 필요한 장비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의 공모사업 지원을 통해 어려움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며 “정부의 지원이 관련 생태계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tajo8191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