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동용 기자] '2030' 표심이 내년 대선판의 최대 캐스팅보트로 떠올랐지만, 막상 여야 대선후보들의 관련 행보는 이들의 마음과 동떨어져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부동층이 많고 유동성이 높은 2030 유권자의 특성상 당장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임기응변식 공약을 남발하기 보다는 수시로 공약을 조율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서로의 정당에서 경선과정부터 양강 구도를 형성해왔지만, 낮은 2030 지지율은 공통된 약점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두 후보 모두 '청년행보'에 올인하면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그간 누적된 비호감도는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이른바 '조국 사태'와 'LH 투기 의혹' 등을 거치면서 현 정권에 실망한 2030 유권자들 사이에 '정권교체' 여론이 형성되자 지지율이 동반 하락한 케이스다.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과 이 후보를 연관 짓는 야권의 주장도 2030 표심이 이 후보 지지를 망설이게 만드는 요소다. 이에 여권 일각에선 "이 후보의 당선이 정권교체와 다름없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으나, 이 또한 당내 강성 '친문 지지층'의 반발을 살 수 있어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윤석열 후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입당 과정부터 이준석 당대표와 대립하는 모양새로 비춰진데다, 경선 과정에서는 홍준표 의원과 강하게 대립하면서 2030 표심을 적지 않게 잃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윤 후보의 승리로 경선이 마무리되자 국민의힘은 2030세대 당원들이 잇따라 탈당해 논란이 됐다. 이와 관련 이준석 대표는 "(최종 대선) 후보가 (확정) 되면 컨벤션 효과 때문에 당원 가입이 급증해야 하는데 전혀 그런 부분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반면, 윤 후보를 지지하는 당원들은 당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이 대표의 사퇴와 '당원소환' 등을 거론하고 있다. 

2030 세대의 불확실한 표심은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12~13일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윤 후보의 지지율은 '2030 응답자'들 사이에서 변화가 컸다. 30대 지지율은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출 직전(10월 29일 조사) 19.4%에서 선출 직후(11월 5일 조사) 35.5%로 급등했고, 이번 조사에서도 45.4%로 올랐다. 하지만 20대 지지율은 같은 기간 15.6%에서 34.3%로 급등했다가 이번 조사에서는 27.1%로 하락했다. 

이 후보의 20대 지지율은 같은 기간 16.9%에서 14.7%로 하락했다가 이번 조사에서는 17.8%로 상승했다. 30대 지지율은 32.0%에서 31.6%로 소폭 하락했다가 이번 조사에서는 28.2%로 나타나 2주 연속 하락했다. 종합하면 윤 후보는 20대에서 하락했으나 30대에서 상승했고, 반대로 이 후보는 20대에서 상승했으나 30대에서는 하락했다. 이는 20대와 30대 유권자의 표심을 하나(2030)로 묶어 대선전략을 수립하는 방식은 효과적이지 않다는 반증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무당(無黨)층 지지율도 희비가 갈렸다. 윤 후보는 10월 29일 조사에서 16.9%, 11월 5일 조사에서 36.6%를 기록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11.0% 포인트 하락해 25.6%로 집계됐다. 반면, 이 후보는 10월 29일 조사에서 18.3%, 11월 5일 조사에서 12.8%로 2주 연속 하락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4.9%포인트 상승한 17.7%로 반등해 윤 후보와 대조를 보였다. 

여야는 연일 2030 세대를 겨냥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 후보 측에서는 지난 14일 연간 종합소득이 5000만원 이하인 20대 근로소득자·사업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를 공약으로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앞서 이 후보도 "희망을 잃은 청년을 구하기 위해 포퓰리즘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특정 연령층만 세금을 감면하는 정책이 극히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아무공약 대잔치"라고 폄하하며 "29세는 소득세가 없다가 갑자기 30세가 되면 소득세를 징세하는 것은 무슨 형태의 공정이냐"고 꼬집었다. 논란이 커지자 이 후보 측은 "선대위에서 논의되거나 검토된 바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윤 후보의 1호 공약은 종합부동산세 재검토 등 세제 개편 및 청년원가주택 공급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 정책이다. 윤 후보는 14일에도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내년 이맘때면 종부세(종합부동산세) 폭탄 걱정 없게 하겠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사실상 종부세 폐지를 시사했다. '내집마련'이 어려운 2030 세대가 부동산 정책에 크게 실망한 점을 의식한 공약으로 분석된다. 

여권에서는 "표심을 자극하기 위해 툭 던지듯이 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후보 측 대변인인 박성준 민주당 의원은 15일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이같이 말한 뒤 "종부세에 저항감이 있다고 해서 그것을 폐지하겠다고 단순하게 던지는 것은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같은 당 진성준 의원도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집값 폭등에 절망하고 분노하는 2030 청년과 신혼부부, 무주택 서민들의 처지를 짐작이나 하냐"고 윤 후보를 비판했다. 진 의원은 "어쩌면 간신히 안정세를 보이는 부동산 시장에 다시 기름을 부어 부동산 폭등에 따른 국민의 분노를 부추기는 정략적 술책일지도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여야가 2030 세대를 겨냥해 한 목소리로 발표한 공약은 '대통령 피선거권 연령 인하' 방안 검토다. 당초 민주당이 지난 20대 국회부터 꾸준히 촉구해오던 현안이었으나 지난 10일에는 국민의힘이 국회의원 피선거권 연령을 18세 이상으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는 1009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 응답률은 8.0%다.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동용 기자 dy0728@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