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15일 출판 기념회 열며 여의도 복귀 기지개 펴
尹, 현 대선레이스에서 李 상대로 오차범위 밖 선두 달려
[한스경제=우승준 기자] 여야를 대표하는 ‘책사’들이 내년 3월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자 여의도로 복귀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집권당’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제1야당’ 국민의힘에서는 킹메이커로 불리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각각 정계 복귀 초읽기에 들어갔다.
우선 양정철 전 원장은 17일 낮 12시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민주당 영입인재·비례대표 의원모임이 주최하는 비공개 간담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양 전 원장이 국회에 방문하는 것은 작년 4·15 총선 이후 약 19개월 만이다. 그는 그해 총선에서 민주당의 180석 압승을 이끌어낸 후 당을 떠나 여의도와 거리를 뒀다.
양 전 원장이 국회를 찾는 시점은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본선 행보를 본격화한 시점과 궤를 같이하는 점에서 ‘양정철 역할론’ 및 ‘양정철 구원등판론’ 등이 조심스레 당 안팎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현재 대권 레이스는 이 후보가 추격주자로 달리는 형국이다. 이에 현 상황에 변화를 꾀할 ‘책사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당에서 팽창 중이다.
하지만 양 전 원장이 이러한 목소리에 응답할 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양 전 원장은 최근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계파간 갈등이 불거졌을 때 ‘중재자’로 등판할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 또 다른 분석으로는 작년 총선 당시 양 전 원장과 함께 총선 전략을 기획한 이근형 전 전략기획위원장이 이 후보 측에 합류한 점에 주목했다. 이 전 위원장 행보를 살펴볼 때 양 전 원장 역시 이 후보를 물밑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관계자는 16일 한스경제와의 통화에서 “현재 당은 양 전 원장의 조력이 절실하지만 양 전 원장이 어떻게 도움을 줄지는 알 수 없다”며 “그러나 이번 간담회를 비롯해 다양한 계기를 통해 양 전 원장의 선대위 참여 문제는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에서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여의도 복귀가 강력하게 예상되고 있다. 박근혜 정권과 문재인 정권을 만든 ‘킹메이커’로 불리는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에서 ‘만화로 읽는 오늘의 인물이야기, 비상대책위원장 김종인’ 출판 기념회를 열고 정치 행보의 기지개를 켰다. 당시 자리에는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와 윤석열 대선후보가 동시에 참석하며 김 전 위원장의 정계 복귀 가능성을 높였다.
지난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끈 뒤 직에서 물러나 두문불출하던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윤 후보는 출판 기념회 때 “정치 개혁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개조가 필요한 시점에 또다시 우리 김종인 박사님께서 역할을 하셔야 될 때가 다가오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러브콜을 보냈다. 윤 후보는 앞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김 전 위원장의 경륜과 의견을 존중해 선대위를 구성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김 전 위원장의 권한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윤 후보의 의지로 해석 가능하다.
정치권은 여야를 대표하는 책사들의 복귀와 관련해 대선지형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했다. 현재 대선레이스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하지만 여야 대표 책사들의 행보로 윤 후보가 앞서는 레이스가 굳혀질 가능성도, 역정될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게 정계 전언이다.
실제 16일 여론조사공정은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12일부터 13일까지 양일간 실시한 정례조사결과, 윤 후보는 45.4%, 이 후보는 34.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두 사람 간 지지율 격차는 11.3%포인트다. 두 후보의 뒤를 이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4.7%, 심상정 정의당 후보 3.0%, 김동연 무소속 후보 1.6%로 집계됐다. 내년 대선에서 누가 당선될 것으로 예측하는 지를 묻는 예측도 조사에서도 윤 후보는 과반인 50.4%를 기록했다. 이 후보는 39.6%, 안 후보 2.4%, 심 후보 1.0%, 김 후보 0.6%로 윤 후보의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는 전국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 ARS(100%)로 최종 1002명이 응답했다. 전체 응답률은 5.4%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한편 이번 대선에서는 ‘책사’들뿐 아니라, 대선과 동시에 실시되는 서울 종로구 재보궐선거 후보군들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들은 추후 대선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선거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정치적 1번지’로 통하는 종로구는 행정상 서울의 한 지역구에 불과할지 몰라도 정치권에서는 매우 중요한 전략지로 통한다. 정치사를 살펴보면 과거 정치 거물급 인물들이 이 지역에 출사표를 던져 체급을 올렸기 때문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정세균 전 국무총리, 오세훈 서울시장 등의 정치행보가 이를 방증한다. 이에 여야는 대선후보 못지않은 거물급 주자들을 ‘러닝메이트’로 올릴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선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박영선 전 중기부 장관 등이, 국민의힘에서는 윤석열 대선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이준석 당대표 등이 종로구 재보궐선거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우승준 기자 dn1114@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