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력 안팎에선 김종인 합류에 거리감 두는 분위기 감지
尹 선대위, 오는 12월 초쯤 윤곽 드러낼 것으로 전망
[한스경제=우승준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의 본선 선대위 구성 행보가 살얼음판 위에 선 모양새다. 당헌당규에 따라 ‘당무결정권’을 쥔 윤석열 후보와 ‘조력 지원’을 앞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및 이준석 당대표간 이른바 ‘인선 알력 다툼’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선대위 구성을 앞두고 분위기가 살얼음판으로 바뀐 배경으로는 윤 후보가 8일 대선후보 비서실장에 ‘4선’ 권성동 의원을 임명한 것과 연관이 깊다. 권 의원은 그간 경선 캠프에서 종합지원본부장직을 수행하며 실질적 좌장 역할을 했다. 윤 후보 입장에선 경선부터 함께한 구(舊)세력의 축을 담당한 것이다. 야권 안팎에서는 중진급 인사인 권 의원이 총괄선대본부장 및 사무총장보다 급이 낮은 비서실장으로 기용되자 ‘김 전 위원장 권한을 남겨둔 절충안’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윤 후보 비서실장으로 선임된 권 의원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이 가장 어려울 때 오셔서 재건해주신 김 전 위원장님을 비롯해 당의 원로분들을 뵙고 의견을 청하겠다”며 “국민통합과 중도외연확장, 미래세대를 위한 가치가 가장 중요하다 생각한다. 많은 분들의 의견을 모으고, 시대정신을 담은 상징성 있는 분들을 모시는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재차 “윤 후보의 생각은 대선은 당이 중심이 되어 치러야 한다는 것”이라며 “과거 광흥창팀과 같은 소수 측근에 의한 선거운동은 유사 독재로 흐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당이 중심인 만큼 당대표의 역할이 중요하다. 저와 이준석 대표는 오랜 정치적 동지이자 신뢰관계를 가지고 있다. 지금도 윤 후보와 이 대표 사이의 소통은 매우 원활하지만, 더욱 잘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윤 후보가 권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하기 전, 신(新)세력으로 구분되는 김 전 위원장과 이 대표 등은 이른바 ‘캠프 물갈이론’을 강하게 요구했다. 김 전 위원장과 이 대표는 인적쇄신을 강조하는 동시에, “하이에나” “파리떼”라는 극한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황상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과 이 대표 등 요구에 거리감을 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실제 김 전 위원장은 8일 선대위 구성 관련 윤 후보를 향해 “냉정하게 생각해서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작심발언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당시 ‘채널A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 ‘신동아 창간 90주년 특별기획 20대 대선을 말하다’에 출연해 “윤 후보가 당심에선 상당한 격차로 이겼지만 일반여론조사를 보면 11%(포인트) 가까이 차이로 졌다. 그러면 그게 뭘 의미하는지 깨닫고 앞으로 본선을 위해 어떤 형태의 선대위 구성을 해가야 할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라 본다”고 주장했다.
김 전 위원장의 당시 발언은 사실상 전면적인 선대위 재구성을 요구하는 취지이자, 기존 캠프 인력 유지 흐름에 대한 불쾌함을 표출한 것이다. 이로 인해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간 선대위 구성 관련 힘겨루기 모양새가 구축된 양상이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9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윤 후보가 권 의원을 대선후보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데 대해 “권 의원은 4선급이기 때문에 상당히 중량감 있는 분”이라며 “실무를 처리하겠다는 의지보다는 거중조정을 권 의원 통해서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후보가 질서를 잡겠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김 전 위원장의 총괄선대위원장 등판에 대해 “사실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 같은 경우는, 윤 후보가 정치를 결심한 뒤부터 후보의 정치적 고민 아니면 고민의 지점이 있을 때마다 김 전 위원장을 찾아뵙기도 하고 전화통화를 하기도 하고 허심탄회하게 여러 자문을 구했던 그런 관계”라고 운을 뗀 후 “그렇기 때문에 ‘후보는 상당히 김 위원장을 우대하고 있다’ 그런 생각이다. 다만 후보 입장에서 아까 말했던 것처럼 워낙 본인을 도왔던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걸 어떻게 조율해내느냐 때문에 고심이 길어진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수면 위로 올라온 윤 후보를 둘러싼 구세력과 신세력간 갈등에 대해서는 김 전 위원장 “김 전 위원장이 항상 결과적으로는 좋은 승리를 많이 이끌어내서 정치권에서 항상 모시고 싶어 하지만, 이분이 일하는 스타일에 대해가지고는 굉장히 불편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며 “왜냐하면 지금까지의 여의도 문법을 상당히 파괴한다. 젊은 사람들을 과감하게 등용하기도 하고, 메시지 전에 있어서 여의도는 ‘좋은 게 좋은 거지’가 굉장히 횡행하는 이상한 섬이다. (이로 인해) 직설화법에 좀 부담감을 느끼는 분들은 김 전 위원장과 같이 일하는 걸 좀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지금 우리 당내에서도 김 전 위원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전략적인 승리를 거두기 전까지는 안에서 엄청나게 그분을 공격하는 사람 많았다. 공개 저격하고. 저희 당이 항상 그렇다”며 “저도 ‘거간꾼들 나타날 것’ 이렇게 얘기했더니만, 며칠 전에는 ‘내가 거간꾼이다 나를 쏴라’ 이런 사람도 있고, 되게 재미있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그런 분들 입장에서는 김 전 위원장 같은 스타일이 거북스러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장선상으로 이 대표는 윤 후보 진영 내 ‘거간꾼’ 등으로 거론되는 후보군에 대해서는 “지금 시점에 전부 다 캠프에서 자리싸움을 위해가지고 한 마디씩 해야 될 타이밍”이라며 “그런데 나서는 순간, 거간꾼이랑 하이에나 이렇게 지목될 수 있으니까 지금 잠잠한 편”이라고 확답을 피했다.
이 대표는 “그래서 아마 마음고생하시는 분 많습니다. 지금 치고 나가야 되는데 못 치고 나오시는 분들. 그래서 사실 하이에나, 거간꾼, 파리떼에 대한 김종인 위원장과 저의 지속적인 언급은 후보에게 상당히 힘이 실어주는 행위가 맞다”고도 했다.
한편 윤 후보 선대위 구성을 둘러싼 구세력과 신세력간 알력다툼은 ‘선대위 구성이 확정될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정치권은 전망했다. 그리고 윤 후보의 선대위 구성의 소요시간은 다음달 초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는 게 국민의힘 측 전언이다.
우승준 기자 dn1114@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