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운용사 진입 본격화
포트폴리오 안전성·맞춤형·신속성 등
국내 증권사 중심으로 입지 확대
최근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사모대출펀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챗GPT
최근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사모대출펀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챗GPT

| 한스경제=김은영 기자 |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최근 사모대출펀드(Private Debt Fund·PDF)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사모대출펀드는 은행이나 공모 시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기업에 자금을 빌려주는 형태로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수익’과 ‘안정성’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 제3의 투자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6년 사모대출펀드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이후 2021년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사모펀드 운용사의 대출형 펀드 조성과 운용이 가능해졌다.

◆기관투자자, 사모대출펀드 주목하는 이유

사모대출펀드의 가장 큰 매력은 높은 수익률이다.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자산에 투자하는 대신, 공모 채권이나 기타 유동성이 높은 자산 대비 비유동성 프리미엄(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또 투자 시점에 이자율과 만기가 명확하게 설정돼 있어 현금흐름 예측 가능성이 높아 연기금 등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자금 운용이 필요한 기관에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주식과 공모 채권 등 전통적인 금융시장의 움직임과 상관관계가 낮아 시장 충격 시 포트폴리오 전체의 변동성을 줄이는 분산 효과뿐 아니라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공모 시장의 표준화된 상품과 달리, 투자자와 차입 기업 간 맞춤형(Tailored) 계약 구조 설정이 가능하다. 대출 조건과 이자 지급 방식, 담보 설정 등을 기업의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어 투자자는 리스크 관리를 위한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

공모 시장보다 조달 비용은 다소 높지만, 대출 집행이 신속하고 거래 확실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수요 부족으로 발행이 무산될 위험이 적은 점도 차별화 요소다.

◆사모대출펀드, '광범위·맞춤형' 금융 솔루션

사모대출펀드는 대부분 '폐쇄형(Close-ended)'이다. 구성은 특정 기간 동안 자금을 모아 여러 기업에 대출하고 만기 시 원금과 이자를 회수하는 '단일펀드'와 자산(부동산, 재고, 매출채권 등)을 담보로 하는 'ABL(자산담보)특화형펀드', 대형 투자자 전용 맞춤형인 'SMA(Separately Managed Account)' 등으로 구성된다.

투자 방식은 기업에 직접 대출(선순위 중심)을 제공하는 직접대출(Direct Lending) 외에도 대상과 목적에 따라 ▲부실채권(Distressed Debt) ▲특수상황펀드(Special Situation Funds) ▲메자닌(Mezzanine) ▲자산 기반 대출(ABL, Asset-Based Lending) 등이 있다.

'부실채권'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채권을 할인된 가격으로 매수해 회수하는 형태인데, 기업 구조조정 및 회생을 통해 채권의 가치를 정상화하거나 상승시켜 높은 수익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위험이 크지만 잠재적 수익도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상황펀드'는 법적 분쟁, 재무 및 회생을 비롯한 운영상의 문제, 급격한 구조조정 등 일시적인 특수 상황에 처한 기업에 투자한다. 이를 기회로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메자닌'은 부채와 자본의 중간적 성격을 띠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투자한다.

'자산 기반 대출'은 부동산과 인프라 시설, 매출채권, 재고 등 기업의 특정 자산을 담보로 설정하고 자금을 대출해주는 방식이다.

즉, 위험-수익률 프로파일과 투자 기간에 맞춰 선순위부터 메자닌, 부실채권까지 광범위하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는 '맞춤형 금융 솔루션인 셈이다.

◆국내 증권사, 사모대출펀드로 영역 확대

사모대출펀드는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이미 주요 대체투자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도 증권사를 중심으로 시장이 확대되면서 입지가 커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22년 미국 종합금융회사 스티펄파이낸셜과 인수금융, 사모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합작회사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2023년에는 칼라일그룹과 협업해 해외 크레딧 상품에 대한 국내 독점 판매권을 확보했다. 이후 대출채권담보부증권(Collateralized Lone Obligation·CLO) 상품을 출시했으며 올 7월에는 글로벌 사모대출투자 전문 운용사 뮤지니치앤코와 전략적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아폴로, IMM 등과 협력했으며 지난 6월 블랙스톤과의 독점 제휴를 통해 대표 사모대출펀드 BCRED-O(Black stone Private Credit Fund iCapital Offshore Access Fund SPC)를 단독 모집했다고 밝혔다. 모집 규모는 총 1500억원으로, 이는 사모대출펀드의 국내 단일 출시 기준 최대 금액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월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 해밀턴레인과 협업해 사모대출 관련 펀드를 출시했다. 

KB증권은 지난 10월 글로벌 대체투자 운용사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와 사모대출 분야의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PEF 운용사들도 사모대출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앞서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2020년에 12억달러, MBK파트너스는 2021년에 18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모집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사모대출펀드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상품이지만 잠재적 리스크와 더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지, 차입 기업의 설비 및 연구개발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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