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슈퍼사이클 따른 중흥기...빅3 가동률 상승 중형조선사 낙수효과
중형조선사 주력 탱커 3분기 발주 급증...수주량·수주잔량 증가
“선복량 공급과잉...유조선 시황 양호·PC탱커 발주 수요 위축 예상”
대한조선이 건조한 15만7000톤급 수에즈막스급 원유운반선./대한조선
대한조선이 건조한 15만7000톤급 수에즈막스급 원유운반선./대한조선

|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 한국 조선업이 슈퍼사이클에 따른 중흥기를 맞으면서 대형 3사뿐 아니라 중형조선사까지 낙수 효과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3분기 국내 주요 중형조선사들은 신규 수주를 차곡차곡 쌓아가며 향후 일감을 확보했다.

여기에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한 축인 미국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수주전에 뛰어들며 사업 다각화와 신규 먹거리 창출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수주영업과 선박 건조를 영위하고 있는 케이조선, 대한조선, HJ중공업 등 중형 조선 3사의 최근 야드 가동률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케이조선의 조선소 가동률은 109.5%로 파악됐다. 작년 같은 기간의 가동률 94.4%와 견줘보면 15%포인트 이상 증가했고 지난 2분기(112.1%)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대한조선의 조선소 가동률은 100.2%로 나타났다.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100%가 넘는 가동률을 기록했다. 가동률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도크를 비롯한 야드 내 생산시설과 인력이 최대치로 운영되고 있다는 의미다.

HJ중공업의 조선 부문(상선 기준)은 3분기 41.3%의 가동률을 기록했다. 앞선 두 회사보다 낮지만 HJ중공업이 보유한 도크의 규모 대비 크기가 작은 소형 선박을 수주하면서 가동률이 적게 측정됐다는 것이 HJ중공업의 설명이다. 즉 가동률은 수치에 불과할 뿐 영도 조선소는 사실상 풀가동되고 있다는 뜻이다.

조선소만 바삐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최근 실적도 견조한 흐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케이조선의 올해 3분기 누계 영업이익은 8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배 이상 증가했다. 대한조선의 3분기 누계 매출은 8777억원, 영업이익은 1988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 125% 증가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은 22.6%를 기록했다.

중형 조선 3사는 2010년대 중후반까지 험난한 가시밭길을 걸었다. 당시 글로벌 조선 시황 침체기가 길어지면서 수주 절벽 현상이 계속됐다. 신규 일감을 따오지 못하고 기존에 수주한 선박도 저가로 계약한 이른바 ‘생게형 수주’인 탓에 발생한 유동성 위기는 케이조선과 대한조선, HJ중공업 모두 모회사가 바뀌는 등 시련을 남기기도 했다.

오랜 암흑기를 겪었던 중형 조선 3사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반등하기 시작했다. 2022년 코로나 확산세가 완화된 이후 밀렸던 선박 신조 발주 수요가 몰리면서 대형 조선사들의 도크가 꽉 차기 시작했고 이에 대한 낙수효과로 중형 조선사들에도 재기의 기회가 찾아왔다.

업계에서는 중형 조선 3사의 주력 선종인 원유운반선과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탱커) 등 탱커의 신조 발주가 증가하면서 수주가 다시 살아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들 3사의 올해 신규 수주는 3분기 들어 급증하는 양상이다. 케이조선은 올해 총 15척(옵션 1척 포함)·1조2000억원 상당의 선박을 수주했다. 이를 통해 향후 2년 동안의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했다.

올들어 현재까지 대한조선은 지난해 전체 수주량(8척)을 뛰어넘는 11척·1조4700억원 규모의 선박을 신규 일감으로 확보했다. 수주액은 전년 대비 20% 증가했으며 수주잔량은 약 3년치에 달한다.

HJ중공업은 지난 9월 885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중형 컨테이너선 4척을 수주했다. 수주액은 6407억원으로 지난해 회사 전체 매출의 3분의 1에 달한다.

하지만 이런 상승세가 내년에도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유조선(원유운반선) 시황은 다소 부담스러운 신조선 인도량에도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나 PC탱커 시황은 우려할 만한 수준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를 작성한 양종서 수석연구원은 “유조선의 신조 발주가 작년부터 크게 늘어나면서 내년부터 2028년 사이 매년 연초 선복량의 4~5%에 달하는 신조선이 인도돼 선복량 공급 과잉이 이뤄질 전망”이라면서도 “유조선은 해운 시황 급락 시 노후선의 대량 폐선을 통한 보완이 가능해 완만한 하향세 속에서 비교적 양호한 시황은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양 연구원은 “반면 PC탱커는 2027년까지 연초 선복량의 6~7%에 해당하는 신조선이 시장에 풀리면서 유조선처럼 대량 폐선만으로는 선복량 조정이 어려워 급속한 시황 하락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면서 “2027년까지 저조한 수준의 운임과 용선료가 형성돼 신조 발주 수요가 상당히 위축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내다봤다.

탱커 시황 부진이 장기화되면 대형 조선사 대비 재정적 기반과 수주 영업력이 약한 중형 조선사들이 받을 타격이 더욱 큰 것은 자명한 사실읻. 탱커 자체가 글로벌 조선 시장을 장악한 중국의 주력 선종과 겹치는 점도 리스크로 거론된다.

이에 중형 조선사들은 MRO 사업 역량을 강화해 위기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마스가의 영향으로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가능성이 높아진 미 해군 함정 MRO 사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 군함 MRO 시장 규모는 연간 20조원으로 전 세계 시장(80조원)의 25%에 이른다.

과거 STX조선해양 시절 방산 사업 부문이 있었던 케이조선은 진해 조선소에 연간 함정 6척에 대한 MRO 수행이 가능한 시설을 구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상반기부터 케이조선 내부에서는 MRO 사업 진출에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과거 조선 불황기 방산 부문에서의 실적으로 회사를 유지해 온 HJ중공업은 이르면 연내 미 해군 MRO 라이선스인 함정정비협약(MSRA) 체결이 유력한 상황이다.

임준혁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