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조선소 실무그룹 구성...MRO·인력양성·공급망 협력
우라늄 농축·재처리 큰 틀 합의...핵잠 건조 승인 담겨
미국 측 팩트시트에 핵잠 건조 지역 명시하지 않아
HD현대·한화 “팩트시트 확정 환영...마스가 실행 총력”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4일 대통령실에서 한미 관세·안보 협상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최종 합의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4일 대통령실에서 한미 관세·안보 협상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최종 합의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 지난 14일 한미 양국이 발표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에 미국 선박(상선·함정)의 한국 내 건조 추진 내용이 담기면서 기술력 부족과 생산능력 저하로 어려움을 겪는 미국 조선업의 한계를 국내 조선소가 보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미 양국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미국 조선소 현대화와 유지·보수·정비(MRO), 인력 개발, 공급망 회복력 강화를 위해 '조선소 실무그룹'을 꾸려 조선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날 양국이 발표한 팩트시트에는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3500억달러(약 514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가운데 조선 부문 세부 내용이 최종 반영됐다. 이 가운데 1500억달러는 '마스가(MASGA)' 프로젝트 등 미국 조선업 현대화와 생산능력 확충에 투입된다.

세부 내용 중 가장 주목할 대목은 국내 조선소를 활용해 미국의 상선과 군함을 건조할 길이 열렸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 조선소의 생산능력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로 양국은 해당 조치가 미국 상선 선대 확충과 전투준비태세 강화, 미 해군 함정 확보 속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양국은 또 조선소 실무그룹을 통해 MRO·정비 체계를 강화하고 인력 양성·장비 현대화·조선 공급망 안정화 분야 협력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안보 분야에서 양국은 한미 123협정에 따라 한국의 민간 우라늄 농축과 평화적 목적을 위한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에 대한 큰 틀의 합의를 이뤄냈다. 한미 123협정은 미국 원자력법 제123조에 근거해 한국이 미국의 원전 기술과 장비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한 기본 협정이다. 백악관이 공개한 팩트시트에는 “미국의 법적 요건에 따라 한국의 민간 우라늄 농축과 평화적 목적을 위한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이어지는 과정을 지지한다”고 명시돼 있다.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농축 재처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미국과 협의를 해서 기존에 가지고 있는 협정을 조정해야 한다”며 “얼마만큼 조정할지는 협의 결과에 달려있다. 많은 조정이 필요할지, 아니면 그 안에서 어떻게 작은 조정을 할지는 그 협의에 달렸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소재 한화필리조선소 4도크에서 국가안보다목적선박이 건조되고 있다./한화오션
지난 7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소재 한화필리조선소 4도크에서 국가안보다목적선박이 건조되고 있다./한화오션

핵추진 잠수함(핵잠)에 대한 미국 승인도 팩트시트에 담겼다. 위 실장은 “우라늄 농축과 핵잠 등에 대해서 한미가 방향을 정했고 양측의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후속 협의를 어떻게 이행할까로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며 “많은 협의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 핵잠 문제에 대한 큰 줄거리가 합의됐다”고 했다.

백악관이 공개한 팩트시트에도 “미국은 한국의 핵잠 건조를 승인한다”며 “미국은 연료 조달 방안을 포함해 조선 사업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기술돼 있다.

다만 그동안 핵심 쟁점이었던 ‘핵잠을 어디서 건조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위 실장은 “정상 간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것을 전제로 진행했다”며 “건조 위치(장소)에 대해서는 일단 정리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물론 작업하다 보면 어떤 부분에 협업할 수 있고 어떤 부분에선 미국에 도움을 청할 수 있지만 핵잠을 어디서 건조하느냐는 한국에서 짓는 걸 전제로 (미국과) 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측 팩트시트에는 핵잠의 건조 지역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았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SNS에 “한국은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조선소)에서 핵잠을 건조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다시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고 전했다. .

마스가의 상징인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그룹은 팩트시트 발표 직후 조선 협력 확대 의지를 담은 입장문을 내놨다. 한화그룹은 "거제조선소 투자와 확장을 통해 양국 협력에 기여하겠다"며 "거제조선소의 기술을 미국 필리조선소 등 현지 조선소에도 접목하겠다"고 밝혔다.

HD현대는 그동안 국내에서 핵잠 건조를 허용해 달라고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한편 미국 측 승인 여부를 주시해 왔다. 이번 합의로 제도적 가능성이 열린 만큼 관련 협력이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HD현대는 "협상을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은 정부에 감사드린다"며 "이번 팩트시트 확정으로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HD현대는 글로벌 1위 조선사로서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미 양국은 팩트시트 발표 이후 조선 분야 후속 실무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임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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