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서비스로 고객 락인...업계, 데이터 접근 통한 서비스 고도화 필요
| 한스경제=이지영 기자 | 보험업계가 침체된 수익성 악화를 돌파하기 위해 디지털 헬스케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저성장 기조 속 본업의 수익성이 떨어지자, 웨어러블·마이데이터 기반 맞춤형 건강관리로 리스크를 줄이고 개인 맞춤형 상품과 플랫폼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보험사들이 헬스케어 플랫폼을 강화하며 개인 맞춤형 건강 코칭과 상담 기능을 접목해 이용자 참여를 높이고 있다. 이는 본업의 수익성 둔화에 따른 대응 전략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생명보험보사(생보사) 순이익은 3조3340억원, 손해보험사(손보사) 순이익은 4조641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8.5%와 19.2%가 줄었다.
현재 생보사는 변액·저축성보험 판매 위축과 손실부담계약 증가, 시장금리 하락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손보사 역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90%를 넘은 가운데 보험료 동결과 운행량 증가, 정비요금 상승으로 수익성 부담이 커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상장 생명보험사 4곳(삼성생명·한화생명·동양생명·미래에셋생명)과 손해보험사 4곳(삼성화재·DB손보·현대해상·한화손보)의 올해 3분기 별도 기준 합산 순이익은 약 1조9082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동기 2조1067억원 대비 약 9.4%가 감소한 수치다.
이처럼 수익성 하락이 장기화되자 주요 보험사들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연평균 29.5% 성장률을 기록하며 2026년에는 약 826조원 규모(639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험사들의 디지털 헬스케어 전략도 제 각각이다. 교보생명은 지난 11일 자본금 52억원을 출자해 헬스케어 자회사인 교보다솜케어를 설립했다. 교보다솜케어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건강 증진 및 질병 예방 서비스를 제공하며 헬스케어 사업 역량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NH농협금융 계열 보험사들도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NH농협생명은 인바디 정보 연동을 통해 맞춤형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NH헬스케어 2.0' 플랫폼을 고도해 2023년 9월에 리뉴얼 버전을 출시했다. 또한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특허를 추진해 국내 2개 특허를 포함한 총 5개의 국내·외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
NH농협손보의 경우 NH올원뱅크 슈퍼플랫폼에 셀프보장분석 서비스를 연계해 고객에게 맞춤형 보험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헤아림 AI자동설계 서비스를 통해 고객 정보 빅데이터 분석 및 AI를 활용한 가입 가능 담보와 가입금액 추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헤아림 AI자동설계 서비스 상품을 6개 상품군으로 확대했다.
삼성 보험계열사 삼성생명·삼성화재 역시 디지털 플랫폼을 앞세우며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생명은 2022년 4월 '더헬스(The Health)'를 출시해 운영하고 있다. 더헬스는 운동·식이·마음건강·수면 등 다양한 건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4월에는 수면 분석 서비스와 기존의 운동·식사·영양관리·명상 콘텐츠를 고도화했다. 올해는 법인 고객 소속 근로자를 대상으로 건강검진 예약 중개 서비스도 선보였다.
삼성화재는 2022년 통합 건강 관리 플랫폼인 '애니핏'을 '애니핏 플러스'로 고도화했다. 같은해에는 기업체 임직원을 위한 비대면 디지털 건강 관리 플랫폼인 '애니핏 프로'를 선보였다.
애니핏 플러스는 연속혈당측정계(CGM)을 통한 자가 혈당관리 서비스, 식사 입력 시 혈당 추이를 통해 음식 피드백을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운동 기록·체중·혈당·혈압 등 다양한 건강 정보 기록 등을 제공한다. 올해 12월에는 비만관리 서비스 'Fat To Fit' 출시할 예정이다.
애니핏 프로(Anyfit Pro)는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지방간 등 만성질환 관리와 체중비만 관리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올해부터는 연속 혈당 측정기를 활용해 실시간 혈당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연속혈당 관리 프로그램 신규 출시했다.
이외에도 개인의 건강 데이터와 생활습관 설문을 기반으로 심뇌혈관 건강 위험을 분석하고, 웨어러블 기기를 연동해 실시간 건강 측정과 맞춤형 관리 서비스를 지원한다.
특히 삼성화재는 최근 비대면 진료 플랫폼 '나만의닥터'와 협업해 자사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애니핏 플러스'에서 비대면 진료 연계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번 협업은 나만의닥터가 의료 마이데이터 규제 샌드박스 승인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KB손해보험의 자회사 KB헬스케어는 지난해 7월 비대면 진료 플랫폼 올라케어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B2C 시장에 진출했다. 이와 함께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 ‘오케어(O:Care)’를 출시하며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의 외연을 확장했다. 오케어는 건강검진 예약부터 결과 조회까지 앱 내에서 원스톱으로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미래에셋생명은 건강보험 활성화를 위해 자체 보험 플랫폼인 'M-LIFE'를 통해 차별화를 모색하고 있다. M-LIFE는 미래에셋생명이 선보인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다. ▲ AI 건강 솔루션 ▲건강 기록 ▲건강 플러스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AI 건강 솔루션은 건강검진 이력이나 병원·약국 이용 내역, 설문 결과 등을 종합 분석한다.
◆ 해외는 이미 ‘보험+건강관리’ 융합 가속…데이터 개방이 국내 확산 열쇠
보험사들은 이처럼 축적된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손해율을 낮추고, 장기적인 고객 락인(Lock-in)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시장 확산 속도에 비해 국내에서는 의료데이터 접근 한계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공공의료데이터는 일부 활용이 가능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의 데이터는 의료계와 시민단체 반대로 아직 개방되지 않아 서비스 고도화에 제약이 따른다.
보험업계는 공공의료데이터가 단계적으로 개방될 경우 개인의 건강 상태를 정밀하게 분석해 위험률 산출과 보험상품 설계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의료비 절감과 사회적 건강 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미 일본 보험업계는 저출산·고령화와 내수시장 한계에 대응하기 위해 2000년대 초부터 수익구조 다변화에 나섰다. 니혼생명과 메이지생명 등 주요 생보사들도 자체 헬스케어 플랫폼을 운영하며 정신건강·만성질환 관리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 주요 보험사들도 헬스케어 중심의 신사업을 키우고 있다. AXA는 홍콩과 중국 본토 거주자를 위한 국경 간의 건강관리 서비스인 크로스보더 헬스(Cross-Border Health)를 운영하고 있다. 푸르덴셜(Prudential)은 헬스케어 앱 Pulse를 통해 멘탈케어와 원격진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핵심은 개인의 의료·건강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며, "건강검진 결과·병원 진료 이력·생활 데이터 등을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데이터를 결합·분석할 수 있도록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의 데이터 활용은 보험료 산정의 공정성과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위한 필수 과정으로, 공공성과 투명성을 전제로 한 점진적 개방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고객 위험도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고 맞춤형 보험상품 설계도 가능해질 것이다"고 부연했다.
이지영 기자 jiyoung1523@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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