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한나연 기자 | 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면서 대형 건설사들의 핵심 수익원인 수도권 정비사업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대출규제, 실거주 의무 강화 등이 겹치면서 사업 추진 여건이 악화된 가운데 이미 공사비 상승으로 사업성이 낮아진 정비사업장은 추가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이번 대책으로 수도권 정비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대형 건설사들의 사업기반 약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번 규제에 따른 대출 제한 및 실거주 의무 등으로 지역 내 잠재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며 “주택 매매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거나 하락할 경우 공사비 상승으로 사업성이 저하된 정비사업을 비롯한 민간 개발사업 진행이 지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2023년 이후 공급 축소로 매출규모 감소세로 전환된 건설사들의 매출 공백이 한층 심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이면서,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정비사업장은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된다. 이로 인해 목동, 여의도 등 주요 정비 구역에서 거래가 사실상 막히고, 자금 여력이 부족한 조합원들의 ‘퇴로’도 차단됐다.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2.0을 통해 공급 속도전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번 대책이 ‘정비사업 제동’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서울시 역시 직접적인 우려를 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날 "최근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정비사업에 미칠 파장을 면밀히 검토하고, 정부, 조합, 주민 등 이해관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현장의 해법을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건설사 입장에서도 타격은 불가피하다. 서울 정비사업장은 담보인정비율(LTV) 40% 적용으로 자금 조달이 까다로워지고, 이주비 대출 한도(6억원) 제한으로 조합원 금융 부담이 가중된다. 또 이번 조치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확대 가능성도 높아, 조합 및 시공사 모두 사업비 증가와 수익성 저하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청약 규제 강화로 실수요 중심 시장이 재편되면, 분양 일정 또한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주요 대형 건설사들은 최근 몇 년간 지방 분양 부진 속에서 서울 및 수도권 정비사업에 수주 역량을 집중해왔다. 한국신용평가는 “규제 대상 지역의 분양·입주 예정 물량이 전체의 20% 내외에 불과하지만, 주요 건설사들이 서울 및 수도권 핵심지 정비사업에 수주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 브랜드 인지도가 우수한 대형 건설사일수록 이에 대한 실적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대책이 대형 건설사들의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비사업이 규제에 묶이면서, 리모델링·모듈러주택·해외 플랜트 등 비(非)정비사업 중심의 수익 다변화 전략이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DL이앤씨,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 등은 이미 SMR(소형모듈원전)·에너지 인프라·모듈러 주택 등 신사업을 확대하며 탈(脫)주택 중심 구조를 가속화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정비사업 위축이 단기적 충격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 및 수도권 핵심지는 여전히 건설사의 주요 매출 축을 차지하고 있다”며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장기화되면 신규 사업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정부의 이번 규제 강화는 단기적으로는 시장 안정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민간 주택공급의 동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원도 “수도권 재건축·재개발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및 매출기반이 위축될 수 있어 이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나연 기자 nayeon@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