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조선소 지분매입·인수·건립 포함 원론적 검토 중
마스가 G2G 좌우...관세협상·규제 동향 따라 가변적
“직접 건립 현실성 결여...G2 패권 경쟁 ‘줄 서기’ 고심
HD한국조선해양이 지난 6월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 본사에서 ‘미국 상선 건조를 위한 전략적·포괄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 조선소 전경./HD현대
HD한국조선해양이 지난 6월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 본사에서 ‘미국 상선 건조를 위한 전략적·포괄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 조선소 전경./HD현대

|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와 관련해 미국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인 HD현대가 그 방식을 놓고 장고(長考)를 거듭하고 있다.

현지 조선소 지분 매입부터 미국에 직접 조선소를 짓는 방안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원론적인 수준에서 검토 중인 가운데 지난 14일 중국 상무부가 한화오션의 미국 내 자회사 5곳에 제재 조치를 발표하면서 HD현대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는 분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미국 조선소 지분 참여, 인수뿐 아니라 직접 건립하는 방안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초만 해도 HD현대는 지난해 말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그룹과는 상대적으로 미국 진출에 다소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한국과 실질적인 조선업 협력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왔고 7월 한미 관세협상 과정에서 마스가가 타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HD현대의 입장에 변화가 감지됐다.

실제 HD현대는 지난 4월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와 '선박 생산성 향상과 첨단 조선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6월에는 미국 조선사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와 '상선 건조를 위한 전략적·포괄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ECO와의 파트너십 체결에 따라 HD현대는 2028년까지 미국 현지에서 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을 건조하기로 하고 세부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두 파트너십이 현지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미국 내 사업 기회를 탐색하는 차원이었다면 이제는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 단계로 분석된다.

이를 위한 자금은 HD현대가 미국계 사모펀드(PEF) 서버러스 캐피탈, 한국산업은행과 조성하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을 통해 마련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정부 간 협력(G2G)에 크게 좌우되는 마스가 프로젝트 특성상 한미 관세 후속 협상과 미국 내 규제 개선 결과에 따라 실행 여부 및 진행 방향은 가변적이다. HD현대는 관세 협상, '존스법' 개정 여부 등 미국 내 규제 동향을 지켜보며 진출방식을 신중하게 검토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한미 조선협력 형태로 미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정비(MRO) 위탁, 조선소 인수, 공동 건조 등이 주로 거론돼 왔다.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HD현대가 현지에 조선소를 건립하는 방안이 현실화될 경우 대규모 투자가 수반될 것이란 관측이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에 1억달러를 들였고 올해 8월 50억달러를 추가 투자해 현재 연간 1~1.5척 수준인 선박 건조능력을 20척까지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HD현대가 미국에 조선소를 직접 지을 경우 투자 규모가 최대 100억달러 선까지 육박할 수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다만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HD현대가 조선소를 신규 건설하는 것은 현실성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한다.

한 조선 전문가는 “조선소(하드웨어)가 완공돼도 현지의 높은 인건비, 자재 조달비 등에 따른 건조 단가 상승이 불을 보듯 뻔하다”며 “미국에서 한국 조선사가 현지로 진출해 배를 지으라고 하는 이유는 한국이 저렴한 비용으로 배를 건조하는 것이 강하게 작용하는데 건조 단가 상승으로 한국 조선의 ‘가격경쟁력’이 온전히 발휘되지 않으면 미국 입장에서도 곤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지 조선소 건립에 따른 막대한 투자 부담보다 HD현대를 더 고민스럽게 하는 것은 중국의 견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중국 상무부가 한화오션의 미국 내 자회사 5곳에 제재 조치를 발표한 것과 관련 중국의 실제 경고 메시지는 HD현대로 향한 것과 다름 없다”면서 “한화오션을 품은 한화그룹이 미국 조선업 재건에 진출하는 것과 HD현대중공업을 계열사로 둔 HD현대가 미국으로 가는 것은 역량 차원에서 HD현대가 객관적으로 앞서 있다는 것을 중국 당국도 알고 있기에 HD현대가 14일 나온 제재 발표에 가장 민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이번 조치가 한국 조선업에 강요된 이른바 ‘줄 서기 양자택일’도 HD현대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양 연구원은 “한국과 중국은 조선산업에서 경쟁 관계이면서 동시에 협력도 의외로 많이 맺고 있다. 한화오션은 거제에서 건조되는 선박 블록의 상당수를 중국 산둥성에 위치한 옌타이(烟台)에서 생산·조달하며 주요 조선사들은 중국산 기자재를 수입해 활용하고 선박 엔진 등 국산 기자재의 중국 수출도 상당한 수준인 만큼 한중 간 조선 협력 비중이 미국보다 월등히 높다”면서 “불과 수년 전만 해도 한중 조선산업 간 거래는 진영 논리가 작용하지 않았으나 미중 간 패권 다툼으로 미국, 중국이 동시에 국내 조선업계에 ‘줄을 잘 서야 한다’는 압박을 가함으로써 국내 조선은 물론 타 산업 분야 기업까지 미·중 양측의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경제의 미국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HD현대는 물론 다른 조선사들도 미국 현지 조선소 지분 투자 및 인수가 경제성이 적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놓고 불참 의사를 밝히지 못하고 미중 간 패권 경쟁 양상을 지켜보며 의사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HD현대 관계자는 “지분 투자와 인수, 공동 건조 등 현지 조선소와 협력하는 방안 모두 열려있다”면서도 “조선소를 직접 건립하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생각하며 미국 진출 방식과 관련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임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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