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방사청 분과위 안건 상정 보류...與, 당정협의 논의 요구
한화오션 상세설계 참여·후속함 일부 건조 보장...‘쟁점’
7.8조 투입 차기 구축함 ‘2년 가까이 표류’ 지연 불가피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조감도./HD현대중공업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조감도./HD현대중공업

|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 사업 방식을 놓고 수의계약과 경쟁입찰, 공동설계 등이 거론되며 2년 가까이 지연돼 온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자 선정 절차가 또다시 미뤄졌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전날 출입기자단 공지를 통해 "기업 간 상생협력 방안에 대한 추가 검토를 위해 KDDX 사업을 18일 열리는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분과위) 안건에 상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16일 오전까지만 해도 방사청은 18일 분과위, 30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를 차례로 열고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1번함) 건조' 안건을 상정해 사업 방식을 결정할 계획이었는데 회의를 이틀 앞두고 갑자기 연기한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방사청이 18일 분과위를 열고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수의계약으로 하는 안건을 상정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 안건이 분과위를 통과하게 되면 방사청은 오는 30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 주관으로 방추위 회의를 열고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방식을 최종 결정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란 예상이 유력했다.

방사청의 갑작스러운 연기 결정은 여당에서 이날 KDDX 사업 관련 기업 간 상생협력 방안을 당정 협의를 통해 추가로 논의하자고 방사청에 요구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 협의는 이달 말이나 내달 초 개최될 예정이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총 7조8000억원을 들여 6000톤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의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선체와 이지스 체계를 모두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국산 구축함 프로젝트다.

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양산함) 건조 순으로 진행되는데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각각 개념설계와 기본설계를 수행했다.

당초 2023년 12월 기본설계 완료 이후 지난해 KDDX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었으나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의 법적 분쟁과 과열 경쟁으로 현재까지 사업이 1년 9개월 이상 멈춘 상태다.

HD현대중공업은 2013~2014년 사이 해군본부에서 불법 촬영을 통해 군사기밀을 불법 취득한 바 있다. HD현대중공업이 취득한 군사기밀 중에는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수행한 KDDX 개념설계 1차 검토 자료가 포함돼 있었으며 이는 명백한 군사기밀보호법(군기법) 위반 사항이었다. 이러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2022년 11월 19일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 중 8명의 유죄가 확정됐다. 이후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간의 소송이 있었지만 현재 양사 모두 취하한 상태다.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담당한 자사가 관행대로 수의계약을 맺어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반면 한화오션은 군기법 위반 사건 당사자인 HD현대중공업의 과거 전력을 봤을 때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이나 공동설계 방식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양사의 주장이 계속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올해 2월 당시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양사에 보낸 서신을 통해 "엄중한 현 안보환경 속에서 주요 함정의 전력화 시기 지연 상황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다"며 KDDX 사업 지연에 대한 사실상의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방산업계에서는 지난 3월 KDDX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이 일단락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양사 간 입장 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았다. 여기에서 파생된 상호 비방 및 여론전이 전개되는 등 사업자 선정 과정은 일시적으로 혼탁해진 바 있다.

이후에도 방사청은 기본설계를 맡은 HD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해 왔다. 기술 연속성과 일정 안정성 측면에서 합리적이란 점에서다. 지난달 열린 KDDX 기술자문위원회에서도 다수의 전문가가 “기본설계와 상세설계를 동일 업체가 맡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한화오션과 방사청 분과위 소속 일부 민간위원은 공정성 차원에서 경쟁입찰 또는 양사 공동설계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이미 3월과 4월 분과위에서 수의계약의 타당성에 대한 강한 의문이 제기됐고 한화오션에 기회를 줘야 한다는 논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과의 수의계약 방식으로 상세설계를 진행하되 한화오션이 일부 설계 과정에 참여하고 복수의 후속함 건조를 담당하는 상생협력 방안을 마련해 두 기업을 설득해 왔다.

하지만 한화오션은 방사청의 상생협력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었고 방사청 분과위 소속 일부 민간위원들도 상생협력 방안이 부족하다고 지적, 보완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본설계를 수행한 HD현대중공업에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맡기고 상세설계 일부 과정에 한화오션을 참여시켜 후속함 수주를 보장해 주는 방안과 취지에 대해 원론적으로 공감한다”면서 “어느 방식이든 사업이 조속히 진행돼 추가적인 전력화 지연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임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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