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16일부터 日 자동차 관세 27.5%→15%
현대차·기아, 美서 가격경쟁력 흔들
18일 현대차 인베스터데이…대응 전략에 시장 이목 집중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 선적 부두 모습. / 현대차그룹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 선적 부두 모습. / 현대차그룹

| 한스경제=곽호준 기자 | 미국이 16일부터 일본산 자동차 관세를 27.5%에서 15%로 인하하면서 한국산 차량과의 가격 역전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지난 7월 미국과 자동차 관세율을 15%로 낮추는 방안에 합의했으나, 미국이 행정명령 발효를 미루고 적용이 지연되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통상 및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한미 관세 협상 후속 협의가 교착되면서 미국의 자동차·부품 관세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늦춰질 전망이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8일 일본산 자동차·부품 관세율을 16일부터 12.5% 내리는 행정명령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일본산 차량은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크게 높아졌다. 이와 달리 한국산 차량에는 25%의 고율 관세가 유지되면서 주요 하이브리드차(HEV)의 판매 가격이 경쟁 모델 대비 높아지는 가격 역전 상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 하이브리드의 현지 판매 시작가는 2만5450달러(약 3522만원)로 도요타 코롤라 하이브리드 2만8190달러(약 3890만원)보다 저렴하다. 그러나 일본 관세 인하분이 반영되면 코롤라 가격은 2만4700달러(약 3417만원) 수준까지 내려가 아반떼보다 저렴해진다. 

기아의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역시 25% 관세를 반영하면 3만7863달러(약 5238만원)로, 경쟁 모델인 토요타 라브4 하이브리드 3만7778달러(약 5226만원)보다 가격이 높아진다.

사실상 한국 완성차 업체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무관세 혜택으로 누리던 가격 우위가 완전히 사라지며, 미국 시장에서 입지 위축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이미 도요타·혼다 등 일본 브랜드가 미국 시장의 55%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현대차·기아의 점유율 확대 전략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업계는 관세 인하가 지연될 경우 현대차의 연간 영업이익이 2조2000억원, 기아는 1조3000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2분기에도 고율 관세 여파로 합산 1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이 감소한 바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CEO./ 현대차그룹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CEO./ 현대차그룹

이에 따라 현대차가 오는 18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개최하는 ‘2025 인베스터데이(투자자 설명회)'는 시장의 이목이 쏠리는 이벤트로 꼽힌다. 이번 행사는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CEO가 처음으로 해외에서 주관하는 자리로, 어떤 대응 전략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관세 인하 지연에 따른 수익성 가이던스 하향 조정 여부와 하이브리드차 점유율 확대 전략이 핵심 관전 포인트다.

업계는 현대차가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포함한 미국 내 생산 거점에서의 하이브리드 전용 생산 계획과 미국 판매 전략 공개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 것으로 전망한다.

증권가 관계자는 "자동차는 한국의 주력 산업인 만큼 일본보다 높은 관세에 직면한 것은 또 다른 위기"라며 "관세 인하의 빠른 적용과 함께 현대차·기아의 현지화 전략이 투자자 심리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도 관세 인하 적용을 앞당기기 위해 외교전을 이어가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이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워싱턴DC를 방문, 미국 상무부·USTR 고위 관계자와 만나 투자 방식과 관세 인하 시점을 협의할 예정이다.

여 본부장은 출국 직전 "한국도 최대한 빨리 관세율 15%로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국익에 부합하는 합리적 협상 결과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곽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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