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EV 수요 둔화 등 맞춰…대응 전략 수정
아이오닉3·EREV·제네시스 HEV 신규 라인업 투입
| 한스경제=곽호준 기자 | 현대자동차가 미국의 고율 관세, 전기차(EV) 수요 둔화 등 복합 위기 속에서도 2030년 글로벌 판매 555만대 달성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추진한다. 2030년까지 친환경차 비중을 60%로 높이고, 북미 시장에서는 77%까지 확대하는 중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현대차는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더 셰드(The Shed)에서 첫 해외 ‘2025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이 같은 전략과 재무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북미권역본부장은 "현대차는 글로벌 판매 확대, 생산 거점 확보, 다각화된 포트폴리오와 현지화된 운영체계, 그룹사 시너지를 바탕으로 시장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계획에 따라 현대차는 내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총 77조3000억원을 투자한다. 이는 지난해 제시한 70조3000억원보다 7조원 늘어난 규모다. 투자금은 ▲연구개발(R&D) 30조9000억원 ▲설비투자 38조3000억원 ▲전략투자 8조1000억원으로 배분된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2030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 8~9% 달성을 목표로 한다.
현대차의 이번 대응 전략은 최근 불확실성이 커진 시장 상황에 맞춰졌다. 미국의 고율 관세로 수익성이 흔들리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한 HL-GA 배터리공장은 미 이민당국의 한국인 구금 사태로 최소 2~3개월 지연됐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개정해 오는 30일 전기차 보조금 지급이 종료되면서 미국 내 전기차 수요 위축이 불가피해졌다. 하이브리드 전략 전환마저 관세 협상 교착으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고, 일본산 차량 관세가 15%로 낮아지면서 가격 경쟁력 역전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먼저 현대차는 고율 관세 위기 극복을 위해 미국 투자 계획을 확대했다. 2025~2028년 투자 금액을 11조6000억원에서 15조3000억원으로 3조7000억원 늘렸다. 전기차 현지 생산 확대와 로보틱스 생태계 구축을 병행해 관세 리스크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친환경차 라인업은 ▲하이브리드(HEV) ▲전기차(BEV)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수소전기차(FCEV)로 다각화한다. 하이브리드차는 2030년까지 엔트리·중형·대형·럭셔리를 포함해 18종 이상으로 확대한다.
내년에는 제네시스 첫 후륜 기반 HEV를 출시하고, 엔트리급 하이브리드차 개발도 진행한다. 또 올해 출시된 신형 팰리세이드에 처음 적용된 차세대 HEV 시스템은 주요 차종으로 확대한다.
지역 맞춤형 전기차 전략도 강화한다. 내년 유럽에서는 소형 전기차 ‘아이오닉3’, 중국에서는 올해 준중형 전기 SUV ‘일렉시오’와 내년 준중형 전기 세단을 선보인다. 인도에는 2027년 경형 전기 SUV를 투입할 계획이다.
배터리 용량을 기존 전기차의 절반 수준으로 줄여 가격 경쟁력을 높인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는 2027년 출시하며, 내연기관과 동일한 수준의 주행 성능과 내구성을 갖춘 차세대 수소전기차도 개발한다.
소프트웨어 중심차(SDV) 전환도 속도를 낸다. 내년까지 SDV ‘페이스카’ 개발 프로젝트를 완료해 양산차에 적용하고, 내년 2분기에는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를 탑재한 신차를 선보인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총 555만대를 글로벌 시장에 판매한다는 목표다. 이 중 친환경차는 330만대를 달성해 비중을 올해 25%에서 6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북미 시장에서는 같은 기간 친환경차 비중을 30%에서 77%로 확대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현대차는 생산 능력도 확충한다.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능력을 연 30만대에서 50만대로 확대하고, 인도 푸네 공장은 내년부터 연 25만대, 울산 신공장에서 연 2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한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신흥 시장에서는 반조립 제품(CKD) 생산 거점을 확장해 25만대 이상을 추가 확보한다.
북미 전략은 한층 강화된다.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고 2030년 이전 중형 픽업트럭을 출시한다. 아울러 제네럴모터스(GM)와의 공동 개발, 웨이모와의 자율주행 협력, 아마존 오토스를 통한 온라인 판매 확대도 추진한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현대차가 관세·환율 등으로 불확실성을 다시 마주했지만, 과거 경험을 토대로 위기를 극복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곽호준 기자 khj@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