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환경 어려워…상업화 가능성과 네트워킹 뒷받침돼야
"한국 기업의 글로벌 진출 응원"
| 한스경제=이소영 기자 | "앞으로 몇년 후면 '디지털헬스'라는 용어가 쓰이지 않게 될 것이다. 그 정도로 이미 의료계 기술이 디지털 요소를 기본적으로 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레드릭 나이버그 메드텍 이노베이터 아시아·태평양 총괄 대표는 최근 서울특별시 양재 엘타워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메드텍 이노베이터는 스타트업 기업을 지원하는 세계에서 가장 대규모의 엑셀러레이터로 디지털헬스, 전통 의료기기, 체외 디지털 진단기기 기업 등을 양성하는 비영리단체다.
나이버그 대표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보산진)이 개최하는 '메드텍 인사이트 2025'에 참석해 '메드텍 이노베이터 APAC LIVE: 아시아 의료기기 혁신을 잇는 오픈이노베이션 허브'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또한 보산진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국내 스타트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코리아 트랙'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내년 3월 공식 런칭한다.
나이버그 대표는 "올해 10월부터 한국 기업들의 신청을 접수하며 15~20개 기업을 선정할 예정"이라며 "최고의 기업이 주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의 패스트 트랙으로 선정되는 기회를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7개의 한국 기업들이 이미 우리 프로그램에 선정돼 지원 사업에 참여한 바 있다"면서 "한국 기업들은 좋은 혁신을 이뤄내고 있고 과학적 기반을 가진 우수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한국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해 사업을 유지하길 바란다"고 했다.
나이버그 대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의료기기 및 디지털 헬스 산업의 투자 분위기는 제약바이오 업계와 비슷하게 경색된 상태다. 다만 의료기기 분야의 경우 초기 투자 자금이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출구 전략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투자 환경이 어려운 상황이다. 스타트업은 항상 투자가 필요하지만 투자 받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의료기기 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들 역시 인수합병(M&A) 등을 진행할 때 상업화 직전 단계 혹은 이미 수익을 창출하는 단계의 기업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의료기기의 경우 초기 투자 비용이 제약바이오 산업에 비해 적기 때문에 출구 전략이 활발한 편"이라며 "메드텍 이노베이터의 경우 올해 56개의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이 마무리됐고 M&A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공적인 투자 유치를 지원해주는 입장으로서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이 갖춰야 할 역량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이 가장 기대하는 것은 해당 기업이 갖고 있는 기술이 얼마나 임상적으로 잘 입증돼 있는지 여부"라며 "비즈니스 모델, 적응증 확장, 파이프라인의 가치 등에 대해서도 물론 검증을 하고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결국 상업화와 사업 확장 가능성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나이버그 대표는 "미국 시장에 진출할 경우 승인도 중요하지만 보험 등재가 돼서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 중요한데 이런 준비가 돼 있는지를 궁금해 한다"며 "철저하게 계획을 짜는 등 준비가 필요하다. 이런 부분에서 메드텍 이노베이터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각국 정부의 규제가 더 유연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호주 의약품청(TGA)의 경우 규제 및 가이드라인이 선진화 돼 있어 의료기기 산업의 성장이 빠르다는 설명이다.
한국 정부 역시 의료기기 산업 육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가이드라인의 혁신도 빠르게 일어나는 편이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 더 협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나이버그 대표는 "한국은 기술과 혁신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편이지만 아태지역의 다른 국가들의 경우 기업들이 굉장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특히 각국의 규제들이 너무 분절화돼 있어 기업들이 각 시장에 어떻게 진출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타트업 기업이 특정 국가에서 규제 승인을 획득했을 경우 다른 국가에서는 패스트 트랙을 적용받을 수 있는 등 국가 간 규제 통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의료기기와 디지털헬스 산업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고령화와 관련 있는 기술들이 유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의료기술이 진화하며 모든 사회가 고령화 이슈를 맞고 있다. 우리 모두 늙고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의료기기 분야는 유망할 수밖에 없다"면서 "노인층이 가정에서 겪을 수 있는 각종 사고 발생을 예방하는 모니터링 시스템과 같은 디지털헬스 분야와 AI의 융합도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질병 조기 발견의 중요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어 예방의학이 더욱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밀의학, 진단 등 관련된 분야가 발전해 환자의 삶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국내 기업들에 대한 조언으로 "해외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싶다면 결국 네트워킹이 중요하다"면서 "글로벌 기업 및 투자자들을 만나야 사업에 유리한 정보들, 예를 들어 규제 관련 자문, 인재 추천, 병원 정보, KOL 등을 쉽게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나이버그 대표는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된다면 네트워크를 쌓을 기초를 얻을 수 있고 멘토십을 통해 기업 운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받게 된다"며 "해외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싶다면 이런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소영 기자 sylee03@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