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오너 2세·3세 표대결…경영권 분쟁 분수령
AI·신사업 vs M&A…미래 전략 좌우
나원균 동성제약 대표(왼쪽), 이양구 동성제약 전 회장(오른쪽). /동성제약
나원균 동성제약 대표(왼쪽), 이양구 동성제약 전 회장(오른쪽). /동성제약

|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 동성제약의 경영권 분쟁 향방을 가를 임시 주주총회가 오늘 열린다. 이번 주총은 단순한 경영진 교체를 넘어, 오너 일가 간 첨예한 권력 다툼과 회사의 생존 전략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지난 1957년에 설립한 동성제약은 배탈 치료제 ‘정로환’과 염색약 ‘세븐에이트’, 탈모 치료제 ‘미녹시딜’ 등을 주력으로 하는 중견 제약사다. 지난해 10월 ‘오너 2세’ 이양구 전 회장이 물러나고 ‘오너 3세’ 나원균 대표가 새롭게 선임되며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하지만 1년도 채 되지 않아 삼촌과 조카 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1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동성제약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소재 오클라우드호텔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주요 안건은 나원균 대표 등 현 이사 3명 해임안과 브랜드리팩터링 측 이사 선임안, 감사 교체안 등이다.

이번 주총에서 가장 주목되는 안건은 현 경영진 해임 여부다. 이양구 전 회장 측은 나 대표 해임과 더불어 자신들의 인사를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해 이사회를 장악하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동성제약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최대 주주였던 이양구 전 회장이 약 120억원 규모에 보유 지분 전량(14.12%)을 브랜드리팩터링에 매각한 것이 불씨가 됐다. 

회사의 경영난을 극복하고자 조카에게 경영권을 넘겼지만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더욱 악화돼 다시 경영진을 교체하고 회사를 정상화 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브랜드리팩터링이 단숨에  동성제약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나원균 대표는 기업회생절차로 경영권 방어를 위한 시간을 벌었다. 앞서 동성제약은 경영정상화 및 계속기업으로서의 가치 보전을 사유로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현재 법정관리 상태다. 다만, 법원이 주총 소집을 허가하면서 경영권 분쟁은 표 대결로 비화했다.

최대 주주이자 이번 임시 주총을 청구한 브랜드리팩터링은 6월말 기준 지분 11.26%를 보유하고 있어 지분 2.88%에 그친 나원균 대표 측에 비해 우세한 형국이다. 

경영진 해임 안건은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브랜드리팩터링이 확보한 지분만으로는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결국 약 70% 가량에 지분이 분포돼 있는 소액주주 표심이 사실상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동성제약 로고. /동성제약 제공
동성제약 로고. /동성제약 제공

소액주주들의 이해관계는 단순하지 않다. 브랜드리팩터링이 제시하는 AI 기반 의약품 배송 플랫폼, 제네릭 의약품 증산, IT 기반 투명경영 체제 같은 신사업 전략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마련되길 기대하는 주주들이 있는 반면 나원균 대표가 추진하는 ‘인가 전 M&A’ 방식의 신규 투자자 유치와 상장 유지 방안이 보다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주총에서 어느 쪽이 승리하더라도 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나원균 대표가 경영권을 지켜낸다면 회생 절차와 M&A를 통한 자금 조달, 신규 투자자 영입 등을 추진하며 회생과 재도약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뢰 회복과 실적 개선 없이는 장기적 불확실성이 남는다.

반대로 브랜드리팩터링이 경영권을 장악할 경우 새로운 경영진을 중심으로 빠른 체질 개선과 신사업 추진에 나설 전망이다. 다만, 법정관리 상태에서 회생계획과 충돌하거나 소송전이 이어질 경우 오히려 경영 정상화가 지연될 수 있다.

브랜드리팩터링 관계자는 “소액주주들 역시 공식 플랫폼 ‘액트(ACT)’를 통해 주주연합을 결성하고 브랜드리팩터링과 뜻을 함께하고 있다”며 “임시주총을 앞두고 주주들과 결집력을 강화하고 충분한 의결권을 확보해둔 상태로 경영권 확보는 문제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성제약 측은 “회생절차와 경영 정상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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