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3상 투자 공백 해소‧‘성공불 융자’ 등 투심 촉진
“예산 확대 환영하지만, 적재적소 투입 돼야”
|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 이재명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바이오헬스 R&D(연구개발)에 역대 최대 규모 금액을 편성하는 등 제약·바이오 산업에 전방위 지원을 예고했다. 대규모 메가 펀드와 임상 3상 특화 펀드, 성공불 융자제도 검토까지 추진되면서 투자 위축 국면에 빠진 K-바이오 업계에 훈풍이 불지 주목된다.
5일 보건복지부(장관 정은경)에 따르면 정부는 2026년도 예산안에서 바이오헬스 분야 R&D 예산을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선 1조 1232억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올해보다 약 14% 늘어난 규모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다.
정부는 이번 예산안을 통해 바이오헬스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대규모 투자 촉진 정책을 병행한다. 우선 국내 혁신기업에 투자하는 1조원 규모의 메가 펀드 조성을 추진한다. 특히 민간 자본이 꺼리는 임상 3상 단계와 같은 고위험 구간의 투자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1500억원 규모의 특화 펀드를 별도로 마련할 방침이다.
성과 기반 자금 지원제도도 도입이 검토된다. 정부는 신약개발은 고비용에도 불구, 투자 회수기간은 길어 민간 투자유인이 낮은 만큼 새로운 투자환경 조성 검토를 위해 해당 제도 도입을 위한 연구에 예산을 편성했다.
이른바 ‘성공불 융자제도’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기업에 자금을 융자하되, 과제가 성공할 경우에만 원금의 전부 혹은 일부를 상환 받고, 실패할 경우 상환 의무를 면제하거나 감면해주는 방식이다. 이는 신약 개발 과정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기업의 위험 부담을 줄이고 연구개발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장치로 풀이된다.
의료데이터와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한 투자도 대폭 강화된다. 정부는 의료데이터 생성과 활용, 의료 AI 스타트업 육성, 의료 현장의 AI 도입 지원 등에 총 1714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의료데이터 중심병원도 기존 8곳에서 40곳으로 확대해 AI 기반 신약 개발 및 맞춤형 의료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제약바이오 업계도 자체적인 투자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 국내 15개 제약사와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민간 출자자로 참여해 총 157억원 규모의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는 국내 최초의 제약사 연합 출자 기반 바이오 특화 펀드로, 모태펀드가 특별출자자로 참여하면서 민관 협력 구조를 갖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벤처캐피탈협외에 따르면 그동안 국내 바이오벤처 투자는 지난 2020년 전체 투자액의 23.7%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에는 15.4%에 그치며 시장 위축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이번 정부 예산 확대와 펀드 조성 방안은 이러한 투자 부진을 반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허경화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재단) 대표는 “이번 제약사 연합 펀드는 단순한 자금 조성의 의미를 넘어, 제약사가 주도적으로 신약개발 생태계 활성화를 견인한다는 점에서 ‘산업계의 바이오벤처와 제약사 간 혁신의 이어달리기’를 상징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도 신약개발 협력망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축적된 기술력·개발역량·자금력을 효과적으로 연결하고, 글로벌 전환을 비롯한 사업화 성과를 확산할 수 있는 실질적인 펀드 운용 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전방위적 지원이 민간 투자 활성화로 이어질 경우 글로벌 신약 개발과 AI 기반 바이오헬스 산업에서 한국의 입지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승규 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예산이 확대된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금액이 늘어난 만큼 적재적소에 쓰이지 않는다면 소위 ‘눈 먼 돈’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예산안에 방점을 어디에 두고 쓸지 논의를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현재 기초 단계 R&D가 많이 부족한 상황인 만큼 이 부분을 같이 아우를 수 있는 예산 집행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정윤택 제약산업연구원장 역시 “지난 정부 때 R&D 규모가 줄어서 다소 어려움이 있었던 만큼 이번 확대 예산안은 반가운 측면이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성공불 융자제도’ 도입 검토에 대해서는 “제도 취지가 굉장히 좋다고 생각한다. 실제 제도가 도입되면 자금 유입도 예상되는데 건강보험 재정으로 활용해서 사회안전망 확보에 도움을 주는 구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승규 부회장도 “선순환 구조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김동주 기자 ed30109@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