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연평균 14.8% 성장세…항암제 희귀질환 주력
‘글로벌 신뢰’ 임상 거점 발돋움
환자 접근성 승인 간소화 등 제도 개선 必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국 제약바이오 생태계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다만 한국의 임상 경쟁력은 치열한 글로벌 환경 속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국 제약바이오 생태계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다만 한국의 임상 경쟁력은 치열한 글로벌 환경 속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게티이미지뱅크

|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국 제약바이오 생태계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다만 한국의 임상 경쟁력은 치열한 글로벌 환경 속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가 최근 발표한 ‘2025년 연구개발 및 투자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의 국내 임상 연구 투자 규모는 약 1조 369억원으로 전년 대비 18.8% 증가했다. 이 수치는 해외 본사의 직접 투자액을 제외한 것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자발적 투자 확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 2020년 5962억원이었던 R&D(연구개발) 투자비용은 ▲2021년 7153억원 ▲2022년 8178억원 ▲2023년 8729억원 등 최근 5년간 연평균 14.8% 늘어나는 등 성장세가 지속됐다. 

특히 임상 단계 의약품 개발에 투입된 비용이 전체의 42.9%를 차지해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항암제 및 희귀질환 치료제 분야 투자가 두드러지며 미충족 의료 수요 해결을 위한 글로벌 임상 허브로서 한국의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항암제 임상은 연평균 5.7%, 희귀질환 임상은 10.1% 증가해 지난해 각각 974건(69.4%), 184건(13.1%)을 기록했다.

의료 현장에서도 희귀질환 환자의 임상 접근성이 치료 기회와 직결되는 만큼, 글로벌 임상 유입은 환자 치료 생태계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국내 임상연구 건수는 1691건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1.9%)했지만, 최근 5년간 연평균 3.1% 증가하며 안정적 성장세를 유지했다.

1~3상 임상 참여 환자 수는 2만 2696명으로 10.3% 증가했으며 418명의 환자는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통해 신약 후보물질을 투여 받았다. 3상 임상연구는 667건으로 3.6% 늘어 각 단계별 임상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한국이 초기 탐색 단계뿐 아니라 상용화 단계 임상에서도 신뢰받는 임상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R&D 투자 확대는 고급 연구인력 양성 및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4년 기준 글로벌 제약사의 R&D 종사 인력은 2470명으로 전년 대비 7.4% 증가했으며 2019년 이후 꾸준한 성장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이 중 임상 연구 인력이 52.6%를 차지해 국내 임상 기반 고도화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한국의 글로벌 임상 경쟁력에는 경고등도 켜졌다. 보고서는 한국의 글로벌 임상 연구 점유율이 지난 1년 사이 5위에서 6위로, 서울의 임상 점유율 역시 1위에서 2위로 밀려났다고 지적했다. 

중국 등 경쟁 국가들이 대규모 임상 인프라와 규제 혁신을 앞세워 연구 중심국 지위를 노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는 중국, 호주, 싱가포르 등이 신속심사제·세제 혜택·디지털 기반 분산형 임상(DCT) 제도 등을 앞세워 글로벌 임상 투자를 적극 유치하는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미국 FDA·유럽 EMA도 DCT 가이드라인 정비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국의 제도 기반이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평가도 나온다.

KRPIA는 ▲임상 참여 절차 간소화 ▲DCT 제도화 ▲혁신 신약 보험급여·약가 제도 개선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항암·희귀질환 분야에서 신속한 환자 접근성과 승인 간소화는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의 임상 참여율과 정부 바이오 전략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신약 국내 도입률은 OECD 평균의 1/4 수준, 보험 등재 기간도 일본 대비 2~3배가 소요되고 있다. 제도 개선은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한국이 글로벌 임상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의료 인프라와 연구 인재 역량은 이미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글로벌 제약사 투자 확대를 혁신 치료제 접근성과 산업 성장으로 연결하기 위해 제도 환경을 정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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