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타워 역할 지금부터
|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 제약바이오 업계는 한동안 정책 공백에 대한 아쉬움이 깊었다. 컨트롤타워 역할로 기대를 모았던 대통령 직속 국가바이오위원회(위원회)가 올해 1월 혼란스러운 탄핵 정국 속에서 가까스로 출범했지만, 위원장은 권한대행 체제였고 두 차례 회의가 열렸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6월 이재명 대통령 정권 출범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위원회 활동은 여전히 깜깜무소식이었고 제약바이오 관련 구체적인 지원이나 정책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다. 지난달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서도 제약바이오는 다른 산업에 비해 구체적인 목표치가 제시되지 않았다. 업계 일각에서는 소위 홀대론까지 흘러나왔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이달 인천 송도에서 열린 ‘바이오 혁신 토론회’는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해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는 물론 국내 바이오 의약산업 대표들과 협회·단체 등 130여 명의 현장 목소리를 직접 청취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한국을 바이오 의약산업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고 정부는 바이오시밀러 임상 3상 요건 완화, 펀드 확대 등 규제혁신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 산업 생태계 조성 방안을 제시하며 실질적인 지원 의지를 드러냈다.
예산 확대도 본격화되고 있다. 2026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안에 따르면 바이오헬스 R&D 예산은 전년보다 13.9% 늘어난 1조 1232억원이 배정됐고 혁신 신약·재생의료·AI 기반 의료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도 대폭 확대됐다. 의료 데이터 구축, AI 인재 양성, 글로벌 스케일업 지원, 연구중심병원 육성 등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항목이 포함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예산 역시 증액되어 신속허가 체계, 규제과학 인재 양성, 통합 상담 플랫폼 구축이 추진될 예정이다.
이 같은 행보는 업계의 기대감을 끌어올리기에 충분하다. 정부가 단순한 구호를 넘어 예산과 정책을 내놓기 시작한 것은 그동안 ‘개점휴업’으로 불렸던 제약바이오 컨트롤타워의 존재감을 다시 세우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냉정한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현재 미국의 약가 인하 정책과 관세 압박, 글로벌 경쟁 심화 속에서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언적 메시지가 아니라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행이다. 정부가 진정한 컨트롤타워로 기능하려면 규제 샌드박스 확대, 신속허가 도입, 민관 협력형 R&D 지원, 해외 진출 지원 같은 구체적 로드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반가운 예고편이었다. 이제는 성과로 증명할 본편이 시작될 차례다.
김동주 기자 ed30109@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