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울산)=류정호 기자 | 위기에 빠졌던 프로축구 K리그1(1부) 울산 HD가 신태용(55) 감독과 함께 첫발을 힘차게 내디뎠다. 신태용 감독은 취임 직후부터 ‘휴식’과 ‘신뢰’를 핵심 키워드로 내세웠고, 그 기조는 데뷔전 승리라는 달콤한 결과로 이어졌다.
울산은 9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25라운드 제주 SK와 홈 경기에서 후반 28분 루빅손(32)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울산은 이번 승리로 공식전 11경기 연속 무승을 끊고 10일 오전 기준 리그 6위(승점 34)에 올라섰다. 침체한 흐름을 끊어낸 데뷔전 승리는 신태용 감독이 그린 반전의 설계도에 힘을 실었다.
신태용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울산처럼 명문 구단을 맡는다는 점이 부담됐지만, 제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이빨 빠진 호랑이가 아닌 ‘용맹한 호랑이’로 만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신태용 감독은 현실적인 목표도 분명히 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올 시즌 우승은 어렵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대신 2~3위는 충분히 가능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진출이 가장 큰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신태용 감독이 가장 먼저 손댄 것은 컨디션 관리였다. 그는 “울산이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이후 단 한 번도 쉬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데이터를 확인해 보니 김영권(35)은 작년부터 50경기를 연속으로 뛰었다”며 “12일까지 특별 휴가를 줬다. 배제하는 게 아니라 16일 수원FC 원정 경기에 나설 수 있도록 회복 시간을 주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훈련 강도를 낮추고 개인 면담을 통해 긴장을 푸는 방식으로 선수단 분위기를 끌어올린 것도 특징이다. 신태용 감독은 “훈련보다 휴식을 주며 ‘이빨을 보이라’고 주문했다. 사적인 대화를 통해 긴장을 풀어주려 했다”고 했다.
선수단과 팬을 향한 신뢰 회복 의지도 분명했다. 골키퍼 조현우(34)는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에서 함께했던 감독님을 울산에서 다시 만나니 7년 전이 떠올랐다”며 “감독님은 팀에 좋은 기운과 자신감을 불어넣는 지도자”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다. 하지만 감독님이 ‘실수해도 좋으니 자신 있게 하라’는 말씀 덕분에 편하게 뛸 수 있었다. 선수단 모두가 감독님이 원하는 경기를 펼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신태용 감독은 팬들과 약속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1만명이 넘는 팬들이 날씨에도 불구하고 목청껏 응원해 주셨다. 이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 2만명, 3만명, 4만명까지 관중이 들어오도록 만들겠다”며 “선수단과 팬들이 서로 믿고 함께 간다면 울산은 반드시 제자리를 되찾을 것이다”라고 힘주었다. 신태용 감독이 꼽은 핵심 키워드가 울산의 반등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류정호 기자 ryutility@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