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에 빠진 프로축구 K리그1(1부) 울산 HD의 지휘봉을 잡은 신태용 감독. /류정호 기자
위기에 빠진 프로축구 K리그1(1부) 울산 HD의 지휘봉을 잡은 신태용 감독. /류정호 기자

| 한스경제(울산)=류정호 기자 | 위기에 빠진 프로축구 K리그1(1부) 울산 HD의 지휘봉을 잡은 신태용 감독이 재도약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딘다. 그는 특유의 리더십과 전술 변화로 반전을 이끌겠다는 각오다.

울산은 9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5 25라운드 제주 SK와 홈 경기를 치른다. 울산은 분위기 반전이 절실하다. 리그 7경기(3무 4패)를 포함해 공식전 11경기 연속 무승의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탓이다. 그 사이 순위는 7위(승점 31)까지 곤두박질 쳤다. K리그1 3연패를 달성한 울산에는 분명 어울리지 않는 위치다.

이에 울산은 칼을 빼 들었다. 지난 5일 김판곤 전 감독과 결별하고, K리그 ‘레전드’ 신태용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신태용 감독은 현역 시절 성남 일화(현 성남FC)에서만 뛴 ‘원클럽맨’으로, 통산(리그컵 포함) 405경기에서 102골 69도움을 기록했다. 2003년 K리그 최초로 60골·60도움을 달성했고, 성남의 K리그 6회 우승을 이끌었다. 2023년 K리그 40주년 기념으로 신설된 명예의 전당에서는 제1회 헌액 대상자에 선정돼 3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이름을 올렸다.

은퇴 후에는 2009년 성남 감독 대행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첫 시즌 K리그와 FA컵(코리아컵 전신)에서 모두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듬해 정식 감독에 선임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2010)와 대한축구협회 FA컵(2011)을 연이어 들어 올렸다. 이후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을 지휘했고, 2019년 12월부터는 인도네시아 대표팀 사령탑으로 활약했다.

신태용 감독. /연합뉴스
신태용 감독. /연합뉴스

신태용 감독은 2023년 AFC 아시안컵에서 인도네시아를 16강으로 이끌었고, 2024년에는 인도네시아 U-23 대표팀을 겸임해 파리올림픽 예선을 겸한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한국을 꺾고 4강 신화를 써냈다. 13년 만에 K리그로 돌아온 신태용 감독은 제주를 상대로 반등의 포석을 놓으려 한다.

경기 전 취임 기자회견에 나선 신태용 감독은 “13년 만에 돌아오니 생소한 얼굴이 많이 보인다”며 웃었다. 이어 “원래는 휴식을 취할 계획이었고, K리그 경기도 자주 챙겨보지 않았다. K리그2(2부) 성남FC 비상근 단장을 맡고 있어 K리그2 위주로만 봤다. 울산처럼 명문 구단을 맡는다는 점이 부담됐지만, 제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이빨 빠진 호랑이’가 아닌 ‘용맹한 호랑이’로 만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신태용 감독은 오랜만에 돌아온 K리그가 발전했다고 평했다. 그는 “13년 만에 돌아온 K리그는 인프라나 환경이 눈에 띄게 발전했다. 울산 클럽하우스와 강동구장을 보고 선수 시절과 비교해 많이 놀랐다. 성남에는 전용구장도 없었는데, 울산은 모든 것이 완벽히 갖춰져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신태용 감독은 현실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올 시즌 우승은 어렵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대신 2~3위는 충분히 가능하다.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진출이 가장 큰 목표”라고 했다. 이를 위해 선수단 분위기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훈련보다 휴식을 주며 ‘이빨을 보이라’고 주문했다. 사적인 대화를 통해 긴장을 풀어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프로축구 K리그1(1부) 울산 HD.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프로축구 K리그1(1부) 울산 HD.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신태용 감독이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체력 회복이었다. 그는 “울산이 FIFA 클럽월드컵 이후 단 한 번도 쉬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김영권은 작년부터 50경기를 연속으로 뛰었다. 그래서 다음 주 화요일까지 특별 휴가를 줬다. 배제하는 게 아니라 수원FC전에 나설 수 있도록 회복 시간을 주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울산에는 과거 자신이 지도한 선수들이 많아 소통도 원활한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신태용 감독은 “구단 관계자들이 ‘이런 분위기는 처음 본다’고 하더라. 아직 분위기가 50%밖에 올라오지 않았지만, 훨씬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본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전술 방향에 관해서는 “제 축구는 고정된 포메이션이 없다. 한 골을 내주면 두 골을 넣는 공격적인 축구를 하고 싶다. 최신 트렌드에 맞춘 축구를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은 3-4-3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하지만, 백4 전환 가능성도 시사했다. 신태용 감독은 “라인업에 서명하기 전 분명 백3로 나간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백4 전술도 적어 왔다. 이러면 또 ‘트릭을 쓴다’는 얘기가 나오니 백3에 서명했다”며 웃은 뒤 “재밌고 공격적인 축구로 ‘역시 신태용’이라는 말이 나오게 하겠다”고 말했다.

코치진 구성 배경도 밝혔다. 울산은 기존 코치진 중 박주영 코치를 제외하고 전부 팀을 떠났다. 신태용 감독은 “김판곤 감독님이 좋지 않게 떠났기 때문에 변화가 필요했다. 다만 박주영 코치는 중간 가교 구실을 위해 남겼다. 지금은 코치진 네임밸류보다 팀 분위기 회복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경기는 ‘스승과 제자’의 맞대결로도 압축된다. 신태용 감독은 김학범 제주 감독과 1998년부터 2004년까지 천안·성남 일화에서 선수와 코치로 7시즌 동안 연을 맺었다. 신태용 감독은 “울산 감독으로 선임된 후 김학범 감독님께 가장 먼저 전화드렸다. 울산에서 뵙자고 하셨다. 어젯밤에 서울 대구 경기를 보고 감독님과 차 한 잔 마시면서 대화를 나눴다. 상대에 대한 평가는 한마디도 안 하셨다”고 전했다. 이에 김학범 감독은 “스승과 제자 사이는 아니다. 사회생활 3~40년이면 친구 아닌가”라며 웃었다.

류정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