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능 승부수…시장 선점 위고비 잡을까
바이알·퀵펜 순차 도입
|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 일라이 릴리의 비만치료제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이 드디어 한국에 상륙한다. 이미 시장을 선점한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의 독주를 막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마운자로는 최초이자 유일한 GIP(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폴리펩티드)/GLP-1(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 수용체 이중효능제다. 주 1회 투여로 GIP 수용체 및 GLP-1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활성화하도록 설계된 단일분자 주사제다. 인슐린 분비 촉진과 민감도 개선, 글루카곤 농도 감소를 통해 체중 감소에 도움을 준다.
◆공급난 딛고 프리필드펜 제형 출시
2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한국릴리(대표 존 비클)는 ‘마운자로 프리필드펜주’ 2.5 및 5mg/0.5ml를 오는 8월 중순 국내 2형당뇨병 및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출시한다. 지난 2023년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지 약 2년 여 만이다.
당초 당뇨약으로 허가받은 마운자로는 오프라벨(처방 외) 비만 치료제로 처방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23년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비만 적응증을 획득했다.
현재 미국은 마운자로가 당뇨 치료제로, ‘젭바운드’라는 제품명은 비만 치료제로 쓰이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마운자로라는 이름을 유지했다. 지난해 7월 식약처로부터 비만 적응증을 획득한 바 있다.
그동안 국내 출시가 지연된 것은 체중 감량 효과가 좋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적인 품절 사태를 겪었기 때문이다. 릴리는 올해 초 문제 해결을 위해 기존 프리필드펜(1회분을 주사기에 담아 판매)이 아닌 '단일용량 바이알'과 '다회용 퀵 펜' 제형으로 식약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바이알은 약병에서 빈 주사기로 약물을 뽑아 투여하는 형태며 퀵 펜은 한 달분을 하나의 펜에 담은 것이다.
바이알 형태의 마운자로는 프리필드펜 제형으로 판매되는 위고비에 비해 투약 편의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확한 용량을 약병에서 환자가 직접 주사기로 뽑아 써야하기 때문에 별도 교육이 필요하고, 주사바늘 관리 여부에 따라 위생 및 안전 관련 우려도 있다.
약점이 존재했지만 국내 2형당뇨병 및 비만 환자들에게 보다 다양한 치료 기회를 제공하려는 릴리 측의 차선책이었다. 한국릴리는 보건 당국과 긴밀히 협력하는 동시에 국내 의료진과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본사 및 제조소와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그 결과 현재 국내에서 허가돼 있는 일회용 프리필드펜 제형 출시가 결정됐다.
마운자로가 프리필드펜 제형으로 출시되는 국가는 전 세계적으로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적다. 이번 한국 출시 확정 발표가 반가운 이유 중 하나다.
한국릴리 관계자는 “가장 빠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마운자로를 제공하기 위해 일회용 프리필드펜 제형으로 먼저 출시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는 제형별 글로벌 생산량, 전 세계 수요 현황, 국내 허가 심사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프리필드펜 제형으로 출시가 확정됐지만 남은 제형의 허가도 중단 없이 순차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다양한 제형에 대한 승인을 획득하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공급 부족 문제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다.
한국릴리 측은 심사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식약처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승인 후 해당 제형의 출시를 위한 제반 환경이 준비되는 대로 국내에 공급할 계획이다.
◆위고비와 정면 대결…효능·가격 경쟁력 통할까
경쟁약물인 위고비는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국내에서 정식으로 처방되며 시장을 선점한 상태다.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위고비는 올해 1분기 매출 794억원을 기록했으며 출시 이후 6개월 누적 기준 매출은 1398억원에 달한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73.1%로 출시 첫 분기인 지난해 4분기 64.3%보다 8.8%p 상승했다.
후발주자인 마운자로는 불리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우수한 효능 때문이다.
마운자로와 세마글루티드(제품명 위고비)의 임상적 효과 및 안전성 프로파일을 평가한 SURMOUNT-5 3b상 오픈라벨 임상연구 결과에 따르면 더 개선된 체중 감소 효능을 보였다.
가격 경쟁력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지난해 출시된 위고비의 출하가격은 비급여 기준 1펜(4주분) 당 37만 2025원에 책정됐다. 진료비와 처방비 등을 더한 가격은 약 60~80만원 수준이다.
마운자로의 유통 및 공급가는 공개되지 않았다. 유통 가격은 각 유통사와 비밀유지 계약에 따라 공개가 불가하고, 비급여 약제는 시장 자율 가격이 적용돼 의료기관별로 상이해 일정한 수준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한국릴리 측 설명이다.
한국릴리 관계자는 “마운자로의 시작 용량(2.5mg)은 경쟁 제품 대비 낮은 수준으로 제공되기를 희망하며 주요 유지 용량(5mg)의 경우 환자 접근성을 고려해 경쟁력 있는 수준으로 제공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ed30109@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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