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도 신도시도 ‘공공 우선’…LH 구조개혁 예고
[한스경제=한나연 기자] 이재명 정부의 첫 국토교통부 수장으로 지명된 김윤덕 후보자가 도심 내 주택공급 확대, 재개발·재건축의 공공성 강화,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구조 개혁 등을 국토부 정책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3선 국회의원 출신이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두 차례 활동한 김 후보자는 본격적인 인사청문회 준비에 들어가며 부동산정책 방향의 일단을 제시했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김윤덕 후보자는 지난 15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있는 정부과천청사에 출근하며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는 적극 검토할 사안”이라면서도 “민간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와 용적률 완화 방향으로 가되 공공의 이익을 잘 살펴 진행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흐름을 같이하면서도, 공공성이라는 정책 원칙을 분명히 강조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재건축·재개발 용적률 상향 및 부담금 완화, 공공주택 공급 확대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김 후보자의 발언은 정비사업을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닌, 공공성 강화와 균형적 공급 체계 안에서 접근하겠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주택 공급 방식에 대한 방향도 분명히 했다. 김 후보자는 “활용 가능한 여러 부지를 적극 활용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대규모 외곽 개발보다는 도심 내 유휴부지 활용 중심의 공급 기조를 시사했다. 이는 공급 속도보다 실현 가능성과 주변 여건을 우선 고려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LH 개혁에 대해서도 강한 입장을 드러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개혁 주문에 대해 “기존 직원 문제를 떠나 구조적이고 판을 바꿀 수 있는 큰 규모의 개혁을 염두에 두고 능동적·공격적으로 임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단순한 인사 개편을 넘어서 LH의 조직 구조와 역할 자체를 재정의하려는 시도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입법 이력도 주목할 만하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에서는 1호 법안으로 대도시권의 기준이 되는 지자체 범위를 특별자치도로 넓히는 ‘대도시권 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대광법)을 대표발의했다. 전북을 비롯한 비수도권 지역의 교통 사각지대를 해소하자는 취지다. 지역균형발전과 교통 접근성 개선에 대한 강한 문제의식이 담긴 입법이다.
또 그간 대표 발의한 법안들을 보면 용적률을 사고팔 수 있는 결합 건축제 신설, 건설노동자의 휴식권 보장 등 도시, 주택, 안전, 인프라 분야에서 공공성과 균형을 중시한 정책 성향이 일관되게 나타난다.
전문성 우려에 대해 김 후보자는 “국토위에서 4년간 활동했지만 전문성이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 본다”고 말했다. 부동산 보유세,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규제 관련 민감 사안에 대해서는 “업무 보고 후 판단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김 후보자는 대표적인 ‘친명’계 인사로 꼽히는 만큼 대선 공약으로 제시된 ‘5극 3특(5대 초광역권·3대 특별자치도)’ 구상을 구체화할 국토 균형발전 로드맵의 설계자로도 주목받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회 국토위에서의 입법·정책 역량을 입증한 인사”라며 “국토, 교통, 건설, 모빌리티 등 전 분야에서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부동산 투기를 용납하지 않되 시장 원리를 존중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한다는 대통령의 실용적 철학을 김 후보자가 구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 규제 완화 방향은 시장에선 환영할 만한 흐름이지만 공공성 강화 기조가 병행될 경우 사업성 확보나 조합과의 조율이 핵심 이슈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여야는 정비사업 규제, 신도시 공급 정책, LH 개혁 방향, 재정투입 규모 등에 대한 후보자의 구체적 입장을 청문회에서 집중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정부의 첫 국토부 정책 전환을 가늠할 주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한나연 기자 nayeon@sporbiz.co.kr
관련기사
- 李대통령, 문체장관 최휘영·국토장관 김윤덕 지명
- SOC 투자 확대에 건설 숨통 기대…공사비·수익성은 여전히 과제
- 국토부, 1기신도시 특별정비구역 자문위 가동…정비계획 지원
- 답변하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 선서하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 선서하는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 경청하는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 권영진·복기왕, 여·야 공인중개사법 공동 대표발의…부동산 시장 건전화 기대
- 하반기 승부처는 '주택마진'…대형 건설사 주택사업 회복 전략은
- 김윤덕 국토장관 후보자 "주택공급 확대·3기 신도시 속도 높이겠다"
- '공공주택 본연의 역할로'…LH 개혁 청사진 본격화
- 김윤덕 국토 장관 "9·7 공급대책 차질 없이 이행"



